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 길들임과 행복해질 용기


참된 길들임이란 무엇인가


넌 아직도 나에게 수많은 다른 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한 소년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난 너를 필요로 하지 않고, 너도 날 필요로 하지 않지.

난 너에게 수많은 다른 여우와 똑같은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난 너에게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거야.

- 생텍쥐페리,《어린 왕자》中


어린왕자에서 소행성 B612에서 온 어린 왕자는 여우에게 길들임에 대해 배운다. 길들인다는 것은 인내심을 가지고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것을 통해 상대방을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동시에 나 자신도 상대방에게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존재를 길들이고 또한 길들여지며 관계를 맺어간다. 하지만 정작 힘들고 외로운 순간 홀로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참된 길들임을 맺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저 필요와 상황에 휘둘리며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일 것이다.


길들임은 책임이자 훈련이다


참된 길들임에 대해 배우기 위해선 어린 왕자가 여우를 만났듯, 좋은 스승이 필요하다.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는 애인의 바람, 집안의 파산, 일에 대한 회의감 등으로 불행해진 사라에게 고양이 시빌이 찾아와 그녀를 입양하여 길들이고 행복을 찾아주는 이야기다.


사라 레온은 스페인 출신으로, 영국에서 10년째 남자친구 호아킨과 동거중이다. 행복했던 것은 잠시, 일에선 즐거움을 못 느끼고 애인과는 서먹해진지 오래다. 누적된 스트레스에 그녀는 클라이언트와 미팅 중에 기절한다. 절망적인 그 순간, 고양이 시빌이 그녀에게 말을 건다.


시빌은 생각보단 감각, 상상보단 현실에 집중하는 삶을 사라에게 훈련시킨다. 그녀가 남자친구의 바람을 알아채고, 이사하고, 업무에 복귀하는 등 괴로워할 때마다 어떤 조건 없이 자신의 보드라운 털을 쓰다듬을 수 있도록 허락해준다. 그렇게 사라는 고통에 맞설 힘을 얻는다.


소설을 읽으며 길들임이 단순히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친해지는 과정 그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빌이 사라에게 했듯, 길들이는 것은 상대방에게 유일한 존재가 되어, 그를 책임지는 것이다. 그 사람의 행복한 삶을 위해서 훈련시키고 고통을 나눠주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행복해질 용기를 배우다


고양이 시빌사라를 훈련시키는 과정을 보며, 아들러의 심리학을 다룬 미움받을 용기가 떠올랐다. 시빌이 제시하는 행복을 위한 기술들이, 아들러가 열등감과 불안을 극복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말한 자기수용, 타자신뢰, 타자공헌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시빌은 사라에게 감각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그녀의 걱정과 염려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임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자신을 속이고 한계 짓는 사람이 결국 자신임을 받아들이도록 한다. 이는 아들러가 말한 내면의 열등감과 자의식 과잉을 인정하는 자아수용의 단계다.


하지만 의식한다고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괴로운 상황에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타인에 대한 불신을 거두는 타자 신뢰가 중요하다. 사라는 시빌의 조언에 따라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그러면서 자신의 마음을 추스른다.


행복을 배우기 위한 결단


절망 속에 고양이가 위로의 말을 걸고 행복 훈련을 시키는 건 한 번 쯤 해볼 만한 기분 좋은 상상이다. 하지만 그 고양이를 통해 이 책의 저자가 나누고자 하는 깨달음은 결국 행복은 서로를 길들이는 과정 끝에 얻어지는 것이고, 그것을 위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어린 왕자에겐 여우가 찾아왔고, 사라에겐 고양이가 찾아왔듯이 우리에게도 행복을 가르쳐줄 스승들이 찾아온다. 굳이 동물들이 아니더라도, 사람과 책 등 우리를 행복의 길로 이끌어 줄 존재들이 문을 두드리고 있다. 결국 행복의 길로 들어갈 결단이 중요한 것이다.

p.52 "난 뭐가 중요한지 알아. 네 머리가 헤어볼처럼 완전히 헝클어진 채로 뭉쳐 있다는 것. 그리고 네 심장이 잊힌 채로 슬프게 시들고 있다는 게 중요하지. 누가 봐도 알 수 있어."
"참 끔찍하지, 사라. 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야. 삶이란 너무나 환상적이고 마법과도 같이 기쁜 건데……."

p.99 "네 머릿속에 날뛰고 있는 생각이 전부인 게 아니야.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네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이란 사실 네 머릿속에서 날뛰고 있는 생각들과는 상관없다고 해야 할까. 관찰을 해봐, 사라. 네 주변 공기의 냄새를 맡아봐. 네 피부를 느껴보라고, 귀 기울여 들어봐. 인생은 매순간 다시 태어나고 있어. 태초부터 그랬던 것처럼 항상 새롭게."

p.135 "지금 네 자신을 챙겨야 해. 사실 더 좋은 건 널 챙겨줄 사람을 찾는 거야. 여기서 나가자. 다른 안식처를 찾아보자고. 너를 사랑하고 지지해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지낼 수 있는 곳으로. 우리 고양이들은 위기 상황에서 더욱 독립적이 되지만 너희 인간들은 어딘가 개와 비슷한 면이 있지. 너희도 개처럼 무리가 필요해."

p.314 난 `이것도 안 돼. 저것도 안 돼`라고만 말하는 거울 속 형상의 존재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많이 놀고 더 적게 일하기 시작했다. 닫힌 방에서 바로 걸어 나갈 수 있다고 믿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난 이미 밖으로 나갔다고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날개를 달고 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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