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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40만 부 기념 에디션) -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인생의 기술 53
이근후 지음, 김선경 엮음 / 갤리온 / 2023년 4월
평점 :
"지나간 일, 오지 않은 일을 걱정 말고, 지금을 누리세요.“ 나이 드는 게 두려운 인생 후배들을 위한 조언.
뒤표지에 적힌 카피이다. 책을 처음 받고 제목을 본 순간 뜨끔했다. 아, 뻔한 자기 계발서 같다...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하며 바쁜 일상에 치여 살다가 겨우 생각이 나 펼친 책에서 영감이 수만 갈래로 뻗어나갔다.
하루 살고 하루 끝내기도 벅찬 시대이다. 지구 온난화를 넘어서 기후 종말을 걱정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 등장하는 환경 문제에 대한 토론은 인간 종 자체의 멸망을 생각하게끔 한다. 양극화된 사회는 서로의 타협점도 없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갈 길만 찾아 가며, 이런 상황에서 삶을 더 잘 살고자 하는 개인의 무게는 밑도 끝도 없이 가중된다.
그 일원으로 지내며 점점 나만의 길 찾기에 몰입했다. ’일단 나 먼저 살고 보자.‘ 이기적인 생각을 앞세우고 편하면 편한 대로, 되면 되는 대로 지냈다. 한구석에 피어오르는 죄책감은 슬쩍 곁눈질만 했다. 그런 와중에 첫 번째 필사 구절을 마주했다.
전진적인 사고. 잘 사는 법. 인간이 더 인간답게 살기. 그런 것들을 번뇌하기엔 지금 내가 너무 바쁘고, 당장 입에 풀칠해야 하니까 나중에 하자. 사치라고 여기며 무시했던 지점을 딱 짚는 문장이었다. 의무적으로 읽던 책이 눈에 들어온 게 이 시점부터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인류의 극단 같은데. 하나의 종의 역사로 따질 때 나는 과도기를 지나친 시기에 살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서 나이 먹기가 무섭고 대체 지나치는 시간을 어떻게 대해야 초연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이 시점에서 저자는 ’노년기는 끝으로 스러지는 과정만이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나는 30대, 40대, 더 나아가 80대를 살아보지 않았기에 그저 막연하다. 죽음은 누구나 겪음을 알기에 두렵지 않지만 살아있는 상태의 나는 어떨지 모르니 거부감이 더 컸다. 그런 나에게 ‘새로운 배움이 있는 노년기’는 조금 용기를 준다. 그저 시간을 통과했을 뿐. 배움이 있는 매 순간의 인생은 늘 지금과 변함 없을거라고.
순수하거나 생생하게 늙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삶이 고루한 건 아닐 테다. 소실점을 향해 이어지는 선이 아니라 소실점마저도 하나의 쉼표로 남는 간단한 문장이 바로 생(生)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