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부' 이승만 평전 - 권력의 화신, 두 얼굴의 기회주의자
김삼웅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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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구약성경 신명기 13장 6~9절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여러분의 형제나 자녀나 사랑하는 아내나 여러분의 가장 친한 친구가 이방 민족의 신들을 섬기자고 은근히 유혹하여도, 여러분은 그런 자를 사정없이 죽여야 합니다."

 

그리고 1950년 9월 22일,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이던 이승만은 공식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

 

"공산당이었다면 부모 형제라도 용서하지 말고 처단해야 할 것이다."

 

시대순으로 본다면 저 구약성경이 쓰여진 때와 이승만의 발언은 약 3천년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두 지문에 담긴 핵심적인 뜻은 놀라울 정도로 똑같다. 타자에 대한 지독한 불관용과 배타성, 그리고 "내 편이 아니면 적이니까, 모두 죽여라!"는 극단적인 잔인함과 인명경시.

 

구약성경과 이승만이 무슨 상관이냐고? 당연히 상관이 있다. 구약성경을 경전으로 삼는 종교가 기독교고, 이승만은 평생동안 독실한 기독교인(개신교인)이었거든. 그리고 지금 이승만을 국부라고 추앙하려 하는 뉴라이트 구성 인사들도 대부분 개신교인이거나, 아니면 개신교 교단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게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구약성경의 저 구절을 신의 가르침이라고 믿은 유대인들은 이방 신을 섬기는 다른 부족들에게 잔인한 학살을 자행했고, 유대인들처럼 구약에 담긴 배타성과 폭력성을 숭배했던 이승만도 평생에 걸쳐 자신을 편들지 않는 세력들에 대해서는 지독한 보복과 폭력으로 일관했으니까.

 

이승만의 배타성과 폭력성은 그의 일생에 걸쳐 일관되게 반복된다. 이승만은 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인 독립운동가 시절에도, 참여하는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마다 다음과 같은 일을 저질렀다.

 

1. 그가 최고 지도자가 되거나

2. 아니면 그 독립운동 단체는 내분으로 갈기갈기 와해되던가.

 

쉽게 말해 이승만은 자신에게 복종하지 않는 대상은 폭력으로 보복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그가 미국의 힘을 등에 업고 신생 독립 국가인 한국의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이승만은 결코 좌익 계열 인사만 탄압한 것이 아니었다. 반공 성향의 우익 인사들도 이승만에게 반대하거나 밉보이면 결코 무사하지 못했다. 좌익 인사들을 색출해 구속시키는 일로 이승만의 총애를 받았던 검사인 선우종원도 이승만의 정적인 장면의 비서실장을 지냈다고 황당하게도 공산당으로 몰려, 일본으로 밀항해 8년 동안 숨어 살아야 했다. 엄연한 우익 인사인 조병옥은 이승만이 추진한 반공 포로 석방 작업에 반대하자, 심야에 쇠뭉치로 머리를 맞고 실신하는 테러를 당했다. 이 사건으로 조병옥은 기억력을 거의 상실해 폐인이 될 지경에 이르렀고, 육군형무소에 갇혀야 했다. 덧붙여 이승만이 이정재 같은 정치 깡패들을 총애하고 그들이 마음껏 서울 한복판에서 설칠 수 있도록 배려해준 것은 너무나 유명한 일이다. 이처럼 이승만은 자신의 눈에 거슬리면 고위 정치인이라고 해도, 서슴치 않고 테러를 자행했던 것이다. 오늘날 이승만을 숭배하는 뉴라이트들은 이승만이야말로 정치 깡패를 동원한 테러를 즐겼다는 사실에 대해선 뭐라고 말할까.

 

그렇다면 이런 이승만을 한국인들은 진심으로 존경하고 숭상했을까? 그렇지 않다. 1950년 5월 30일에 실시된 총선거에서 이승만이 소속된 여당은 완전히 참패를 당했다. 전체 국회의원 당선자들 중 60%가 무소속이었고, 전체 당선자의 80%가 반 이승만 성향의 중도 인사들이었다. 1948년 8월 15일에 이승만이 대통령으로 출범한지 고작 2년 만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미 진작에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승만으로부터 등을 돌렸던 것이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에도 이승만을 보는 대다수 국민들의 눈은 곱지 않았다. 1954년 10월 11일 한국일보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무려 78.8%가 이승만이 연임하는 것을 반대했다. 이 여론조사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우리는 더 이상 이승만 당신이 대통령 하는 것을 원치 않으니, 대통령 더 해볼 생각 말고 임기 끝나면 바로 물러가라고. 만약 뉴라이트가 말하는 대로 이승만이 훌륭한 지도자였거나 혹은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면, 왜 78.8%의 반대가 나왔을까? 오히려 이승만이 대통령 한 번 더 해달라고 찬성을 해야 할텐데.  

