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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톡, 보풀랜드입니다 - 제4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53
공지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15년 8월
평점 :
2015년 08월 22일 토요일- 복잡미묘한 책
[톡톡톡]. 보자마자 신기한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 글자 하나만 봤을 땐 그냥 무언가를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큰 파도가 자전거를 타고 있는 소녀와 아이를 뒤덮는 듯한 일러스트의 표지 때문에 뭔가 기묘하고도 환상적인 느낌이 났다.
높이 떠오르는 파도만 보고 있으면 마냥 위험해 보인다는 생각만 났지만 파도 주변에 일렁이는 별빛과 비슷해 보이는 것과 은은히 자전거를 타며 지나가는 이 둘 때문에
무섭고 위압적이라는 느낌은 나지 않고 되려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난 겉모습에 굉장히 혹 하는 사람이라 일단 표지를 보았을 때 부터 기대감이 생겼었는데,
뒷면에 적힌 소설가 이상권과 김선영의 추천사를 읽고 나니 작품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져 버렸고 내가 특히 기대를 머금게 했던 부분은 책 속의 목록의 소제목들이었다.
목록들의 글귀를 다 합치면 하나의 온전한 글이 되는 것 같은 이 신박함 때문에도 그렇고, 추천사도 꽤나 흥미롭게 써져 있고. 나는 부푼 가슴을 안은 채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기대를 너무 많이 한 탓인지 책은 생각보단 실망스러웠다. 물론 낙태를 했던 아이가 다시 나타나 엄마를 찾아다닌다는 설정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눈물이 찔끔 나오기도 했고. 근데 이렇게 흥미로운 설정에 비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는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일단 등장인물도, 등장인물의 관계도 너무 어설펐다. 일단 이 책의 주인공 부터가 너무.. 만화적인 캐릭터 였던 것 같다.
이 책에서의 달림은 약간 "아무리 엄마에게 아무리 부려 먹히고 잔소리를 들어 마음의 상처를 하늘만큼 땅만큼 가지고 있지만 괜찮아! 또 내가 손해를 보면서 까지 남을 도와줘도 괜찮아!
또또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인기가 많지만 나는 그걸 모르고 있지! 왜냐하면 나는 주인공 이니까!!!!!!" 이런 느낌이었달까.. 이 책에서 보여지는 달림의 행동과 말은 약간 기승전주인공 스러워서 어색해 보였다.
뭔가 애가 말도 안되게 긍정적이고 말도 안되게 (생각 없어보일만큼) 착했다...
특히 내가 이해하기 힘들었던 사람은 해림과 달림의 엄마였는데, 사실 내뱉는 말이 조금 거칠 뿐 딸을 생각하는 마음은 여느 엄마들과 다를께 없어보였다.
(솔직히 달림의 엄마가 달림에게 하고 있는 행동은 우리 엄마가 나에게 하는 행동이랑 다를게 전혀 없어서 그 걸 읽고 있는 나는 굉장히 당황스러웠었다.. 도대체 어느 점이 나쁜 거지.....?)
그냥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조금 억척맞은 주부) 어머니 같았달까. (특히 초반에 나왔던 달림과 엄마의 대화에서 난 이 점을 확실하게 느꼈었다.)
아마 작가는 초반의 달림과 엄마의 대화에서 달림의 엄마가 이렇게 은근히 나쁜 인간이다 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넣은 듯 했지만 엄마가 나쁘게 보이기는 커녕 되려 너무 지금 내 옆에 계신 우리 엄마 같아서 친근감이 들었다..
달림의 엄마가 달림에게 하고 있는 굉장히 낯설지 않은 행동과 말에 비해 달림이 엄마를 향해 내뱉는 속마음은 너무도 처참했다. 달림의 말만 따로 놓고 보면 거의 아동학대 급인데..
달림의 속마음과 실제 달림엄마의 말, 두개를 한 번에 붙여놓으니 퍼지는 이 어색함의 냄새.....
또 이 둘의 대화 뿐 만이 아니라 후에 달림엄마가 보푸라기를 대하는 행동이나 영업이 끝났는 데도 박 간호사에게 친절을 베풀고 대화를 하며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려 노력을 하는 모습은
여느 억척많지만 애정도 많은 대한민국 아줌마와 정말 별다르지 않아보였다.
달림 엄마를 첫째 해림만 예뻐하고 달림은 막 대하는 진짜 차별적 인간으로, 정말 나쁜 인간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면 달림엄마의 멘트를 좀 더 강하게 서술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리고 달림의 남자친구 지평도.. 초반엔 진짜 사랑꾼 인 줄 알았는데 뭔가 뒤로 갈수록 섹스를 하고 싶어 발정난 청소년 처럼 굴었던 게 자꾸 마음에 걸렸다.
또 스토리가 전개 되는데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한 미루도.... 뭔가 원치 않는 임신으로 철없던 소녀가 되려 성숙해지는 과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그리기 위해
(성숙해지기) 이 전의 미루를 평균 이상으로 철없게 그렸었는데 이 점이 너무 말이 안될 정도로 생각이 없어서 어이가 없었고..
자꾸 깐족대는.. 아니 깐족거림을 넘어서 다소 인격을 모독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는 보푸라기도, 이를 그냥 아 귀엽당ㅎㅎ 하며 아무 생각없이 계속 받아주는 달림..도....ㅎ..
그래서 나중에 중후반쯤 읽어갈 즈음엔 나도 그냥 반 쯤 포기하는 마음으로 읽고 있었는데 이 후반부가 꽤 좋았다.
'낙태를 했던 아이가 돌아와 엄마를 찾아 다닌다' 라는 설정이 결정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달림의 언니 해림과 친구 미루의 감정선도 같이 드러나기 시작한 부분이 좋았다.
덕분에 마지막 보푸라기들이 떠날 땐 나도 눈물을 찔끔 흘리기도 했고... 하지만 개인적인 바램으로 엄마를 진짜 더 악랄하지만, 또 동시에 인간적인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면
달림과 엄마가 해림에 대해서 격정적으로 대립하며 이야기 하는 장면이 들어가면 더 좋았을 것 같은 생각은 없지 않아 있다.
물론 이 책은 달림의 모험과 성장, 판타지를 펼치는 데에도 충분히 바빴지만 일단 이 책의 모토가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넘나들며 결국엔 현실을 말한다는 것이다 보니 이런 장면이 들어갔으면
좀 더 알차고 (좋은 의미로) 복잡한 책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이 책은 너무 전지적 달림 시점으로 진행이 되서 좋기도 했고, 다소 껄끄럽기도 했다.
좋은 점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마음이 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