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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천의 노력자애
백인천 지음 / 스타리치북스 / 2015년 4월
평점 :
내가 속한 사회인 야구리그에서 내 타율은 늘 2할대이다. 5할대 타자들이 즐비한 이곳에서도 나의 목표는 언제나 3할이다. 꿈의 4할, 10번 타석에 들어서서 3번치느냐 4번치느냐가 별거 아닐수 있겠지만 100타석에서는 10개, 1000타석에서는 100개의 안타가 차이난다. 요즘 야구를 좋아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백인천 감독님의 대단함을 잘 모를 것이다. 실제로 프로야구가 시작한 해에 태어난 나조차도 내가 본격적으로 프로야구를 보기시작했을때 스타는 양준혁 이종범 선수였으니..백인천 감독님은 요즘 프로야구 인기를 보시면 부러워 하실수도 있으시겠다. 이번 백인천 감독님의 자서전격인 책을 보면서 기대가 많이 되었다. 야구에 평소에 흥미가 많았던지라 야구 관련된 책은 빠짐없이 챙겨보는 편이었다.
백인천 감독님이 MBC청룡에서 기록한 4할1푼 2리의 시즌타율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현재까지 최고 타율 기록으로 남아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마지막 4할 타자가 나온 것은 1941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테드 윌리엄스가 기록한 4할 6리가 마지막이었다. 4할타자에 대한 의문은 최근에 "백인천 프로젝트"라는 책을 통해서 또한번 이슈가 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에서는 왜 더이상 4할타자가 나오지 않는지를 검증하는 프로젝트였고, 수치 및 통계를 통해서 풀어보려는 노력을 했다.
책으로 돌아가보면, 각 챕터는 야구의 각 이닝으로 구성되어 있다. 1회-끝없는 야구 인생길에서부터 5,6회는 백인천 선수로써 전성기에 관한 내용이 그리고 7회는 야구 감독으로서의 삶, 8회 이후부터는 건강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결국 야구 경기에서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 없겠지만, 마무리가 아무래도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백인천 감독님도 건강이라는 주제로 책을 마무리 하지 않았나 싶다. 뇌경색으로 한번 쓰러지신 적이 있으므로, 어쩌면 더더욱 건강을 챙겼으리라 생각된다.
나는 평소에 야구 경기가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곤 했다. 김난도 교수의 인생시계를 보면 인생을 80세 기준으로 24시간으로 봤을때, 20세는 아직도 자고 있을 6시이다. 똑같이 야구 이닝에 대입해보면, 9이닝이니 90세를 기준으로 잡았을때, 우리가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좌절하는 30세 전후가 고작 3회초인 것이다. 3회초에 0-8로 지고 있더라도 앞으로 기회는 많다고 생각한다. 책속에 백인천 감독님이 강조하는 열정으로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저정도 점수는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나이 마흔까지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술, 담배를 전혀 안 했기 때문이다. 특히 담배는 선수 생명을 짧게 만든다. 유혹이 많았지만 끝까지 야구에 몰두했다. '해냈다'는 생각이 가슴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구절을 보면서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LA 다저스의 류현진 선수가 떠올랐다. 루머일수도 있겠지만, 류현진 선수가 담배를 피운다는 소식을 보고서는 믿기 힘들었다. 그정도는 성적으로 보답할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긴 선수생명을 놓고 봤을때는 백감독님의 조언을 진심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마인드다. 타자는 타석에 들어섰을 때 '잡념'이 있으면 안된다. 투수의 볼 배합이나 그전 타석에서 당했던 안 좋은 이미지, 부정적인 생각 등이 겹치다보면 잡념에 빠져 좋은 타격을 할 수 없다. 타격은 3할이면 된다. 10번에 한 번 홈런을 치면 된다는 마음으로 할 필요가 있다. 내가 내린 결론은 '기본적인 리듬을 찾는 게 중요하다. 반복해서 몸에 익혀야 한다'는 것이었다."
- 잡념을 줄인다는게 참 쉽지 않은 것 같다. 예전에 어디선가 이치로의 습관에 관한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이치로는 덕아웃에서 타석까지 늘 같은 걸음수 그리고 타격준비동작이 늘 같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 이유가 그런 세세한 동작은 늘 같은 것으로 유지해 신경쓰지 말고, 타격에만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책을 다 읽으니, 백인천 감독님이 새롭게 보인다. 꿈의 4할타자라는 것이 내가 아는 전부였는데, 감독님의 열정과 목표를 향한 독한 마음가짐이 새롭게 다가왔다. 어쩌면 지금 지옥의 펑고라고 무서워하는 김성근 감독님의 스타일과 비슷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리더의 모습과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진정한 백인천 감독님에 대해서 알 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