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질문들
김경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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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질문들", 사람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게끔 제목을  잘 지었다는 느낌이 드는 책이다. 특히나 요즘 창의성을 중시여기는 사회 분위기와도 잘 부합되는 제목이 아닌가한다.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진열되어 있는 책을 보면, 인문서들이 많지 않은데, 그것은 다른 분야에 비해 인문서들이 쉽게 읽히지 않기때문에 결국 사람들의 외면을 받은게 아닐까한다. 그런 의미에서 쉽게 읽히는 대중 인문서들이 많이 출판되었음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대중의 욕구에 충실한 책인거 같아 반가웠다.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세상을 바꾼 질문을 던진 15명의 이름을 훑어보고, 저자가 이들을 선정한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했다. "세상을 바꾼"이란 엄청난 말의 무게를 15인이 멋지게 짊어지고 해결하고 있는지, 그리고 저자가 그 일을 글로 잘 풀어냈는지 기대가 됐다. 본문을 읽으면 읽을 수록 저자의 기획의도는 좋았으나, 약간은 비약적이고 무리한 시도는 아니었는지 생각이 들었다. 일단 15인의 선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거 같아 공감이 되지 않았다. 저자는 "당시에는 아무리 무시당하고 비난받아도 꿋꿋이 자신만의 길을 가며 결국 언젠가는 그 가치를 인정받은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어 왔다(p.113)"는 판단으로 열 다섯명을 꼽은거 같다. 하지만 이 기준을 놓고 보더라도 석연치 않은 인물들이 몇 명 생긴다. 현실, 상식, 권위에 순응하지 않고 용기를 내서 도전한다는 기준을 놓고 보더라도 그들의 그런 행동이 당대에 혹은 후대에 센세이션을 일으키거나 시대정신을 이끌고 삶의 패러다임을 바꿀만 한 것이었나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인거 같았다. 분명 저자만의 선정 기준이 있었을 테지만 글에서는 그러한 점이 잘 드러나지 않아, 이런 불확실한 부분이 독자의 가독성을 해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현재 눈에 보이는 세계인의 삶의 양식을 바꾼 멀리는 에디슨 가깝게는 스티븐 잡스보다 일론 머스크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 미셀 푸코나 에릭 홉스 봄 혹은 프로이드보다 에드워드 사이드였어야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리고 하인리히 슐리만같은 경우에는 트로이 목마에 대한 열정으로 고고학 분야에 불을 지피기는 했지만, 오히려 문화재 훼손이라는 양면이 존재하는 논란의 인물이기에 그러한 면도 선정에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메리 울스턴 같은 경우에도 동시대에 여성 인권과 참정권에 대해 열정적으로 투신한 이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어떤 기준으로 왜 그녀가 이 목록에 올랐는지 설명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애거사 크리스티가 세상에 던진 그 질문이 현재까지 인류사에 미친 영향력에 대해서도 그다지 동의가 되지 않았지만, 그보다도 왜 추리소설 분야를 소재로 선택했는지도 설명되어야 한다. 각 인물의 선정 이유, 더 나아가 그 인물들의 전공 분야가 인류사에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분명히 밝혀 논란의 여지를 없애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또한 저자가 서양근대사 전공자라 그런 것이겠지만, 너무 서양 중심적이고 근대 이후만 다루며, 동양적 시각이 배제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근대 이후 서양을 중심으로 세계가 재편성되고 급격한 변화를 겪고 그 영향이 전 세계에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서양 중심적인 사관에 의한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해부학에 근본적인 의심을 품은 안드레아스 베살리우스를 첫 번째 인물로 이 책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저자는 해부학 분야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베살리우스 자체보다, 그가 살았던 시대 즉 르네상스 시대를 주목하고 싶은거 같았다. 르네상스 운동을 기점으로 서양이 세계사의 주류로 등장하게 되었고 그 시대의 영향을 받은 상징적인 인물로 베살리우스를 내세웠다는 느낌이다. 
