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동양고전 슬기바다 6
홍자성 지음, 김성중 옮김 / 홍익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먼저 내가 구입한 책은 북타임출판사에서 펴낸 양장판 채근담임을 밝힌다. 네이버 DB에서 이미지를 검색할 수 가 없어서 부득이 홍익출판사의 이미지를 사용했다.

세상사는 것은 누구나 느끼듯이 만만치 않다. 좀 잘 나간다 싶으면 이내 어려움에 빠지게 되고, 절망 속에서 이제 끝이다 싶으면 생각치 못한 탈출구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늘 궁금한 것이 바로 인생의 비결이다. 어떻게 하면 넘어지고 구르고 눈물 흘리지 않고 도도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서점에 가면 이문제에 대한 시대적인 답변을 어느정도 엿볼 수 있다. 예컨대, 요근래 몇 년 동안 사람들은 [성공학] 속에서 답을 찾는 듯 했다. 너도 나도 한번쯤은 부자가 되고 싶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주식이나 경영학에 관한 책을 사서 보지 않았던가. 그러나 메뚜기도 한철, 어느덧 흐름은 바뀌어 이제는 [힐링]의 시대다.

돈으로 세상을 이기려 하니, 마음에 상채기가 많이 생겨서 그랬을까. 흐름은 이내 바뀌어서 이제는 따스한 위로와 정신적 어루만짐을 찾아서 사람들의 손이 움직이고 있는 듯 하다. 거의 모든 명사 앞에 힐링이란 단어가 어색하게 붙어있다.

채근담은 변함없음을 강조한다. 아니, 정중동을 가르치고 있다고 해야 옳을지도 모르겠다. 세월의 바람에 이리저리 휩쓸리며 사람들의 말에 현혹되거나 끌려다니며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기보다 그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인내와 끈기에 대해 힘주어 말한다.

"딱딱한 야채 뿌리를 씹듯이 역경을 견딜 수 있으면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처음 읽었을 때 이책의 느낌은 무색무취의 물 맛이었다. 특별한 감흥도 울림도 없었다. 책장에 대충 꽃아놓고 잊고 지내다가 어느날 답답한 마음을 풀어줄 무언가를 찾을 때, 문득 다시 이 책이 떠올랐다. 그리고 선뜻 손길이 갔다. 아니, 애타게 찾았다. 어디 뒀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서.

그리고 다시 한 편 한 편을 읽을 때, 마음이 시원해짐을 느꼈다. 달고 자극적인 음료가 아닌, 죽어가는 사람의 부르튼 입술로 흘러들어가는 서늘한 우물물 처럼 다시 읽은 이 책은 내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나에게 정작 필요했던 것은 어느날 나를 새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신비한 공식이 아니었다. 그저 다시 하늘을 바라보고 사람답게 살도록 도닥여주는 낮고 조용한, 그러나 질리지 않는 조언이었다.

지금 이 책이 책상위 손 닿는 곳에 놓여있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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