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금지된 책들 낮은산 키큰나무 9
캐스린 래스키 지음, 서정은 옮김 / 낮은산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금기와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고 괴로웠던 날들.

가만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 모두가

삼가야 할 것과 추구하고 싶은 것 사이에의 갈등과 무관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늘 무언가 하고 싶었고 그 무엇은 결국 하지 말아야 할 것과 연관되어 있을 때가 많았으니까.

 

신앙도 그 중 하나다.

내 유년시절 전부를 보낸 시골 마을엔

기독교 신앙에 귀의 혹은 심취했다가 불행해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떠돌았다.

똑똑했던 사람이 정신병자가 되었다든지,

화목했던 가정이 하루 아침에 불행의 나락에 빠졌다든지

철저히 무속신앙에 의지하며 살았던 가족들 중 한 사람이 기독교인 된 뒤,

가족들과 원만히 지내지 못하고 끊임없는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든지 하는 소문들.

물론 귀동냥이었지만 그 소문들은 나와 무관한 이야기인듯 하면서도 무관하지 않았다.

그 소문들 때문에 부모님은 기독교를 믿으면

불행해질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계신듯 했고

교회에 다니지 말라고 은연중에 강요하시는 일이 많았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부모님이 내가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박탈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신앙을 갖고 싶은 생각이 없었고 

또 그렇게 할 만한 동기도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부모님이 갖고 있는 소신이나 가치관 신념 때문에

내가 추구하고 싶은 것들을 무조건 멀리해야 했다면 

내 안에서도 걷잡을 수 없는 반항심이 일어났으리라.

 

'내게 금지된 책들'의 주인공 하퍼는 부모님이 가입한 기독교 단체의 금기조항 때문에

자기가 좋아하는 책도 마음대로 읽을 수가 없다. 심지어 어린시절부터 좋아했던 동화책들 조차 가까이 할 수 없게 된다. 과학적 사실이나 평등주의 사상까지 믿어서는 안된다고 강요당하기도 한다. 

만약 내게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일상이 얼마나 괴롭게 느껴질까?

예민한 시기에 풍부한 감수성을 가진 하퍼가 어느 날 부모님이 강요하는 금기에 맞서

모험을 감행하려 했을 때

저절로 응원의 메세지를 외치게 되는 것은 

모든 독자의 자연스러운 선택이 아닐까 싶다.

 

나의 경우에는 금기와 추구하고픈 것 사이의 갈등은 부보님의 종교관이나 신념 등의 문제보다는

그 외의 것들,

이를테면 도덕적 가치관,사람사이의 정리 등에서 오는 갈등 등의 문제가 더 힘들었다.

어느 한 쪽을 택해도 뭔가 찜찜한 불편함이 남는 문제일 때는 더더욱 그랬다.

앞으로 무한 경쟁 시대를 살아가야 할 아이들을 양육하며 이따금 맞닥뜨리게 되는 일로

겪게 되는 어려움도 그러한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

책을 덮고 나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스스로 쌓아놓은 가치관 안에 아이들을 가두고 있지는 않을까?

신념을 고수한답시고 보편적인 진리를 무시하거나 거부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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