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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이부치 - 단 한마디를 위한 용기
최덕현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3년 8월
평점 :

이 책은 과거 난징대학살 당시 실제로 참전했던 일본군 병사 아즈마 시로의 이야기를 픽션으로 만든 그래픽노블이다. 그래픽노블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으나 완독 후에는 가슴이 먹먹해지고 울화가 치밀어오르는 분을 삭여야 했다. 가슴이 미어졌다. 견고하게 다져진 그 어떤 가치나 의식도 무너질 만큼 커다란 아픔이 전해져온다.
뚜이부치는 중국어로 미안합니다 라는 말이다. 실존 인물인 주인공 아즈마 시로가 평생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 뚜이부치는 개인과 개인을 넘어서 나라와 민족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의미이다. 일본은 자국의 패전을 인정하면서도 그들의 과오를 인정하지는 않는다. 과거 독일처럼 그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주변국과의 화해와 소통을 이어가면 좋을 텐데 왜 일본만은 지난 과오를 이렇게나 부정하는 걸까. 잘못된 역사의식은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거침없이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들의 분노와 노여움 역시 과거에서 미래로 사무치듯 이어지고 있다. 그곳에 사과는 없다.
뚜이부치는 제4회 대한민국 창작만화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대상에 빛나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난징대학살이라는 사건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알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픽 노블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거라며 중1 아이에게 권유한 책이었는데 아이는 너무 잔인하고 슬프다고 토로했다.
책의 장르 상 장면과 장면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덕분에 우리는 그 순간과 장면을 머릿속에 박제화시킨다. 잔인함이 커지고 슬픔도 커진다. 아픔은 배가 되었다. 이런 감정들로 책 한 권이 지닌 역사의 한 자락을 훑어보고 지나 온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어떠한 현재를 기록할지 고통의 과거, 가슴 아픈 역사를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