실직 도시 - 기업과 공장이 사라진 도시는 어떻게 되는가
방준호 지음 / 부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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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활동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이 책은 주로 르포형태의 기사를 쓰는 한겨레21의 방준호 기자가 그동안 군산에 관해 쓰던 기사와 취재 내용들을 정리한 책이다. 당연하게도 군산이 중심인 이야기인데 단순히 군산의 흥망성쇠를 기록했다기보다 군산을 통해 중공업이자 제조업 중심으로 한 시대를 버텨오던 한국의 한 흐름을 다뤄냈다. 달리 말하면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면면의 반대편에 있는 쇠락해 가는 이전 산업현장과 그 영향하의 도시를 다룬 것이다. 그것이 군산이다. 




근 20년 가까이의 군산이란 도시의 흥망성쇠는 한국 사회의 위기와 변화, 그 뒤에 숨어 있는 많은 맥락과 노동 현실, 정치권의 향방에 영향까지도 미쳤지만 그에 비하면 의외로 많은 이슈에서 소외당한 듯한 느낌도 든다. 모두가 변화하는 새로운 것에 관심을 돌렸고, 사라져 가는 것에 관심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팬데믹은 여기에 불을 질렀다. 그래서 기자나 사연 속에 등장하는 군산 사람들의 모습에는 한국 사회의 어떤 사라져가고 변해가는 씁쓸한 풍토 같은 것이 들어 있다. 동시에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과 못 받아들이는 사람, 변하는 사람과 현실을 깨닫는 사람의 여파가 드러난다.




그러므로 이 책은 군산을 가까운 역사와 현실을 다루면서도 한국 사회를 반영하는 중심 뿌리이자 현실을 다루는 내용에 가깝다. 세계적인 한류와 인공지능 같은 장미빛 미래만 내보이며 앞만 보게 하는 시야에서 잠시 머물러 있는 발 밑의 땅을 보게 하는 현실에 가깝다. 현실과 미래는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현실을 부정하더라도. 이제 현실의 여파는 어떻게 감당되고, 잘 넘기느냐에 따라 팬데믹이 끝나는 시점부터 결과로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다. 군산은 그 시작점의 도시가 될지도 모르겠다. 






**팬데믹이 모든 변화를 더 급속도로 앞당긴 듯 하다. 이미 팬데믹 전부터 있던 문제들조차도.


***반면 팬데믹에 가려 이전부터 골머리를 앓던 여러 문제들이 덜 보이게 된 것도 있다. 당장 백신과 치료제가 관건인 것처럼.


****서비스업으로의 변화도중에 팬데믹이 내려친 영향도 있다.


*****이 때다 싶어 드러나는 부분 중에 하나는 자급자족이 생각보다 큰 문제이며, 규모의 중요성도 절실해 진다는 점이다.


******위기에 급할수록 팔은 안으로 굽고, 어떤 편으로 갈라진다. 가져갈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것이 작아지니.


*******무조건 과거의 것을 없애고 확확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기조도 문제다. 이제 위기 한방이면 다시 모두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어찌보면 과거보다 더 불안하고 더 무서운 시대이다.


********과거 자료의 아카이브 정리와 보존이 그래서 생각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전기만 만지던 사람들은 전기없던 시절을 잊으면 안 된다. 전기는 한순간에 배반하므로.


*********그 어느때보다 인류역사에서 경계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부분에서 급격히 다른 부분으로 넘어가는 경계의 시기말이다.


**********도시와 지방, 지역 도시의 문제와 이야기, 판도도 크게 급변하고 있다. 팬데믹 기점으로 완전히 재편될 것이다.


***********도시 집중화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중에 일종의 도시 국가 형태가 될지도 모른다.


************군산의 모습이 한국의 중요한 속모습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른다.


*************한류 관련 창작자, 노동자도 일종의 제조업과 노동자의 관계처럼 중요하게 다져야 할 시점일테다.


**************언제나 변화와 위기는 찾아온다. 작게 반복되다 크게 반복된다. 작은 반복일때 막고 대처할수록 좋다.


***************앞으로는 살아남은 자의 시대가 될 것이다.


****************큰 기회일때부터 위기를 논해야 한다. 절정 바로 다음에 쇠퇴니까.


*****************경기도와 군산만 비교해도 한국의 중요한 현대사가 꽤 정리될 것 같다.


******************여러모로 도시가 나라가 되어 가고 있다.








##인상적인 문구들 ##




##군산은 토박이가 유난히 많은 도시다.~ 인구는 전라북도에서 두 번째로 많다. 웬만한 수도권 위성 도시보다는 적다.~ 토박이의 도시라는 건 좋은 점이다. 또한 답답한 점인데, 이를테면 이런 툴툴거림도 듣는다. "딱 만나면 누구의 조카 누구의 아들인지 인연부터 찾죠. 몇 다리 건너면 하나는 걸려요."




##2000년대 이후 모든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결심했다. 일자리는 지표가 흔들릴 때마다 부단히 대책을 내놓는 대표적인 과제가 되어 있다.~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일자리의 맥락은 일종의 나랏돈 들지 않는, 노력한 만큼 주어지는 '공정한'분배 정책에 가깝다.




