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44 교수가 남기고 간 모습이 희철에게는 낯설지 않았다. 충격과 공포로 얼어붙은 눈빛. 경계심과 불안이 뒤섞인 표정. 정체를 알 수 없는 불길한 것에 무의식이 보내는 경멸과 혐오. 이미 익숙하고 친숙한 것이었다.심장이 쿵! 하고 내려 앉았다.나는 가해자에게, 가해자들의 가족들에게까지 무의식이 보내는 경멸과 혐오를 생각지도 않으면서 무수히 해 왔을 거라는 사실에.연쇄살인범이던 우발적 한 번의 살인범이던 살인범은 살인범이고 벌을 받아 마땅하다 여겼고, 살인범의 가족들이 받는 고통과 피해는 깊게 들여다보지도 않은 채 당할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 라며 흘려버리곤 했었다.이 책을 읽으면서 가해자의 가족이자 또 다른 피해자들인 그들이 죄를 짓지 않고도 하루 아침에 삶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것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고, 실로 많은 가족들이 지금도 얼마나 큰 고통 속에 살아갈까를 생각하니 씁쓸하다.누구나 혼자서는 살 수 없다. 그리고 누구나 가해자의 가족이 될 수 있다. 사회에서 어른들이 많이 보듬어 주고 마음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아이들 자체가 비행청소년이거나 불량학생들이 아닌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아이들이었을 경우가 많기에. 그렇기에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그저 평범하게, 똑같이 일상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무언가 더 잘해주려고 하지도 말고, 색안경을 끼고 무의식적 혹은 의식적으로 혐오하지 말고 조금은 무심하게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해줘야 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탁경은 작가님 책을 두 권 째 읽으면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많이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