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스페셜 에디션 한정판)
하야마 아마리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실제 경험을 소설화 해서 그런지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정말 긴박하고 절박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일본의 술문화, 밤문화를 가늠할 수

있고 현장감이 무엇보다 강했다. 6년전, 일본인과 연락을 하며 지냈던 기억이 되살아 날 정도로 일본인들의 삶을 바닥부터 잘 보여주고 있다.

전화로 연락하고 메일로 거의 그들의 삶을 들여다 봤었는데 책내용과 비슷한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도박. 일본에는 도박이나 빠찡고에 빠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 만큼 일본 사회가 힘들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책 속의 주인공도 어쩌면 내가 흔히 알고 있는 일본의 실패자 길을 걸어 갔을지도 모를일이다. 바닥부터 정말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정도로

어려운 삶을 살았다. 정사원에 입사하여 스스로 그 분위기와 틈에 못이겨 사표를 던지고 나왔지만 갈 때가 없었다.

수십군데 이력서를 내보고 면접도 간혹 봤지만 매번 뽑아 주질 않는다. 결국 계약사원으로 일을 하다가 떠돌이 3개월 파견사원으로 전락한다.

 

사람은 벼랑끝에 내 몰리면 과감해 지기도 하지만 결단력이 강해지는 것 같다. 소심하고 주눅들기 바쁜 주인공 '하야마 아마리'

그녀는 파견사원의 애환과 눈물어린 고통을 이겨보려고 하지만 아버지마져 병들어 입원해 버리니 죽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삶도 가족의 행복도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그런 삶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라스베이거스로 가서 베팅을 걸어

마음껏 게임을 즐긴 후 30번째 생일날 죽을 것을 결심하고 그 목표를 위해 닥치는대로 일을 하게 된다. 밤에는 호스티스로 일을 하고 낮에는

회사에서 파견 사원으로 일을 하게된다. 호스티스 일은 하기 싫지만 결국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누드모델의 제의까지 받게 되어 결국 주말엔 누드모델로 일을 하게 된다. 죽기로 결심하면 어떤 자신의 치부와 어려움도 헤쳐나가는 능력이 인간에게 생기는 것일까... 그렇다고 누드모델이 부끄러운 직업은 아니다. 미술가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일 뿐.

하지만 일반인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절대 아닌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정신없이 살면서도 목표를 향해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녀는 70kg이 넘는 스트레스성 지방살이 많았지만 최종적으로 25kg이나 스스로 감량하며 독하게 열심히 삶을 살게 된다. 결국 과로로 스러지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라스베이거스로 떠나는 그녀의 모습은 아름답기도 하고 박수를 보내 주고 싶은 마음이다.

 

정말 누가보면 '미쳤다'라고 말하며 웃을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목적을 달성했다. 그런 과정속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그녀는 변해 있었다. 과거의 그녀는 죽었고 이제는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Time to say goodbye...... "  이제 나는 내가 알던 나로부터 영원히 떠난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에 하던 일들을 모두 접고 새롭게 다시 시작한다. 회사에서 정식으로 정사원으로 일해 줄 것을 요구하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의미에서 모든 걸 내려놓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

 

1년이 흐른 서른한 살의 아마리. 그녀는 지금 오다이바의 전경(일본에서 야경으로 유명함)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인텔리전트 빌딩 창가에 서 있다. 1년 동안 파이낸셜플래너 자격을 취득했고 세상 물정 모르는 아마리의 엄마까지도 이름을 알고 있는 글로벌 회사에 정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빛과 열기를 피해 모두가 그늘을 찾고 있지만, 해바라기는 태양을 향해 고개를 꼿꼿이 세운 채 꿋꿋하게 서 있다. 그리고 멀리 공원의 숲속에서는 일주일 밖에 못 산다는 매미가 끝없이 울부짖고 있다. 하늘 아래 모든 것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생을 온몸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녀 또한 스스로 정한 시한부의 삶이 끝나던 날부터 쭉 남은 생을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인생의 연장전이며,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의 마법으로 그녀는 다시 태어났고 새로운 인생을 훌륭하게 살아가고 있다.

 

생각해 보면 책에서 실제로 주인공이 겪었던 일과 난폭한 방식의 자기개혁은 말 그대로 죽을힘을 다 했기 때문에 라스베이거스 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막의 판타지 공간에서 보냈던 20대의 마지막 6일이 그녀를 바꿔 버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선 안일하게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이 싫었고 처절하지만 난폭한 자기개혁까지는 아닐지라도 새로운 자기만의 개혁을 하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너무 좁은 시야보다는 세상을 바라보는 넓은 시야를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내일'이라는 말보다는 '오늘들'이라는 말이 이제부터 맞이하게 될 선물이 아닐까. 왜냐하면 우리의 인생은 천금 같은 오늘의 연속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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