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2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고백하자면, 사실 나는 이 소설이 세상에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

 

별로 부끄럽지는 않다.

 

내가 반드시 이 소설을 찾아내서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소설을 모른다고 해서 나나 다른 사람들한테 무슨 피해가 가는 것도 아니니까. 뭐, 까짓껏 소설 한 권 안 읽는다고 죽겠나?

 

그런데 올해 초, 내가 자주 가는 모 인터넷 유머 사이트에서 이 소설에 대한 내용이 대략 올라와서 어, 이게 뭐지? 하는 호기심이 생겨 구입했다.

 

그리고 책장을 펼치는 순간, 너무나 푹 빠져 매료되어 버렸다.

 

주인공은 크레타 섬에서 갈탄 광산을 운영하는 지식인이지만, 사실 진짜 주인공은 조르바라는 그리스인 노인이다. 나이가 환갑이 되었는데, 젊었을 때는 전쟁에 참여하기도 했고, 여러 여자들과 놀아나기도 하는 등 다채로운 인생을 살았던 몸이다.

 

소설에서 묘사되는 조르바는 완벽한 자유인이다. 그는 국가나 종교 같은 제도에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이나 복종심이 없다. 그는 어느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노예가 되지도 않는다. 인생은 오직 순간의 즐거움이 중요하며, 짧은 인생 안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행복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오직 착한 사람, 나쁜 사람을 볼 뿐이다. 국적이나 종교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거나 멸시하지 않는다. 기독교인인 그리스인답게 말끝마다 하느님을 찾지만, 결코 신에게 굴복하거나 종속되는 노예로서의 삶을 살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엷은 과부가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분노하여, 신이 있다면 그에게 가서 욕설을 하고 따지겠다고 말할 정도다.

 

자유를 외치면서 정작 자신은 국가나 종교의 노예로 사는 거짓 자유인, 대다수의 현대인들과는 완전히 다른 인간이다. 정말 완벽한 자유인인 셈이다.

 

저자는 이 소설 때문에 그리스 정교회에서 신을 모독했다고 해서 파문당했다고 한다. 물론 저자는 전혀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그는 진정한 자유를 추구했으니까.

 

뒤늦게 읽어되어 안타까웠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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