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함, 치욕, 걷잡을 수 없는 슬픔과 무력감에 휩싸여 이 세상을 등진 사람들. 비록 그들이 스스로 목을 매달았다고 해도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그들 자신이 아니였거늘. 차돌은 그들을 죽인 진짜 범인을 똑똑히 알고있다. 작금의 한 많은 세상을 만든자들. 그놈이 범인이다.' - 55p악의 주장법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시인, 백오교의 죽음으로이야기의 문을 연다. 그리고 백오교의 죽음으로 다른 조선인들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지만 독으로 죽은 조선제일 미남 미카엘의 죽음으로 독초박사 구희비가 의뢰를 받으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내용 중에서 나라를 빼앗긴 설움이 피어낸 독초, 멍울독이 나온다. 이 멍울독이 억압받으며 고통속에 몸부림치던 조선의 모습을 잘 녹여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꽤 많은 조선인들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피비린내나는 죽음이 아닌 독으로 조용히 죽는다. 나는 이 장면이 나라를 빼앗긴 한이 독이 되어 조선인들을 죽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여태껏 허진희작가의 많은 책을 보았지만 이 책만큼 인물 하나하나의 모습이 잘 드러난책은 없었던것같다. 인물들이 모두 각자의 사연을 가져 굉장히 입체적이라 인상깊었다. 특히 주인공인 희비가 가장 입체적이였는데, 독초박사로써의 냉철함, 그리고 독을 연구하는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의 흥분 등의 감정이 여러모습으로 드러나는것 때문에 가장 입체적이라고 느꼈다. 비극의 시대에서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차돌도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이였으나, 차돌은 독자가 응원하게 하는 힘을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차돌을 따라 이야기를 따라가보면 나라를 빼앗긴 일제강점기 배경, 죽음에 이르게 하는 독에 관한 이야기라 자칫 많이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가 차돌이라는 아주 깨끗한 캐릭터가 있어 억압과 고통이라는 독이 사라져 차돌이 원하던 '해사한 시대'가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나를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