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모르고 시작합니다. 자꾸만 보고 싶은 마음, 안 보면 허전한 마음, 늘 함께 하고 싶은 마음. 이런 마음을 사랑이라 생각하며 우리는 반려자를 맞이합니다. 따로 살 때와 함께 살 때의 사랑은 차원을 달리 합니다. 이제는 익숙함이 눈에 씌인 콩깍지를 벗겨내면 현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더이상 그(그녀)는 내가 알던 그(그녀)가 아닙니다. 이제 둘이만나 셋이 되고 넷이 되는 시점이 되면 사랑은 또 다른 차원을 맞이합니다. 내가 사랑이라 생각했던 마음이, 감정이, 느낌이 사랑인지 알 수 없습니다. 모르고 시작한 사랑은 더욱 알 수 없게 됩니다. “사랑굿 18점을 쳐 괘를 푸니욕심 따라 성급히서둘지 말고마음을 정히 닦아푸닥거리나 하라 한다오늘 하루 마음대로너를 사랑해만남 지옥 헤어짐 지옥질끈 묶어서모든 지옥구석구석 잊어나보란다불 갖추고 못 한 사랑장생불사 오만 잡귀야간도 피도 다 말리고형벌하며 하는 말귀신놀음이나 하라 한다”(36)시인은 책에서 사랑굿 183판을 신명나게 펼칩니다. 랜선라이프의 먹방 유투버 벤쯔의 라면 치는 소리처럼 후루룩 읽을 수 있습니다. 시인은 욕심 따라 성급히 서둘지 말고, 오늘 하루 마음대로 너를 사랑해 모든 지옥 잊어나보란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불 없이 사랑한다면 귀신놀음이나 하라고 말합니다. 저에게는 사랑의 시작은 신중해야 하지만 시작했다면 전심을 다하고 가슴속에 열정을 간직하라는 말로 들립니다. “사랑굿 105내게 있는 조그만 눈남의어리석음은 깨우며이 마음은지키지 못하는 덧없음이네인과의 그물에 얽혀그대 벗어날 곳 찾아절름거려도감긴 마음풀리지 않고진실을 꾸며도거짓을 꾸며도백년 살 것 아닌데한 사람따뜻이 하기어찌 그리 힘드오”(144)죽음은 사람을 숙연하게 만듭니다. 인생 “백 년 살 것 아닌데 한 사람 따뜻이 하기 어찌 그리 힘드오”라는 시인의 말처럼 나는 나를 내려 놓기가 힘듭니다. 나를 내려 놓은 유일한 순간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뿐입니다. 그러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자신의 죽음은 그리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단 한 사람도 따뜻이 하기 어려운 존재들입니다. 김초혜 시인이 <사랑굿> 30년 특별판으로 우리에게 돌아왔습니다. 무더운 여름 신명나는 사랑굿으로 더욱 뜨겁게 사랑해보면 어떨까요? 그 열정에 더위가 녹을 만큼 뜨겁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