 

이처럼 이승만은 민심을 얻지 못했고, 그래서 지지 기반이 불안정했다. 흔히 이승만은 강력한 독재자라고 여겨지지만, 그는 이후에 들어선 박정희나 전두환과는 전혀 달랐다. 박정희나 전두환이 비교적 안정적인 집권 기간을 보냈던 것에 반해, 이승만은 그렇지 못했다. 한 예로 박정희와 전두환은 집권 기간 도중, 공권력을 동원해 조폭이나 깡패들을 철저하게 소탕해 버렸다. 하지만 이승만은 그렇지 못했다. 소탕은커녕 오히려 조폭과 깡패들을 지원하고 옹호하면서,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일개 깡패인 이정재가 이승만이 속한 여당의 지원을 받고 국회의원이 되어 보겠다며 선거에 출마할 정도였으니까.

 

무엇이 이런 차이를 불렀을까? 우선 이승만은 오랫동안 조선을 떠나 미국에 살아서, 국내에 인맥이나 세력 기반이 없었다. 이승만이 국내의 수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친일파 처벌 기관인 반민특위를 강제로 해산시키고, 친일파들과 손잡고 그들을 기용해 준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되었다. 자신의 권력 기반이 약하니, 당시 국내에서 많은 부와 권력을 지닌 친일파의 힘을 빌어서, 그들의 지지를 받고 권력을 다지겠다는 생각에서 말이다.

 

또한 박정희나 전두환은 군부를 확실히 장악했고, 그래서 깡패들을 소탕할 수 있었지만 이승만은 그조차도 못했다. 이승만은 군인들에 대한 처우를 형편없이 해주었다. 군인들이 월급이 너무 적다며 올려달라고 해도, 군인은 국가에 봉사하는 직업이라며 거부했다. 그래서 수많은 군인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부정부패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 일반 병사들만 그랬던 것이 아니었다. 고위 장교들도 생활고에 찌들어 봉급만 받아서는 가족들을 굶기기에 딱 좋았다. 한국전쟁에서 부상을 당하고 제대한 상이군인들도 국가로부터 푸대접을 받았고, 거지 신세로 전락했다. 그로 인해 한국 군부에는 자신들을 냉대하는 이승만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가득했다. 박정희가 주동이 되어 쿠데타를 일으키게 된 배경에도 바로 이런 요소가 깔려 있었다. 아, 참고로 박정희는 원래 장면의 민주당 정권이 아니라,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을 몰아내려 쿠데타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여기서 잠깐 박정희가 이승만을 뭐라고 평가했는지 보자.

 

 

"해방 직후 이 땅에 무려 수십여 개나 되는 정당이 비 내린 뒤에 돋아나는 참대 순처럼 어지럽게 돋아나 결국 겨레를 갈기갈기 찢어나누고 파당 의식만 키워 놓은 것은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중에서도 지난날 이승만 씨가 꾸며 놓았던 자유당이야말로 자기 파派만의 수지타산을 제일로 치는 정당의 본보기였으며, 세계 선거 역사 가운데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없으리만큼 부정과 불법의 흉계를 꾸미고 이를 국민에게 강요했던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대한민국이 수립되고 국민의 기본 권리가 나라법에 규정되긴 했지만 그것은 한갓 종이 위에 적어놓은 글귀에 지나지 않았을 뿐, 자유당 정부는 그것을 지키고 실현시키기는커녕 도리어 그러한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짓밟기 일쑤였다. 이리하여 정부에 의해서 자유를 짓밟히고 시달려게 된 온 국민은 정부의 억눌림에서부터 다시 자유를 되찾으려는 자유 투쟁의 운동을 벌였고 그것이 이른 바 자유당 정치하의 우리 형편이었다.

