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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해부 - 나치 전범들의 심리분석
조엘 딤스데일 지음, 박경선 옮김 / 에이도스 / 2017년 7월
평점 :
제목만큼 거창하게 악을 해부하고 있지는 않다. 역시 인간 내면의 평범한 악에 대한 것이라면 방대한 자료가 뒷받침되는 <루시퍼 이팩트>만한 것이 없다. 악에 대한 밀도 있는 고찰이라기보다는 1945년 나치의 패망 이후 연합군의 첫 나치 전범 재판인 뉘른베르크 재판의 진행 과정과 당시 전범들을 심도깊게 연구한 두 학자의 상반된 의견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뉘른베르크 재판의 역사적 배경부터 시작해서 나치 전범들에게서 인간성이 가진 보편적인 악을 찾아낸 켈리와 그들을 악의 화신으로 여긴 길버트의 대립과 그들에 대한 후일담까지 들려주고 있어 흥미진진하게 읽혀진다.
네 사람의 각기 다른 사회적 위치와 성향을 가진 전범들에 대한 진술들은 과거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확실히 그들이 뇌손상, 혹은 선천적이거나 후천적이거나 어떤 정신적인 문제를 가졌는지 여부는 지금에 와서는 단정지을 수 없지만, 재판에서 어느 정도까지 참작해 줄 수 있는지는 바로 지금 인천 초등생 살인범만 봐도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정신적 손상에 대한 심리 검사라든가 전문적인 이야기가 나오지만 꽤 술술 읽혀진다. 역사적 사건을 시간적 순서로 진술하고 있어 몰입도가 높다.
인간 내면의 보편적 악을 떠올려보면 조금 암담한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악을 보고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에 동참하게 된다는 게 얼마나 깨어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주기도 하지만... 그만큼 누구라도 먼저 '첫번째 팽귄'처럼 시작한다면, 인간이란 또 그만큼의 동감과 배려의 물결에 휩쓸릴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 겨울의 촛불혁명만 봐도 인간에게는 분명 가능성이 있다.
결국 얼마만큼 내 안의 선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이고, 내가 돌리고 있는 나사가 원자폭탄의 나사인지 아이들 장난감의 나사인지를 아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모두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고, 인간은 지구에서 함께 살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