 두 번째 인물은 니콜로 마키아벨리로 우리에겐 이미 "군주론"으로 익숙한 사람이다. 아마 "군주론"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도 입시 공부때문에 마키아벨리와 군주론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마키아벨리 역시 르네상스라는 새 시대의 흐름을 읽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정치사상을 제시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인물은 프랑스 혁명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던 막시밀리앙 드 로베스피에르다. 혁명의 근본에 대해 질문을 던진 로베스피에르를 읽는 중에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고, 그의 질문이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하다(p.70)"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였다. 그리고 시대적으로 지역적으로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있는 지금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당시 프랑스 혁명의 기본 정신을 또박또박 읽어주고 싶은 충동마저 일어났다. 하지만 저자가 로베스피에르를 저술하면서 그에게 연민을 가지게 된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심지어 '공포정치'마저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는 입장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너무 로베스피에르의 편에 서서 기술하지는 않았나 한다.
 네 번째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다. 그녀의 여성 권리 운동은 당시에는 즉각적인 효과를 일으키진 못했지만(p.110), 여성 운동에 마중물같은 역할을 하였기에 선정된 것 같다. 그리고 울스턴크래프트라는 여성 인권 운동가를 만들어낸데에는 역시 당시 계몽주의라는 시대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즉 저자는 세상을 바꾼 영향으로 르네상스, 혁명에 이어 계몽주의를 중요 포인트로 꼽고 있는 것 같았다. 
 다섯 번째는 루트비히 반 베토벤으로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자신의 핸디캡을 뛰어넘은 대단한 사람이지 세상을 바꿀만한 인물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섯 번째는 진화론의 찰스 다윈이다. 다윈의 진화론이 과학계에 파장을 일으켰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그의 진화론이 계몽운동이라는 시대 흐름속에 나왔고 후에 산업화와 결합하여 다윈주의, 적자생존, 우생학 등의 이론을 낳았으며, 결국 제국주의에 날개를 달아주었다는 부분은 저자가 왜 찰스 다윈을 선정했는지 충분히 설명되는 부분이었다. 
 일곱 번째는 전설을 현실로 증명한 하인리히 슐리만이다. 슐리만은 야만성이라든가 진실성 여부로 아직 논란이 있는 인물이고, 그래서 돈이 아니라 끊임없이 꿈을 좇는 열정적인 사람이라는 평가도 조심스럽게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마도 저자는 제국의 시대 부산물로 슐리만을 선정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덟 번째부터 마지막 열 다섯 번째는 이사도라 던컨, 코코 샤넬, 애거사 크리스티, 프란츠 파농, 마거릿 미드, 에드워드 사이드, 크레이그 벤터, 일론 머스크가 선정되었다. 이중 프란츠 파농은 제국주의 종식의 끝에서 활동한 인물로 에드워드 사이드는 냉전 시대의 대표 인물로, 크레이그 벤터와 일론 머스크는 아직 그들의 실적을 평가내리기에는 시기상조지만 인류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인물로 한 명씩 꼽은거 같다. 
 저자는 르네상스, 혁명, 계몽주의, 산업, 제국주의, 냉전시대, 미래를 키워드로 잡고 각 시기에 인물들을 정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김경민의 책을 읽다보니 사이토 다카시의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이란 책이 떠올랐다. 사이토의 책에서는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 종교"를 세계를 움직인 힘으로 보고있다. 물론 사이토의 책도 몇 가지 아쉬운 점과 오류가 있기는 하지만, 다섯 가지의 주제로 세계사의 움직임을 풀어나가는 면이 꽤 신선했는데, 어떤 면에서 김경민은 사이토의 다섯 가지 주제를 인물 중심으로 설명해내려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매년 일정한 논문 편수로 실적을 내야하는 학계에서는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인문서가 나오기 쉽지 않은 풍토인데, 김경민 같은 연구자가 있어 앞으로의 대중 인문서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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