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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 창비 / 2023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쿠아리움이문을닫으면
책 제목을 보자마자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가 떠올랐다. 그러나 읽어보니 그보다는 넷플릭스 다큐 '나의 문어선생님'이 떠올랐다.
마른 문어 다리, 문어고추볶음 등 문어를 즐겨먹었던 나에게 다큐는 충격적이었고 신기했고 경이로웠다.
이 책에서 문어의 시선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장면들이 있는데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보다 문어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어서 문어의 감금일지 페이지가 너무 짧은것이 못내 아쉬웠다.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인간의 지문이 잔뜩 찍혀있는 수족관 안에서 바라보는 불 꺼진 아쿠아리움은 어떤 느낌일까를 상상하다 문득 밤에도 계속 불 켜진채로 번쩍이는 네온사인이 생각났다. 문어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었을까? 정신없는 문양으로 가득한 벽면.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게 만드는 그런 혼란스러운 문양은 아닐까 싶은.
문어에 대해 알아갈수록 참 신비롭고 더 궁금증이 인다. 문어는 정말로 사람과 교감이 가능한 존재였구나를 이 책을 통해 다큐에서 느꼈던 진한 감정이 다시 떠올랐다.
전체 페이지 수가 500페이지를 넘는 이 책을 나는 300여 페이지를 읽었다.
흑백 표지에 감질나게 끊어진 이 내용을 이어 읽기위해 책을 주문한다. 컬러감 가득한 새 책이 도착하면 나는 문어의 마지막 이야기들을 어떤 심정으로 마주하게 될 지.
조금은 두렵다.
다큐에서처럼 그렇게 나에게 여운을 길게 남긴 채 죽어버릴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