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올 여성들에게 - 페미니즘 경제학을 연 선구자, 여성의 일을 말하다
마이라 스트로버 지음, 제현주 옮김 / 동녘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동녘 출판사의 '뒤에 올 여성들에게'


현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성 평등은 필연적인 흐름이고 페미니즘은 공부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지적 호기심으로부터 다양한 페미니즘 책을 접했었지만,
이 책은 어떤 페미니즘 책보다도 생생한 시대의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은 진보적인 사상의 일환으로 세상에 나왔고, 역사의 흐름과 함께했다.
그런 사상의 발현과 발전을 다룬 '사상'으로의 페미니즘 이론 서적은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또는 사회 운동으로서의 투쟁에 관한 기록의 책들은 얼마나 큰 억압과 투쟁이 있었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지만,
실제 사회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며 느끼고 부딪히는 벽에 대해서는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이 책은 사회 운동가나 투쟁가가 아닌 '경제학자'인 직업을 가진, 두 아이를 둔, 기혼 여성으로서
그녀가 직장과 가정에서 성차별에 맞서 싸우고 견뎌낸 이야기다.
막 여성의 사회진출이 시작되던 시기였다. 
이 견고한 남성 사회에 진입하기 위해 수많은 개개인의 싸움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녀들의 삶이 곧 페미니즘 투쟁의 역사다.

그녀의 이력은 화려하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도 굉장히 낮던 50년대, 코넬과 터프츠 MIT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가족 그 누구의 응원을 받지 못한 채 박사학위까지 도전한다.
명석한 머리와 지적 호기심은 당시의 여성에겐 축복만은 아니었던 듯하다. 이미 일반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녀는 그 시절에 존재하지도 않았을 개념인 '유리천장'에 도전할 셈은 아니었다.
자신보다 남편의 일을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를 위해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했으며,
맞벌이임에도 집안일이 본인에게 더 과중한 것을 딱히 이상하게 생각지 않는.
태어나서 살아왔던 그 사회에 익숙한 평범한 여성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가진 수많은 학위와 타이틀 보다 '여성'이라는 것만이 그녀를 대변하고
그녀를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이 되는 것을 반복해서 경험한다.
그녀는 가던 길을 계속 가려고 했을 뿐이다. 남성이 가고자 했다면 아무 문제 없었을 길을.
가던 길을 가기 위해서 그녀는 이 사회의 불평등을 수면으로 끄집어 올릴 수밖에 없었고,
험난함이 뻔히 보이는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으며,
선구자였기에 계속해서 지워지는 책임감까지 모두 끌어안으며 지난한 시간을 감내했다.

성불평등을 인지하며 가장 괴로운 것은
'여성'안에 인간인 나를 가두는 것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녀를 사랑하고 아꼈지만 그녀가 '여자'이므로 종교적 한계를 가지고 있음을 알려준 조부모.
대학 진학과 박사학위 과정을 응원하지 못했던 인식의 한계를 가진 부모님.
그녀가 교수가 되기를 지지했지만, 자신의 뒷바라지를 하는 역할로 남아있길 원했던 남편.
불평등함이 '일반'이 된 사회에서 평등함을 위한 노력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일반적이지 못한 것이 된다.

그 시대의 사람들의 보편적 인식, 시대가 변함에 따라 사람들의 태도에도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이런 그녀의 투쟁의 역사를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미국 내의 페미니즘 인식의 변화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더불어 그녀는 '경제학자'인 페미니스트이다.
이 책은 그녀의 삶의 여정을 그린 에세이에 가깝고 경제학에 대한 얘기를 많이 다루진 않지만,
그녀가 연구했던 페미니즘과 연관된 경제학 이슈-
-특정 직군의 여초화, 여성의 사회진출에 경제에 미친 영향 등- 흥미로운 사실들도 알 수 있다.

한국은 최근에야 페미니즘이 사회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의 한국의 모습은 그녀의 책 속에 묘사되는 미국의 6-70년대를 보는 것 같아 절망적인 느낌도 들었다.
여성 CEO 비율 1.3%. 남성 노동자 대비 여성노동자의 수입 64%.한국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페미니즘'이 사회를 분열시킨다고 말하는 수많은 평등을 저지하려는 큰 힘.
그녀가 부딪혔던 큰 벽처럼, 한국의 여성으로서 눈앞이 깜깜하지만
그녀처럼 내 앞의 불평등함에 도전하며 세상이 평등으로 가는 길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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