 

남한에서는 이승만 자유당 독재 정권이 12년 동안 기간 산업의 토대가 되는 전력 문제 하나 제대로 해결짓지 못하는 사치스런 소비경제로 말미암아 농촌은 메말라 갔으며, 메마른 농촌의 피와 살을 깎아서 도시만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썩고 그릇된 일만이 극심해져 갔다.

 

자유당 독재 12년에 농촌의 경제는 파탄되고 관기는 문란해졌으며, 부정축재자들은 건전한 국가 경제의 성장은 제쳐 놓고, 그릇되고 썩어빠지기만 했다. 해방 16년에, 남한에서는 이승만 노인의 어두운 독재와 썩어빠진 자유당과 관의 권리를 중심으로 한 '해방 귀족'들이 날뛰어 겨레의 장래는 어려워만 갔던 것이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지배 형태인 카리스마적인 1인 정치는 이승만 독재로 끝났다."

 

- 박정희가 1962년에 발표한 <우리 민족의 나아갈 길>에서 발췌.

 

 

이승만 시대를 직접 온 몸으로 경험하고 산 장본인, 그것도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직접 남긴 글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승만에게 불만을 품은 군부는 이승만 정권이 저지른 부정선거에 분노한 국민들이 4.19를 일으키자, 이승만으로부터 발포 명령을 받고도 끝내 이를 거부했다. 왜 그랬을까? 결코 국민들의 생명을 아껴서가 아니었다. 한국 전쟁 이전이나 와중에 국군이 얼마나 잔혹하게 무수한 민간인 학살을 저질렀는데. 다만, 그동안 자신들을 홀대해온 이승만이 밉고 이제 곧 망할 운명의 이승만에 따라봤자 득이 될 것이 없다고 판단해서였으리라.

 

물론 이승만 본인도 이런 군부의 속사정을 잘 알았고, 불만을 품은 그들이 행여 자신을 몰아내려 쿠데타를 꾸미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이미 쿠데타 준비는 진행 중이었고, 만약 4.19가 조금만 더 늦게 일어났다면 그 전에 쿠데타가 일어나 이승만은 틀림없이 축출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승만은 자신이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이정재 같은 정치깡패들을 총애했던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독부 이승만>이다. 독부는 외로운 신세가 된 권력자를 뜻하는데, 그처럼 이승만도 결국에는 모두로부터 버림과 외면을 받아, 영락없는 독부가 되고 말았다. 국민들이 반발하고 군부도 등을 돌렸으며, 그의 후원자이던 미국조차 그의 오만과 독선과 무능에 질려 더 이상 지켜주지 않았다. 그로 인해 독부가 된 이승만은 그토록 지키려고 했던 권력을 모두 잃고서, 하와이로 달아나 죽을 때까지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사해의 민심을 잃어 독부가 된 자의 말로였다. 그나마 아프리카 나라들에서처럼, 쿠데타군에게 붙잡혀 온갖 고문을 당하고 끔찍하게 죽어가지 않았던 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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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부' 이승만 평전 - 권력의 화신, 두 얼굴의 기회주의자
김삼웅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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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이 남긴 어록 두 가지만 소개해 본다. ˝공산당이라면 부모 형제라도 용서하지 말고 처단해야 한다.˝, ˝내가 당나라 덕종이야? 난 사과 못해. 사과할려면 국회의원 당신들이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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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교회 잔혹사
옥성호 지음 / 박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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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일부 교회만의 문제일까? 결코 일부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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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다시 침략을 준비한다
전계완 지음 / 지혜나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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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로 나온 책이 보이길래, 얼른 들어서 읽어보았다.

 

일본의 우경화와 제국주의 부활을 우려하는 내용의 책이기는 한데, 보면서도 자꾸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이게 아닌데...

 

내가 이 책을 읽어보고 느낀 저자의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일본은 다시 우경화와 제국주의 부활을 노리고 있다.

 

2.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다 일본 편이다. 한국과 일본의 갈등에서 한국을 편들어줄 나라는 없다.

 

3. 일본의 국력은 한국보다 5배나 위고, 한국은 힘으로 도저히 일본을 막거나 이길 수 없다.

 

4. 그런데 한국인들은 여전히 일본을 깔보고 있다. 그러면 안 된다.

