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The Summer K-픽션 18
최은영 지음, 제이미 챙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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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최은영

 

 담담한 문체로 우리의 마음을 홀린 <쇼코의 미소> 작가 최은영의 최신작인 <그 여름>은 표지부터 관심이 갔다. 작가의 앳된 얼굴과 미소는 여름의 한순간을 찍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전작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책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 여름>K-픽션으로 출간되었다. K-픽션은 한글과 영어가 같이 쓰여진 것이 특징이다. 영어 공부를 하거나 외국인과 독서 모임을 할 때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친 안경을 쓰고 수이의 얼굴을 봤을 때 이경은 처음 안경을 맞춰 썼던 때를 떠올렸다. ...중략... 모든 것이 또렷하게 보였지만 바닥이 돌고 있는 것처럼 어지러웠다. 그때의 기분을 이경은 수이의 얼굴을 보면서 똑같이 느꼈다.” - P.10

 

 책은 서른네 살이 된 이경이 자신의 16년 전 과거를 떠올리는 것으로 진행된다. 그 여름 이경은 수이가 찬 공에 머리를 맞고 안경테가 부러지고 코피가 난다. 수이는 이경과 양호실과 안경점을 가게 된다. 그 뒤 수이는 딸기우유를 들고 이경에게 찾아와 몸을 걱정하고 그렇게 일주일을 반복한 뒤 둘은 데이트를 하게된다.

 

수이는 이경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자신을 그렇게 바라보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오래 바라볼 수 있구나. 모든 표정을 거두고 그렇게 가만히 쳐다볼 수도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경은 자신 또한 그런 식으로 수이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 P.18

 

 여기까지는 사실 평범한 고등학생들의 연애를 그린 것이라 생각했다. 책에 대한 줄거리를 미리 알아보지 않고 책을 고르는 나로서는 다음에 이어진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여자를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이경은 들어 알고 있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아이들이 레즈라는 단어를 어떤 뉘앙스로 말하는지도 알았다. 레즈, 라는 말을 뱉을 때 아이들의 얼굴에 어리던 웃음은 레즈비언이 어딘가 은밀하고 야릇하며 더럽고 무섭고 우스운 사람들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에 대해 확실히 알지 못했을 때였는데도 이경은 그 아이들과 함께 웃을 수가 없었다.” - P.22

 

 나는 당연하게 수이를 남자로 생각했다. 축구를 하는 모습에서부터 그렇게 생각했고 다리 위에서 만나 이경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쭈뼛한 모습을 상상하면서 확신을 했다. 사실 수이를 여자라고 생각도 못 했다. 놀랐다. 그렇게 둘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이경과 수이는 힘들기도 즐겁기도 한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서울로 올라간다. 이경은 대학교로 수이는 직업학교에서 자동차 정비를 배운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들이 느껴졌다. 동성애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 또한 오히려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우리는 모르는 것에 지레짐작으로 결론을 내린다. 동성애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그 이야기를 깎아내린다. 우리에게는 아무 자격도 없는데. 작가의 생각은 창작 노트에 담긴 남의 정원을 망칠 시간에 자기 정원을 가꾸라는 말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 담담한 문체로 생각을 표현한 작가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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