##제조업 고용 규모는 2018년 4월부터 아예 감소햇다. 40~50대 생산직 노동자가 크게 줄었다. 독특했다. ~남성과 제조업은 다르다. 굳이 따지면 일자리의 단단한 중심이다. ~여간하지 않을 때만 흔들렸다. 제조업 고용의 대량 감소가 발생할 때는 보통 외환 위기니 세계 금융 위기니 하는 눈에 띄는 외부 충격이 앞섰다.




##나이 50과 경력은 새 출발의 자산이기보다 걸림돌이다.~ "내가 사장이라도 부담스럽지"~ 취업을 해야겠어서 받는 교육이 아니라 그냥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지.~어쩌면 회사 다닐 때보다 더 열심히 살고 있다. 공부하고 자격증 따는 학생의 자세다.




##진심은 늘 복잡하고 한마디로 정리할 수 없는 데다 창피하니까.




##'한국 경제의 기초는 제조업'이라는 명제는 너무 오래된 정답이라서 오히려 생각거리가 되지 않았다.~ '제조업=좋은 일자리' '제조업=수출'그러므로 '제조업=중요해!'~ 2010년대 후반 경제 기자들은 이런 문장을 공식처럼 외웠다.




##반도체는 제4차 산업 혁명의 쌀.




##제4차 산업 혁명 앞에 고부가 가치 제조업이 더는 값싼 자원 동원(비용 절감)보다 집적의 효율을 누리고 싶어 한다고 했다. 고급 인력은 지역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속도 느린 철도는 산업화 과정에서 별다른 자산이 못 됐다. 산업화 시대의 주역은 누가 뭐래도 도로와 자동차다. 울산이나 창원 같은 경부 고속 도로 옆 동남권 도시로 개발의 공간은 옮겨 갔다. 한국에서 산업화는 수출을 중심으로 일궜는데, 오랜 시간 황해가 덜 주목을 받은 것도 이유가 될 것 같다. 군산에서 황해 건너 중국은 적어도 1980년대까지 경제적으로 별 의미 없는 나라였다.




##100년 전 모습을 간직한 도시 풍경.




##'균형 성장'이라는 단어가 1986년쯤(제6차 경제 개발 5개년 계획)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울산에 현대가 있다면, 군산에는 대우.




##처음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 점점 정규직 전환자가 늘고, 공장 안의 위계가 엄격해졌다.




##조선업은 자동차와 달리 설비보다 사람이 중요한(21세기) 몇 안되는 제조업이다. '조선 산업은 작업 공정의 자동화와 표준화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경험적인 숙련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 경제도 세계 금융 위기를 잘 견뎌 낸 것처럼 보였다. 다만 돌아보면 그 위기는 '저성장' 또는 '변동성의 심화'로 규정되는, 새로운 경제 환경의 시작점이었다. 저성장과 변동성은 한국 사회에 다양한 영향을 미쳤다. 산업 단지만 놓고 보자면 IMF에 이은 두 번째 비정규직 붐을 이루었다.




##제조업은 '함께'일한다는 노동 특성을 지니고 있다. 전문적으로 세분화된 제4차 산업 혁명 일자리나 이질성이 크고 사업장이 잘게 나뉜 서비스업 일자리와 다르다.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주식 시장은 확실한 현재 가치보다 불확실한 미래 가치에 점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상생하지 않는 대기업은 지속 가능 하지 않다. 즉, 지속 가능하길 바라는 기업에서 갑질은 엄히 다스려야 할 죄악이다. 개인 단위의 갑질은 쓸모 없이 회사의 미래 비용을 늘리고 효율성을 떨어트린다.




##조선소는 자동차 공장과 달리 비정규직(사내 하청,물량팀)위주로 현장을 꾸린다.~ 조선소와 원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협력 업체는 저마다 오랫동안 살길을 찾아 왔는데, 본사와 거리가 멀수록 그나마 살길의 여지가 넓었다. 본사 통제가 느슨한 2차 협력사는 다른 기업의 일감을 받아다가 버틸 수 있었다.




##누군가의 기쁨만큼 누군가의 고통을 더하는 천칭이 지구 반대편까지 뻗어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조합이 하청 노동자를 품지 않은 시기는 더군다나 조선소에 비정규직이 급격하게 늘던 시기와 겹친다. 군산 조선소는 노동자 80퍼센트를 비정규직으로 채웠다.~ 돌아온 민주노조도 비정규직을 포괄해 노동조합을 재건하지는 못했다. 여전히 정규직 중심이었다. ~하청 노동자 문제는 조선업 노동조합의 묵은 숙제다.




##군산 산업 단지의 정점을 이룬 조선소는 도시에 '사는'사람보다 도시에서 '일하는'사람을 중심으로 팽창했을 뿐이다. 회복의 시점이 온다 해도, 실은 교체라 불러야 마땅하다.




