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 산다는 것 - 학교교육의 진실과 불복종 교육
조너선 코졸 지음, 김명신 옮김, 이계삼 해제 / 양철북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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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면 다른 이의 생각을 비판하거나 공격할 권리가 없다고 말할 때, 이 말의 행간에는 언제나 더 나은 게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것은 마치 건축업자가 아름다운 푸른 계곡 한복판에 거대한 빌딩을 세우고 나서 비판자들을 똑바로 쳐다보면 당신들은 이보다 더 좋은 것을 세울 수 있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 이런 말은 훼손되지 않은 땅 너머로 푸른 지평선이 보이던 때가 있었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한다. 모든 것에 대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전혀 존재할 필요가 없는 것도 있다.


생각해보면, 아주 오랜 시간 주입식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대학에 가서 처음으로 토론 수업을 했다. 3월의 그 첫 토론 시간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열 명이 둘러 앉아서 아무 말도 없이 멀뚱멀뚱 서로 쳐다보기만 했던 그 어색한 시간을 말이다. 아무도 입을 떼지 않아서 어색했던 그 시간 이후 교수님은 발언을 할 때마다 점수로 체크를 했던 것 같다. 그제서야 말을 하는 아이들이 생겼는데... 생각해보면 참 우스운 일이다. 점수 때문에 자기 생각을 말한다는 것이, 그럼에도 한마디도 하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던 것 같다. 너무너무 부끄럽거나 그런 게 익숙하지 않아서 프린트물만 열심히 만들어 오고 말은 하지 않는 아이들. 우리는 늘 선생님이 칠판에 쓴 것을 받아 적거나 열심히 외우거나 문제를 풀거나 그런 교육에만 익숙했던 것 같다. 그것도 십 년이 넘는 시간을 말이다. 한 번도 내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 생각을 말해야 하는 자리가 너무 어려웠던... 회사에 와서도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말하는 것에 익숙한 현실, 대한민국은 체제에 잘 순응할 수 있는 인간을 만들어 내는 교육에 올인을 한다. 남들과 늘 똑같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회, 다른 생각을 하면 바로 폭력을 행사하는 사회, 그것이 질서를 지키게 하고 길들이기 편한 사회가 되니까 말이다.
<교사로 산다는 것은>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상식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 아이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보여줘야 하는 선생과 학부모가 그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교모하게 세뇌를 받았는지 이야기한다. 링컨이 노예 해방에 대해 이야기한 것의 다른 이면, 그의 또다른 생각, 그리고 우리가 미처 몰랐던 소로우의 생각들,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았던 또다른 진실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영영 모를 그런 진실들을 말이다. 역사는 얼마든지 저들의 손에 의해 조작되고 날조된다. 그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교과서는 다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교과서는 틀림이 없다고 생각한다. 깨끗한 도화지에 아이들은 그들이 만든 진실을 채워나간다. 참 슬픈 일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진리를, 진실을 찾을 수 있게 교사와 학부모가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 교과서에 쓰인 대로 가르칠 것이라면 어른이, 교사가 학부모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건 로봇이 아무 생각 없이 메뉴얼대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살면 살수록 내 생각을 가지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내 생각이 없으면 휘둘리고 이용당한다.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만 한다. 읽고 쓰고 공부해야만 한다. 커다란 배가 무너져갈 때,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을 듣고, 그 말을 믿고 어른들을 믿었던 아이들에게 우리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 아이들이 수십 년동안 배워온 그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은 모두를 살리는 길이 아니라 모두를 죽이는 길이었음을 말이다. 아이들은 친구를 위해서 그리고 전체를 위해서 그 말을 믿었을 것이다. 내가 튀는 행동을 해서, 내가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해서 배가 잘못될까 봐 그 말을 진짜로 믿었을 것이다. 나는 그 아이들이 진짜로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이 자신을 살릴 것이라고, 가만히 있으면 배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진짜로 믿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우리가 그동안 아이들을 가르친 방식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부 거짓이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다시 말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미래를 가르쳐야 한다. 지금까지의 방식을 계속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면 우리의 미래는 진짜 ...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앞으로 엄마가 될 나이기에, 한 아이에게 보다 괜찮은, 진리가 정의가 세상을 자유롭게 하는 그런 대한민국을 보여주고 싶은 내 마음을 다해 더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다. 나중에 그 아이가 나를 용서할 수 없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말이다.

 

 

목적은 거대한 문제를 실천할 수 있는 여러 개의 작은 항목으로 나누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아이들에게 불공정과 억압의 거대한 연쇄고리를 설명한 후, 동네 탁아소에서 봉사활동을 하거나 인종차별을 하는 기업 빌딩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거나 비참한 환경에서 사는 가난한 세입자들의 집주인 집 앞에서 연좌시위를 하도록 아이들을 독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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