 

5. 따라서 한국이 예전처럼 일본의 침략에 당하지 않으려면, 일본을 깔보는 자세를 버리고 그들과 진심으로 친구가 되는 길 밖에 없다. 그러면 아베 신조 같은 일본의 우경화 세력은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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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은 어느 책이 떠오른다. 그 책에서는 고려 시대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앞에서는 고려의 여진 정벌을 중단한 조정 대신들이 비겁한 겁쟁이라고 욕하면서, 바로 뒤에 가서는 여진 정벌은 현실성 없는 무모한 짓이었다고 비판했다. 같은 작가가 쓴 책에서 이렇게 서로 앞뒤가 안맞는 이야기를 하다니, 그 책은 나쁜 글쓰기의 전형이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이 책도 그런 나쁜 글쓰기에 해당된다.

 

저자는 일본의 우경화와 군국주의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일본이라는 집단의 위상에 지나치게 매몰 및 경도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저자의 논리대로라면 이 책은 어지간히 모순 투성이다. 우선, 일본이 한국보다 5배나 강력한 나라이고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일본을 편들고 한국을 외면하며, 한국이 힘으로 도저히 일본에 맞설 수 없다면, 대체 종군 위안부나 독도 문제 등을 거론하며 일본의 감정을 건드릴 필요가 있을까? 그냥 일본이 원하는 대로 독도 넘겨주고, 위안부 문제도 더 이상 거론하지 말아야 오히려 일본의 호감을 살 수 있고, 그것이 더 안전한 방법이 아닐까? 그런데 이 책에서 저자는 종군 위안부나 독도 문제를 들먹이며 일본을 강도높게 비판한다. 왜? 한국이 일본을 힘으로 이길 수 없고, 외부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면 왜 이런 일을 해야 할까?

 

또, 한국과 일본이 대결하면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이 일본을 편들고, 한국을 외면한다는 저자의 주장도 틀렸다. 바로 우리 옆에 중국이 있지 않은가? 중국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 문제에서 항상 한국과 손잡고 일본을 압박해왔다. 그렇다면 일본이 정말로 제국주의 부활을 외치며 한국을 압박할 때, 얼마든지 중국과 연대하여 일본에 맞설 수 있다. 실제로 지금 일본이 제일 두려워하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고, 일본에서의 한류야 시들시들하지만 중국은 오히려 한류 열풍이 다시 불고 있을 정도로 지금은 한국에 호의적이다. 그렇지 않나?

 

그리고 국력이 열세라고 대결 국면에서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저자의 논리도 동의할 수 없다. 알제리와 베트남, 아프간은 자신들을 침략한 프랑스와 미국 및 소련에 맞서 싸워 승리했다. 그 이유가 알제리나 베트남, 아프간이 프랑스와 미국과 소련보다 더 강대국이어서 가능했을까?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보다 훨씬 강한 나라와 정면으로 싸워서 물리쳤던 것이다. 우리라고 해서 왜 그들처럼 못하겠는가?

 

일본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고, 한국에 수출하는 일제 부품들을 끊으면 한국 경제가 망한다는 저자의 주장도 동의하기 힘들다. 만약 일본 기업들이 정말로 그렇게 나오면, 한국만 손해볼까? 아니다. 일본 기업들도 당장 한국에 물건을 못 팔아서 손해보기는 마찬가지다.

 

그리고 혐한론과 정한론에 대한 저자의 주장도 잘못된 부분이 많다. 혐한론은 얼마 전에야 생겨난 풍조가 아니다. 그 뿌리는 서기 8세기에 작성된 일본의 역사서인 일본서기에 실려 있을 만큼, 매우 깊고 오래되었다. 실제로 일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을 침략해 정복하려 했으니까.

 

아울러 지금 아베 신조가 거침없는 우경화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배경은 동북아 국제 정세를 둘러싼 큰 흐름에서 파악해야 한다. 그것은 2차 대전 이후, 힘으로 동북아 질서를 주도해 왔던 미국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로 계속 국력이 쇠퇴하자, 더 이상 혼자의 힘만으로는 최대의 가상 적국인 중국을 견제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본의 우경화와 재무장을 용인해준 것이 근본 원인이다. 아베 신조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우경화 발언 등을 연일 쏟아내는 이유도 바로 이런 미국의 입장을 정확하게 꿰뚫었기 때문이다. 단지 한국인들이 일본을 업신여기거나 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헌데 저자는 이런 국제 질서의 큰 줄기는 보지 못하고, 단순한 지엽적인 문제에만 매달린다.

