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배신 - 열심히만 하면 누구나 다 잘할 수 있을까?
김영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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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너무 열심히 살고 있다!“

뒤표지에 적힌 카피가 인상적이다. 치열한 학벌주의, 1만 시간의 법칙, 극한으로 사람을 몰아넣는 입시 시스템. 한국에서 살아온 사람이라면 이와 같은 키워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언젠가 한 번은 접해봤고, 구조 속에서 흠뻑 굴러봤을 테니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 김영훈은 재능과 노력의 선상에서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노력의 힘’을 믿고 있다고 말한다. 무엇이든 노력해서 안 되는 건 없다는 생각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이는 결국 책임을 개인에게 묻는 결과를 낳는다. 환경, 재능, 빈부 등 한 사람을 구성하는 배경과의 상호작용 없이 ‘더 노력했어야지’라는 한 마디로 귀결되는 사회에서, 사람은 진정한 행복이나 일상을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현상의 본질조차 제대로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재능이 원인이고 노력이 결과라는 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 재능이 있어야 노력할 동기가 생긴다는 의미인데 보통 그 반대로 생각하거나, 재능이 없어도 노력하면 일정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사회에서 살았기 때문에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관점이었다. 노력할 동기가 생기는 것조차 재능에 의한 것이기에 우리는 재능 있는 분야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할 것을 권한다. 세상엔 힌 사람이 평생에 걸쳐도 다 알지 못할 분야가 많다. 그중에서 진정으로 나에게 맞는 옷을 찾고, 나의 열정과 노력을 합당한 곳에 쏟는다면 가장 (사회에서 말하는) 성공으로 가는 빠른 길에 올라선 것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상상력에 한계가 없었다. 눈만 뜨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내가 만든 세계관에 직접 들어가 아무도 보지 않는 연극도 만들어내곤 했다. 글자를 배우고 능숙하게 쓰기 시작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글을 썼다. 오로지 글을 쓰는 데에만 전념하여 문창과 입시도 준비했고, 포기한 이후에도 끊임없이 글을 쓰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궁지로 몰아넣는 입시 상황 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노력했고 결과는 탈락일지라도 담당 선생님께는 극찬을 듣기도 했다. 내가 만약 글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재능이 없었다면 그 정도의 노력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결과가 보장된 게임에 뛰어드는 걸 즐긴다. 노력만이 살길이라는 문구에 걸맞게 사는 사람은 결국 그 분야에서 노력해서 일정한 결과를 얻어낼 만큼의 재능을 가진 걸지도 모른다. 성취나 사회적 성공과 관련된 일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모든 걸 노력으로 이루어낼 수 있다고 치부하면, 그어놓은 선에 도달하지 못한 이들은 전부 ‘노력 부족으로 인한 탈락자’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사람들로 하여금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게 만들고 개개인의 짐을 더욱 무겁게 할 뿐이다. 한없이 올라가는 삶의 무게 때문에 누군가는 짓눌린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게 언젠가는 내가 될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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