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을 건너온 약속 오늘의 청소년 문학 39
이진미 지음 / 다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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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올해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이 일어난 지 백 년이 되는 해이다. 당시의 사건을 바탕으로 할머니를 여읜 일본인 소녀 린과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하루가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에서 아주 조금 감이 왔을까? 소녀, 할머니, 역사 그리고 백년의 시간. 이 책은 많은 영화와 책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인 타임슬립을 주제로 한 이야기다. 타임슬립의 배경은 관동대지진이 일어났던 일제강점기 시대의 일본이다. 일본에서 일어난 조선인 학살사건, 그 살벌하고 무거운 사건을 아이들은 어떻게 느끼고 경험하고 이해했을지 매우 궁금해졌다.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할머니의 부재가 가져온 슬픔이 기폭제가 되었을까. 린은 무작정 할머니의 본가로 찾아간다. 의도치 않게 여정을 함께 꾸리게 된 반쪽 일본인 친구 하루도 동행한다. 할머니의 집에서 찾게 된 불단 속에 보관되어 있던 만년필 펜촉. 그것이 아이들을 타임 슬립하게 만든 일종의 판도라 같은 것이다.

과거로 간 아이들은 그곳에서 관동대지진의 역사를 직관하게 된다. 지진 발생 후 거의 패닉 상태에 빠져 있던 간토 사람들은 극심한 공포에 질려있다. 이 공포는 일본인과 조선인을 가리지 않고 찾아왔지만 공포의 대가는 조선인이 치러야 했다.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일본인의 조선인에 대한 민심이 폭발하면서 조선인은 닥치는 대로 죽이기 시작한다. 과거로 간 아이들이 직면한 끔찍한 현장이었다. 조선인 대학살이라는 혼란한 틈에서 린은 드디어 보게 되었다. 할머니가 그토록 이루려고 했던 노력의 순간을. 그리고 그것이 꼭 지켜내야 했고 반드시 이뤄내야 했던 약속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관동대지진이라는 혼란을 틈타 벌어진 조선인 대학살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사과와 반성은 없다. 하지만 린의 할머니처럼 누군가는 그 사건을 기억하고 위로하며 진실을 왜곡하지 않는다. 린과 하루라는 캐릭터를 통해 가해자였을 일본인으로서의 삶, 그리고 피해자였을 한국인으로서의 삶을 투영하여 그들이 어떻게 어울리며 살아가는지 보여주는 듯하다.

 

백 년을 건너온 약속을 읽고 또 하나의 역사를 심도 있게 공부한 것 같아 매우 흡족하다.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한편의 이야기를 내 아이에게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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