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리커버 에디션)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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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 유시민

    

  이제 막 성년이 되어 세상을 나가는 딸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를 작가는 14권의 책을 빌어서 말하고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부터 E. 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까지. 어느 것 하나 쉽게 읽히지 않는 책들이지만, 작가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그만의 독서 포인트와 해설을 곁들이며 길을 안내하고 있다. 그렇다면 작가 유시민은 스무 살이 된 딸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책에는 인간 사회의 부조리, 불평등, 사회적 악덕, 진실, 진리, 끝없는 성찰, 신념, 지조, 용기,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 , 빈곤, 소유, 전쟁, 인권, 편견, 고정관념, 인간의 존엄성, 평등, 계급, 체제에 대한 반기, 이데올로기, 역사, 독재, 자유, 욕구, 인간 및 사회의 진화, 문명, 언론, 폭력, 무지, 이성등 수 많은 키워드가 나오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인간은 어떠한 존재인가,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등 인간에 대한 고민이 쓰며들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회적 문제에 대해 개인과 사회의 책임에 대한 고민과 성찰하는 자세를 요구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하는 청춘의 독서에 나오는 14권의 책 가운데 나의 독서 욕구를 자극한 5권이다. 첫 번째 책은 맬서스의 인구론이다. 여기에 나오는 유시민식의 성찰은 나에게도 울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맬서스와 얼마나 다른가. 내가 옳다고 믿는 것, 내 신념을 받치고 있는 수많은 통념들 가운데 그릇된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없을 것인가? ‘인구론과 맬서스는 금이 간 거울이다. 내 생각도 그릇된 편견과 고정관념으로 일그러져 있지 않은지 경계하면서, 거기에 나를 비추어 본다. 생각은 때로 감옥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최인훈의 광장이었다. 이 챕터를 읽으면서는 개인적인 소소한 경험과 오버랩되는 장면이 있어서 더 그랬을까. 십 년 이상 지속되었던 질문에 길잡이를 만난 기분이었다. 최인훈 선생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체제가 실패로 끝날 것임을 분명하게 예견하였다. 인간의 욕망을 억압하면서 사회적 사명감으로 사람을 강제하는 체제, 개인의 자발성과 신명을 말살해버리는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는 없다는 것이 작가의 진단이었다. 동의하고 또 동의한다. “광장이 쓰여진지 50년이 훌쩍 넘었지만 우리의 사회의 곳곳은 아직도 최인훈이 염려한 모습에서 별반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보수든, 진보든, 사회운동가든, 그 어떤 다른 이름을 붙이더라도 그 크고 작은 각각의 사회는 자신들의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 개개인의 욕망을 억누르면서 사명의 이름으로 사람을 강제하고 있다. 그리고 그 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듯하면 변절의 이름을 붙이고 낙인찍어 견딜 수 없게 만드는 만용을 부리고 있달까.

  세 번째는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이다. 자본주의가 불러온 대중의 궁핍, 불평등과 차별에 항거하는 공산주의 혁명운동이 유럽을 휩쓸던 시절이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대중의 궁핍과 불평등 차별은 자본주의가 아니었던 시절에도 똑같지 않았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실패한)현 사회주의 국가들도 똑같은 양상을 띠고 있지 않은가. 인간 사회의 문제와 해결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인간 사회의 문제는 경제학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챕터를 읽은 나의 감상이다. 하지만 이는 읽지 않은 상태에서 내린 진단이기에, 그런 의미에서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은 언젠가 되도록 이번 해에 꼭 정독해 보고 싶은 책이다.

  네 번째는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이다. 특히 이 챕터에서는 유작가 특유의 비판 정신과 통찰력으로 종합편성 채널, 이른바 종편을 반대했던 이유를 소설에 빗대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냈다. “신문사와 대기업이 지상파와 종합편성 채널 편성권을 장악하고, 대기업이 광고주의 위협으로 다른 미디어까지 간접적으로 조정하면 종국적으로 인터넷 포털까지 남김없이 그들의 통제 아래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들은 자기네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정보를 자기네가 옳다고 여기는 방식으로 가공해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형식으로 국민에게 제공할 것이다.” 현 언론의 문제를 곱씹으며 역시 올해의 독서 목록에 넣어야 겠다는 의욕이 타올랐다고나 할까.

  마지막으로는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이다.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오면 누구나 한 번 이상은 들어봤을 카의 역사 해석. 그래서 읽지 않고도 읽은듯하고 다 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책의 대표가 아닐까 한다. 이 책을 통해서도 유작가는 과거 정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였다. “나는 유신 정권이 저지른 인권유린과 부정부패, 독재 체제에 기생하는 자들이 저지른 온갖 악행과 사회적 불평등이 종식되는 것을 보고 싶었다. 그렇게 하려면 유신 체제라는 사악한 제도의 전제에 대하여 이성의 이름으로 근본적인 도전을 감행하는 인간의 결의가 있어야 했다. 이성의 이름으로 유신 체제에 대해 근본적인 도전을 감행하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며, 그런 의미에서 모든 시대의 역사는 현대사이다.” 그러면서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건국 이후 국가권력이 저지른 인권유린 범죄를 정당화하려는 뉴라이트 현대사 교과서 등을 예로 들면서 카의 역사서 의미를 현재에 적용하여, 교과서의 내용을 현재로 끌어와서 이해시키는 스마트함을 보여주었다. ‘이성의 이름으로 이성의 이름으로. 나의 뇌가 이성의 이름으로 항상 각성 상태를 유지해주길 바란다.

  작가는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알겠으나 그것을 어떻게 이루어야 할지 몰라 번민하고 있으며, 같은 방향을 보고 걷는 사람들과도 손을 잡기가 어려우며, 다른 생각 없이 그저 잘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하면서 나에게 친숙한 작은 공동체 안에서만 머무르고 싶다는 소회로 이 책을 마치고 있다. 짧은 문장에서 작가의 그간의 고민이 충분히 전해졌다. “청춘의 독서를 읽는 내내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유시민의 필력에 감탄하며 읽었던 거 같다. 막연한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그의 능력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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