 

한국이 일본과 친구가 되면, 아베 신조 같은 극우파가 자연히 사라진다는 저자의 주장은 너무나 순진하다 못해 단순해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지금 아베 신조가 날뛰는 것은 미국이라는 배경을 믿고, 자신이 무슨 짓을 해도 미국이 동북아에서 자기 대신 중국을 견제해줄 위치에 있는 일본을 지지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것이 핵심이다. 한국이 일본에 대해 아무리 유화적으로 나온다고 해도,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만약 아베 신조나 다른 일본의 정치인들이 "독도를 일본에 넘겨주면, 우리가 한국 대신 북한을 견제하기 위한 군사 시설로 사용하겠다. 이것은 친구이자 동맹국인 한국을 위한 조치다."라고 나오면 저자는 어떻게 말할 것인가? 친구인 일본과의 우의를 생각해서 과감하게 독도를 넘겨주자고 할 것인가?

 

일찍이 조선 초기의 대신인 신숙주는 "일본과의 우호 관계를 유지하되, 그들의 동향을 항상 살펴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조선은 일본의 침략 이후에도 통신사를 파견하여 우호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일본은 그 이후에 서구 문물을 받아들여 국력을 키운 다음, 조선을 침략해 식민지로 만들었다. 물론 그 와중에는 일본을 진심으로 친구로 생각하고, 물심양면으로 일본을 도운 친일 성향의 개화파들이 앞장섰다. 실제로 김옥균 같이 구한말 활동했던 개화파 대부분은 열렬한 친일파였다. 일본을 친구로 생각했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끝내 조선을 식민지로 병탄했던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타인의 호의에 기대는 것보다 먼저 자신의 힘을 키워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여야가 소모적인 국내 정쟁에만 몰두한다는 저자의 주장도 동의할 수 없다. 지금 한국 국내의 사정도 얼마나 복잡하고 해야 할 문제들이 많은데, 여야가 뭘 어쩌란 말인가? 정당을 다 없애고 1년 내내 하루 종일 일본 관련 문제에만 몰두해야 한 단 말인가?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쟁이란 자연스러운 일인데, 왜 이것을 문제삼을까? 혹시 저자는 일당 독재 국가를 이상향으로 꿈꾸고 있는 것일까?

 

한국이 정말로 일본의 우경화와 재무장 및 군국주의를 막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일본의 최대 적국인 중국과의 우호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 일본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하라. 그리고 미국을 설득하여 일본의 지나친 폭주를 견제토록 하고, 풍부한 자원과 한반도 평화에 관심을 기울이는 러시아와도 우호 관계를 돈독히 하라. 그런 다음, 북한과의 긴장을 해소하여 남북간에 평화를 공존케 하라. 마지막으로 일본의 침략을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하고, 국력을 키워라. 이러면 된다.

 

너무 뻔한 방법이라고? 어차피 진리는 간단하다. 다만 그것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해 문제이지.

 

 

추신: 아랍의 제왕 살라딘은 십자군 포로들에게 두 번 다시 중동을 침략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관대하게 석방시켰으나, 풀려난 십자군은 다시 중동을 침략하여 살라딘과의 약속을 저버렸다. 중남미의 아즈텍과 잉카 제국은 스페인 군대를 성대하게 환영했으나, 스페인 군대는 그들을 침략하여 멸망시켰다. 필리핀 전쟁에서 필리핀 독립의 수장인 아기날도는 포로로 잡힌 미군들을 손님으로 대우했으나, 미군은 그런 관대함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필리핀을 공격해 식민지로 삼았다. 제너럴 셔먼호 사건 당시, 조선은 미국인들에게 식량을 공급했으나 미국인들은 조선 관리를 포로로 잡고 조선을 상대로 포격과 방화 등 만행을 일삼았다. 이처럼 상대방을 관대하게 대우한다고 해도, 그들이 우리를 침략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마찬가지로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거나 굴복시켜야한다고 결심한다면, 아무리 한류 열풍이 불고 친교를 다진다 한들, 다 쓸모없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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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다시 침략을 준비한다
전계완 지음 / 지혜나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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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쓴 의도 자체는 좋았으나, 내용 전개의 방향이 잘못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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