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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불링 스토리 ㅣ 꿈꾸는 문학 1
한은희 지음 / 키다리 / 2021년 4월
평점 :

얼마 전 딸아이 학교상담을 진행했다. 초등 5학년이 되면 여자아이들은 무리를 이루기 시작하고 그때부터 친구 사이의 이해관계가 얽힌다거나 휘말릴 수 있으니 혹시라도 상담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던 담임선생님의 조언이 있었다. 이제부터 바짝 긴장을 해야겠구나 싶던 찰나에 만나게 된 책. [네버 불링 스토리]
시원이는 늘 반에서 학업성적 1등이지만 표현 언어장애가 있는 친구이다. 담임선생님과 반 아이들은 모두 그의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놀랍게도 부모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부모님의 부부 싸움이 그가 표현을 두려워하는 발화점이 된 것이다. 늘 소심하고 부끄러움이 많다고만 생각했던 부모에게 이 소식이 청천벽력과 같았다. 엄마에게 선물 받은 민물 게는 서로 잘 지낼 수 없는 자신의 부모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민물 게 2마리가 모두 죽고 나서는 민물 게 따위는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지우려 했던 기억들이 되살아나서 시원이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
낡은 인형을 가지고 다니는 같은 반 주리는 점심을 같이 먹을 친구가 없어 밥도 굶는 아이다. 그런 주리를 보면서 시원이는 자기도 모르게 연민과 안타까움을 느낀다. 주리는 나와 같은 처지이며 도와줄 방법은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시원이는 엄마가 자신의 표현 언어장애를 알았을 때 달렸다. 세상을 피해 달렸다. 세상 모든 걸 피해서 지구 끝까지 도망가려 했다. 다시는 부끄러운 이 세상과 마주치는 일이 없어지길 바라며... 소나기 같은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했을 시원이를 생각하니 부모로서의 깊은 원망과 책임감이 느껴진다. 시원이는 엄마 아빠가 싸우고 식당에 자신을 버리고 간 그날 이후 아주 깊은 상처를 받았던 것이다. 그 상처를 꺼내면 또다시 자신이 버려질까 봐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주리와 드디어 친구가 되었다. 주리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다. 주리라고 부를 수도 없고 야라고 할 수도 없고 친구라는 말이 어색하지도 않고 참 깔끔하다며 너스레를 떠는 시원이 보니 막혔던 내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시원이가 맘속으로 외쳤던 그 말이 떠오른다.
브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