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난중일기 처음 만나는 초등 고전 시리즈
이순신 원작, 김은중 글, 구연산 그림 / 미래주니어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알쓸신잡1 에서 잡학박사들이 유희열씨만 빼고는 모두 난중일기를 읽어보았다고 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저는 유희열씨처럼 부끄럽지만 난중일기를 읽어본 적이 없어서 꽤나 충격적이었어요. 사실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은 짜릿할 정도의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인데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는 한번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거든요.

그리고 애시당초 관심이 없었다는 게 맞는 말일 거에요.

어려울 거라 생각해서 아이버전으로 읽어보게 된 난중일기입니다.

 

난중일기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쓴 일기입니다만 원래는 임진년부터 무술년까지 그 해에 맞춰 이름을 붙여서 이렇게 목차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임진일기 부터 무술일기 까지의 내용이 담겨있어요.

사실 전쟁 중에 7년간이나 틈틈히 일기를 썼다는 게 너무도 놀랍습니다. 전쟁만으로도 정신이 하나도 없을텐데 어떻게 일기를 쓸 생각을 했을까요? 전쟁이 아닌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일기를 쓰지 않는 제가 조금 많이 부끄러워집니다.

사실 일기는 초등학생 이후로 써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 때 강제로, 숙제로, 억지로 썼던 게 전부였기에 저는 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데요 이 난중일기를 읽으면서 아, 일기라는 게 꼭 길게 쓸 필요도 없고, 하루 일과 전체를 다 쓸 필요는 없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게 되었어요. 어느 한 부분이어도 좋고, 내 느낌이어도 좋은 짧은 일기를 저도 오늘부터 써 볼까 합니다.

참 대단하신 분이지요. 나라 일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시고 백성과 나라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 참으로 크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지금 시대에도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습니다. 우리는 너무 당연시 하며, 나만 곤경에 처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아픔이나 불행은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문제들은 모르는 척 외면하는 그런 사회잖아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어른으로써, 부모의 자식으로써, 한 아이의 엄마로써 참 많이 반성이 됩니다.

전쟁 중에도 틈틈히 사람을 보내어 어머니의 안부를 확인하곤 했던 이순신 장군은 장모님의 제사날도 잊지 않고 기억하며 나라일조차도 보지 않았어요.  게다가 함께 지내는 병사들의 사랑을 담은 마음까지. 아, 정말 대단하고 대단합니다.

읽을수록 놀라워요. 마치 살아계신 부처님이 아닐까 싶습니다(참고로 저는 불교 신자는 아닙니다).

 

군사 5,480명에게 특별음식을 먹이신 장군의 모습에서는 성서에 나오는 예수님의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사실 아이들이 읽는 책이기는 하나 지명이라던지 직위 등이 지금 시대와 많이 달라 쉽게 술술 읽히지는 않아요. 어른들이 처음 보기에도 참 좋은 책입니다. 한 번에 쓱 읽어내려가기 보다는 두고두고 읽으며 새롭게 느껴지는 감정들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이 책을 읽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도 여전히 첫 페이지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합니다. 몇 번이고 읽어야 할 책이에요, 분명.

 

그의 효심에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아직 살아계시긴 하지만 이제 슬슬 늘 아프다는 말을 달고 사시는 부모님이 떠올라서, 가까이 살면서도 자주 들여다보지 않는 내 자신이 미워서, 내 자식에게 하는 거 반만도 저희 부모님께 못해드리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났어요. 많이 울었습니다. 이기적으로 사는 내가 보여서.

이런 책을 읽고 자라는 아이는 올곧고 바르게 자랄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이게 책이 주는 힘이겠지요?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아끼며, 배려해야 한다.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 이런 말들은 제가 하면 듣기 싫은 잔소리가 되어 버리겠지만 이 책 한 권을 읽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은, 그 깨달음의 울림은 아이의 가치관과 행동에도 영향을 줄 테니까요.

 

책을 읽는 아이의 모습이 그저 흐뭇합니다. 이 책은 좋은 구절을 함께 필사도 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짧지만 오래도록 여운이 남을 우리의 일기도 오늘부터 써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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