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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파업 중 ㅣ 이마주 창작동화
프라우케 앙겔 지음, 슈테파니 브리트나허 그림, 박종대 옮김 / 이마주 / 2020년 12월
평점 :

[엄마는 파업중]이라는 같은 제목의 국내 아동 도서가 있는데 지금 보고 있는 책의 저자는 독일인이다.
집안 일과 육아가 엄마들의 것이라는 인식이 단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 어쩌면 나는 그 사실에 차라리 안도했다.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엄마들의 헬육아는 존재하고 끝없는 가사노동과 정신적 피로가 주는 스트레스는 전 세계 공통된 숙제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초등학생 아들인 슈미츠의 시선에서 엄마의 파업 이야기를 담았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파업으로 가족들은 당황했으며 익숙치 않은 상황에 힘들어했다. 하지만 슈미츠의 엄마가 파업을 선언한 순간, 나는 동조했다. 암만.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이 책은 엄마가 파업을 하는 동안 아빠와 슈미츠가 집안일을 하고 쌍둥이를 돌보며 엄마의 눈치도 살피는 멀티의 세계로 접어들게 된다. 아빠와 슈미츠가 엄마의 파업으로 대신하게 되는 상황들이 아주 유쾌하게 담겨져 있다. 나는 이 책을 딸과 함께 읽어내려 갔는데 읽는 내내 입꼬리가 자극이 되어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찬장 안에 예쁜 접시들이 마치 비행접시처럼 날아다니기 시작했어.
처음에 엄마는 고양이가 토한 걸 닦은 걸레를 아빠한테 던졌어.
아빠 입에서는 계속 오랑우탄 방귀 뀌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았으니까
고양이 화장실도 내가 청소했어. 밖은 화창하기 그지없었어.
이 책의 포인트는 바로 이런 유쾌함이 아닐까싶다.
슈미츠 아빠와 아이의 허둥지둥은 책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파업이란 상황이 우리 집에도 찾아오면 내 아이들은 어떻게 대처해 갈까 싶은 상상이 들면서 덩달아 다급해질 남편의 모습까지 떠올려보았다. 쩔쩔매며 허둥대는 슈미츠 가족과 별반 다르지 않을 모습이 그려져 한 번쯤은 재밌겠다는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의 작은 갈등에서 시작된 엄마의 파업은 가족 구성원을 동등하게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작은 서약서를 통해 행복한 가족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엄마의 파업이 불러온 파장이 슈미츠 가족에겐 행복의 부메랑이 된 셈이다.
유쾌한 가족 이야기를 담은 78쪽의 짧은 책이라 초등 저학년이 읽기 적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