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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임정 지음 / 필맥 / 2009년 12월
평점 :
책의 제목이 눈에 띄어 우연히 집어 들었는데, 마치 마법에라도 걸린 듯 술술 읽혀나갔다.
'뉴라이트'
얼마 전부터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던 단체인데, 이 뉴라이트가 내세우던 극우 보수 반공+친일적 사상의 정체에 의문을 품은 작가가 우리 역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수수께끼 부분들과 절묘하게 연관시켜 한 편의 기막힌 역사 추리 소설로 승화시켰다.
우선 작가는 학교에서 국사 교육을 받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인도 출신의 허황옥 황후가 배를 타고 한반도 남부인 가야로 건너와 불교를 전파한 일을 다른 방향으로 해석한다. 허황옥을 따라 들어온 건 불교만이 아닌, 신분을 엄격히 나누어 사람을 차별하고 소수 특정 기득권 세력들이 서로 야합하여 절대 다수의 피지배층을 억압하고 착취하던 인도의 병폐인 카스트 제도였다고...
이런 카스트 제도를 신봉하던 집단이 가야를 신라에 팔아넘기고, 이어 신라의 주권을 고려에 아무런 저항없이 양도하고,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일제에 넘기는 등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지키기 위해 나라와 국민들을 태연하게 배신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입장에서는 다르게 볼 수도 있었으리라. 어차피 그들 자체가 이 땅에서 태어난 토착민이 아닌 외부에서 들어온 이질적인 집단이니, 그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들이 누리는 특권이지 나라와 국민의 안위나 번영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리고 카스트 계급을 가진 권력자들은 암암리에 움직이며, 이런 자신들의 정체를 폭로하려 하던 한 여교수를 죽이고, 그녀의 죽음에 의문을 가지고 사건을 파헤친 주간지 기자 은산마저 정신병자로 몰아 감옥에 가둔다.
다소 황당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역사의 의문점과 현재 한국의 상황을 절묘하게 짜맞춘 솜씨는 정말 칭찬할 수밖에 없다.
한 가지 옥의 티라고 한다면, 주인공 은산이 연인인 여교수 지니의 남편인 김민세의 집에 잠입했을 때, 가정부를 겁탈한 대목이 눈에 거슬렸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했을 필요가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