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숲 환상책방 13
이혜령 지음, PJ.KIM 그림 / 해와나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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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책을 읽고 나면 나는 항상 책의 내용을 물어본다일종의 스포를 유도하는 것 일 수도 있고 아이가 정독을 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나의 예리한 절차이다그럼 아이에게서 되돌아오는 반응은 보통 두 줄 정도로 짧게 요약을 해주는데 이번엔 좀 말이 길다아이의 말을 끊고 이번 책은 요약이 안 되는 것 인지를 물으니 너무 재밌어서 다 얘기해 주고 싶어 서란다그러니 엄마도 이 책을 꼭 읽어보라며 책을 건넨 나에게 오히려 꼭 읽어보라며 강력 추천을 해 주었다.

 

아이에게 건네받은 괴물의 숲은 상상력을 휘어감은 전개와 놀라운 판타지의 세계를 여행하기에 충분하다이 소설의 대상 연령이 아동이라서 이 동화책이 유치하다거나 혹은 뻔한 설정의 동화일 것이라는 추측은 사양한다.

 

이 책의 시작은 민화이다내가 생각하는 민화는 해학적이고 익살스러운 동물인데 동화 속에서는 조금은 섬칫하고 조금은 이상한 형태의 동물로 탄생되었다통상적인 동물의 모습이 아닌 낯선 동물의 이미지에 아이는 눈을 떼지 못하고 책에 아주 흠뻑 빠지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괴물의 숲이라는 타이틀에서 나오는 몰입감이 실제로도 아이가 책에 열중하고 스토리에 탐닉하는 근거가 된 것 같다책에 푹 빠져 있는 아이의 모습이 이렇게도 예쁠 수 있을까 싶은 순간이다.

 

  아빠를 잃고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소년 서준과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에 열병이 있는 아라를 다시 아름다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한 힘의 원천은 무엇이었을까이 책이 성인용이었다면 화려한 무기라든지 기막힌 묘책이라든지를 기대할 수도 있었겠으나 이것이 동화임을 감안해서 서준이의 아라를 위한 순간들의 용기 그리고 마음속 두려움을 이겨낸 아라의 희망에서 그 에너지를 찾았다고 해야겠다.

 

  괴물의 숲은 초등학생인 서준이와 아라의 절박함 속에서 피어난 용맹함과 민화의 상상 속 동물들의 잘 어우러진 판타지 동화이다판타지 자체가 주는 스릴과 즐거움은 언제나 옳지만 주제를 민화에서 찾았다는 사실이 더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초등 고학년인 아이가 이 책을 다 읽고 나에게 한 말은 아이러니하게도 "나도 활 쏘고 싶다"였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반드시 빠져들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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