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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의 아름다움
필립 시먼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활동과 명상의 조화. 다시 말하자면 공동체 안에서의 삶과 나 개인을 위한 삶의 조화.
지난
주 광주에 다녀온 이후 내 기분이며 몸 컨디션은 최고였다. 마침 하루도 빠짐없이 무언가 사람만날 자리가 생겼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도 있었고, 내게 소중한 이의 요청이라 거부할 수 없을 때도 있었다. 이런저런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유들 덕분에 나는
계속해서 시간을 내고 무리를 했다. '오늘 하루만 더 시간을 내지 뭐, 오늘 하루만 무리하고 말지 뭐.' 그래서 어제까지 줄곧
바쁜 상태였다. 그러면서 정작 내 몸이 내게 보내는 메시지를 무시하고 있었다. 피로함은 쌓여만 갔고, 어느새 돌아보니 몸이 축나
있었다. 하루라도 짬을 내어서 푹 쉬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계속 사람 만나는 즐거움에서 헤어나오질 못한 것이다. 나를 위한 시간과
공간을 전혀 내어주지 않은 것이다.
어제
도 미리 세워둔 계획을 따라서 버스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그런데 순간 마음 속에 반발이 일었다. 피곤해서 몸이
거꾸러지는데도 계획이 나보다 중요한걸까? 잠시 고민하다가 버스에서 그냥 내려버렸다. 그리고 집으로 향했고, 그대로 엎어져서 잠이
들고 말았다. 눈 떠보니 아침이다. 그런데 하나도 아쉽지 않다. 개운한 기분, 개운한 몸.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바쁠 때
바쁘더라도 내 스스로를 잘 챙겨가며 바쁘자고 마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