##군산시의 제조업 피보험자는 감소했다. 늘어난 건 사회 복지 서비스업, 도매 및 소매업 등 서비스업이다. '피보험자수가 증가했지만 질적으로 보면 주로 개인 사업자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노동자가 되지 '못'한 사장님이 많다는 얘기다.




##초보 사장은 도저히 개인적인 시간을 낼 수 없었다. 누구 하나 자신의 노동 조건을 챙겨주지 않았다. 자영업이 스스로 몸을 갈아 넣어야만 그럭저럭 유지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실감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주말은 없다. 휴가도 없다. 단 하루도 쉬지 못한다.~"돈보다 중요한 건 가족과 여유"~가족을 위해 여유를 포기해야 한다. 여유를 포기하니 가족과 멀어지는 것 같다.




##생산 기지로 커 온 지역의 중소 도시에는 한국의 여느 대도시 같은 익명의 정서가 자리 잡지 못했다.




##사회 복지 일자리는 고령화에 따라 점점 수요가 많아질 거고 남자는 부족하다고 하잖아. ~제조업 노동자를 수요가 큰 사회 복지 일자리로 옮기는 작업~ 그나마 아직 기계가 대체할 수 없고 고령화로 수요가 높아지는 사회 복지는 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숙련 형성에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므로 중장년이라도 괜찮다.




##선진국이 된다는 것, 제조업은 설계와 개발 중심의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재편되고 단순 생산직 노동자는 밀려난다. 동시에 고급 대면 서비스랄지, 사회 복지 수요는 커진다. 전문 숙련이 없는 생산직 노동자의 사회 복지 노동자로의 이동은 이론적으로 마땅하다.




##하고자 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어도 제대로 하려면 아무나 할 수 없는 프로의 세계




##경제적 궁핍. 이 문제는 다른 일을 찾으면 끝난다. 그러니 돈을 쥐여 주고 재취업까지 버틸 힘을 마련해 주면 그만이었다. IMF외환 위기 이후 20년 우리는 그런 식으로 위기 대응 체계를 마련해왔다.~ 전과 같은 경로로 제조업 도시의 회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시대 수혜를 누렸던 숱한 노동자들이 이제 완연한 중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며, 막상 실직하고 보니 홀로 설 수 있는 기술은 없기 때문이다. ~실직자의 새 일 찾기, 즉 전환은 '눈을 낮추는 일'과 동의어다.




##비정규직으로 살아 왔기에 임금과 처우에 까다롭지 않고, 희망퇴직금을 받지 못해 다급햇으며, 무엇보다 옮겨지는 것에 익숙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공장이 떠난 이후,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민첩함을 부러워한다.~ "세상에 나와 보니 정규직들이 완전 뒤쳐져 있지. 공장 안에서도 정규직이 등한시하는 힘든 일을 비정규직들이 더 많이 했으니까 능력 면에서도 낫다고 봐. 생존 능력 자체가 강한 것도 사실이고."




##지역이 대기업 생산 기지만 가지고 성장하는 모델은 10년짜리라고 봐요.~ 하강기에 접어들면 의사 결정 기구 같은 핵심적인 기능이 없는 지역 생산 기지부터 잘려 나가죠. 그리고 다시 호황이라면서 돌아올 거예요. 그런데 그렇게 돌아와 봤자 비정규직으로 채우는 경우가 허다해요. 또 떠나야 하니까. 이런 성장은 마치 마약같아요. 




##대기업 한 곳의 생산 기지에 머무는 방식은 안된다. 노동자의 격차, 기업 간 격차를 벌리는 산업은 안된다. 지역에서 경영과 노동에 관한 의사를 결정할 만한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작아도 지역에 뿌리 박은 기업 여러 곳이 자생력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일이 사람 사이를 더 단단하게 해 주길 바란다.




##원자재 하나를 주문해도, 만든 제품을 실어 나르려고 해도 어느 정도 물량이 돼야 비용을 줄일 수 있어요. 우리 혼자만 잘 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시장 자체가 어느 정도 규모가 돼야 해요. 다른 공장들이랑 같이 해야 해요.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들과 중소기업이 어떻게 엮일지 고민해야 할 시점




##한국노동연구원은 위기의 충격에 관한 판판에서 일시적 충격과 구조적 충격이 구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시적 충격이라면 원래의 상태를 회복하기 위한 대응이 필요하다. 구조적 충격은 '기존 산업의 항구적인 쇠퇴, 혹은 장기 침체를 의미하므로 산업 자체의 구조 고도화, 지역 산업의 재구조화, 산업-지역 간 이동 촉진을 위한 정책 수단이 필요하다.




##우리는 오랜 시간 산업 정책을 중앙 정부 중심으로 실행했다. 한국의 제조업을 주름잡은 거대 기업을 상대할 수 있는 곳은 중앙 정부뿐이다. 모두가 중앙 정부를 바라볼 수 밖에 없다.~ 무작정 기업을 설득하고, 막대한 예산을 지원할 수만도 없는 일이다. 도시에 맞는 성장의 소재와 방식을 새로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유능한 지방, 또는 광역 정부가 필요하다. 다만 중앙 정부에 의존해 온 오랜 관행 탓에 지방 정부는 충분한 경험을 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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