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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 43일간의 묵언으로 얻은 단순한 삶
편석환 지음 / 가디언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관계의 폭은 넓어졌으나 관계의 깊이는 얕아졌다. 고독은 더 심화되기만 하니 관계의 넓이를 자랑하기보다 관계의 깊이를 생각해 볼 때다. 사람은 많은데 사람이 없다."
작년과 올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를 꼽는다면 단연컨대 "Healing, 힐링"일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 힘든 나의 모습을 정화시켜주기 위한 어떤 활동 그리고 그것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가거나 취미 활동을 찾는다. 누군가 나에게 힐링을 위해 무엇을 하겠냐고 묻는다면, 도서관 가서 그동안 못 읽었던 책이나 좀 읽겠다고 답하겠다. 그게 무슨 힐링이냐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 세상에서는 무언가 이벤트를 SNS에 올려 공유하고 자랑하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려 하지만 저자 말대로 그 관계의 깊이는 더 얕아졌다.
커뮤니케이션 강사인 저자는 말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것도 무려 43일 동안, 그리고 그 동안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깨닫게 된 것들에 대해서 하루하루 짧막한 일기 형식으로 작성하였다. 하루하루 읽으면서 저자가 말을 하지 않음으로서 얻게 되는 많은 것들에 대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는 과연 하루에 얼마만큼의 말을 하면서 살아갈까 반성해보았다. 그 중에 기억나는 것은 거의 없는 걸로 봐서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삶을 사는데 큰 지장은 없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요새 우리 회사에서 일어나는 노사 갈등이 계속 따라다녔다. 각자 이념이 다른 두 개의 노조로 나누어져 서로 비방하고 같은 임직원끼리 욕설이 난무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다.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언어가 아닐까...
"남이 보지 않는 곳에 혼자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하여 말과 행동을 삼간다는 뜻의 신독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이와 반대로 사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언행을 조심하지만 나혼자 있을 때에는 언행에 유의하지 않고 산다."
운전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욕설이 나올때가 있다. 나만의 공간이니 괜찮겠지 하는 마음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얼마전 와이프를 태우고 가는길에 횡단보도에서 빨간불임에도 튀어나온 아저씨를 보고 급정거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욕설이 나왔다. 평소에 공적인 자리나 사람들과 있을 때 욕을 하지 않지만, 무의식중에 혼자 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와이프가 있었음에도 욕설이 나왔다. 이 구절을 보면서 반성하게 되었다. 자기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어야 남에게도 떳떳할 수 있다는 다짐을 한다.
"사람들은 남을 설득하기 위해 쉴 새 없이 입을 너불댄다. 그렇지만 설득의 방식에 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변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기다리다보면 상대방의 마음이 변할 때도 있지만 내 생각이 변할 때도 있다. 자기 자신이든 상대방이든 누군가 변한다면 기다림은 그 자체로 말 이상의 의미가 있다."
경청의 대가들을 보거나 혹은 잘 들어주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공감하는 표현을 해주고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표현만 할 뿐이다. 우리는 살면서 남을 설득하기 위해 너무 많은 말과 공격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
"인생에서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지금 바로 해야한다. 지금 하지 않으면 오늘도 못 하고 내일도 못 한다."
내가 책을 읽는 목적중에 하나는 바로 무언가를 깨닫기 위해서다. 부지런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살아야 하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소수이다. 책을 읽으면서 무언가 깨닫고 다짐하는게 있는다면 이미 성공한 것이 아닐까.. 우리는 너무 복잡하게 살려고 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번씩 SNS에 들어가 남들이 뭐하는지,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공유하고 있다. 이 책은 말없이 단순한 삶에도 충분히 그만큼 깊이가 있다고 얘기한다.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이내 포기하는 것을 보니 아직 내 삶은 그리 단순하지 못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