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남궁담님의 "[100자평]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사람의 생각을 깨뜨리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데 문학작품만한 게 또 있을까? 특히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한 이국 문화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에서 벗어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문화 속 인물의 이야기를 읽는 게 아닐까 싶다. 아프카니스탄의 아픈 현대사를 주인공 아미르와 하산의 성장과 우정을 통해 여실히 보여줬던, 할레드 호세이니의 소설 '연을 쫓는 아이'는 내가 난생 처음으로 접해 본 이슬람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자신의 충견과 같았던 하산을 버린 죄책감때문에 물질문명과 자유의 대명사로 불리는 미국에서 어른으로 성장한 뒤에도 결코 자유롭지 못했던 아프카니스탄인 주인공 아미르. 그는 내 뇌리에 문신처럼 새겨진 이슬람 문명 지배하의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말끔히 없애준, 진정 사람다운 사람이었다. 이 한 권의 소설때문에 어떤 문명과 문화도 인간의 본질적인 감성을 흑과 백으로 나누듯 나눌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 연을 쫓는 아이' 뒤을 이어 접한 알레드 호세이니의 소설이다. 비록 우리와 다른 문명, 다른 역사 속에 생존했고, 생존하고 있으며, 생존해야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이지만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핍박받는 억울한 여자의 삶을 함께 아파하는데는 조금도 주저함이 없게 만드는 소설이다. 남편, 아니 남성으로부터 끔찍한 탄압의 최대 피해자인 두 여자가 꽃 피운 우정은 '개인과 개인의 우정을 넘어 진정한 인류애다!'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고 이슬람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모두 사라졌다는 건 아니다. 아직도 이슬람, 특히 여성을 옭아매는 병마에 찌들려 있는 듯한 중동 남자들에 대해서는 조금도 옹호하고 싶지 않다. 다만 인간이 살아가며 겪어야 하는 아픔을 공유하는데 국가와 인종, 문명과 문화의 경계를 나누는 일은 큰 의미가 없겠다는 소신을 갖게 되었을 뿐. ' 연을 쫓는 아이'처럼 곧 영화가 만들어질 것라고 했는데 아직 영화 소식을 듣지 못했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 스크린 위에 어떤 영상으로 기록될지 기대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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