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의 이유 - 부와 권력이 집중되는 10가지 원리
노엄 촘스키 지음, 유강은 옮김 / 이데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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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클립 한주 한책 서평단 고전세입니다. 


6월 13일 지방선거일이다. 내가 사는 지역의 시장 및 도지사, 구청장을 비롯해 시. 도. 구의원을 뽑는 날이다. 과연 누구를 뽑아야 할까? 내 한 표는 과연 소중한 한 표일까? 

미국의 비판적 좌파 지식인 노엄 촘스키는 오늘날 미국의 정치를 한 마디로 ‘이제 끝났다’고 말한다. 그것의 정점은 아마 2016년 11월 8일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이었을 것이다.  

사실 촘스키는 민주당의 오바마나 클린턴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입장이 아니다. 촘스키는 " 오바마는 사실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다. 대개가 실체가 없는 환상이다. 선거운동 당시 오바마가 구사한 언어를 들여다보자. 정책 문제에 관한 논의는 거의 없는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정책에 관한 여론은 양당 지도부와 재정 지원자들이 원하는 것과는 아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정책은 갈수록 점점 선거운동에 자금을 대주는 사적 이익집단에 초점이 맞춰진다. 결국 대중은 주변으로 밀려나고 만다.”고 말했다.

클린턴에 대해서도 “탈규제는 클린턴 시절 내내 계속되었다. 클린턴이 등장하면서 IT 호황이 일었다. 그러나 1990년대 말에 이르러 또 다른 거품이 생겨났다가 터졌다. 이른바 닷컴 거품이었다."라고 비판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원인은 미국의 건국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둘 다 민주주의를 신봉함에도 미국 헌법의 주요 설계자인 제임스 메디슨은 부유층에 권력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선구적인 민주주의 이론가인 토머스 제퍼슨은 일반 국민들에게 권력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두 세력의 갈등이 오늘날까지 미국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으며, 오늘날에는 전자의 세력이 커지면서 불평등이 확대되었다. 

부유층은 1960년대의 민주화 경향, 즉  기존이 소수 집단이던 여성, 젊은이, 노인, 노동자들이 조직화되어 정치 무대에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이들을 제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유층에게는 돈과 권력이 있었다. 그들은 먼저 거의 무상이었던 공교육을 유상으로 전환했다. 촘스키는 “대학생들이 보통 10만 달러의 빚을 지고 대학을 졸업한다면, 그들은 그야말로 빚의 덫에 걸린 셈이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게다가 이 채무는 상환하기 힘든 방식으로 구조화되어 있고, 사업 채무나 개인 채무와 달리 파산을 할 수도 없다. 죽을 때까지 계속 따라다니면서 사회보장 연금을 갉아먹을 수도 있다. 결국 권력에 종속되어 자기 몸을 바쳐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제 그들은 빚의 노예가 되어 기존 권력에 반항하지 못하고 순종할 수밖에 없다. 

부유층은 기업을 일자리를 창출해 국민 경제를 활성화시키기보다는 투자 대상으로 만들었다. 촘스키는 “이제 주요 기업에서 출세하는 길은 다음 4분기에 좋은 실적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은 기업의 장기적인 미래가 아니며(다음 분기에 끌어낼 수 있는 성과일 뿐이다), 또한 그 실적에 따라 당신의 연봉과 상여금 등이 결정된다. 따라서 단기 수익을 버는 방향으로 사업 행태를 설계하고, 그렇게 해서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면 사업이야 망하든 손 털고 떠나면 된다.”라고 말한다. 노동자의 고용 안전성은 현저히 떨어졌고, 노동자는 생존을 위해 더욱 많은 시간을 노동에 투입해야 한다. 

부유층은 입법부 의원에서 로비스트가 되기도 하고, 로비스트가 되면 입법을 좌지우지하려고 한다. 촘스키는 "대공황 시절 제정된 규제 가운데 하나는 연방정부가 예금을 보증하는 상업은행과 연방정부가 전혀 보증하지 않고 그냥 리스크를 감수하는 투자은행을 분리하는 것이었다 이른바 글라스-스티걸 법에 따라 두 은행이 분리되었다. 1990년대에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정책은 대체로 로버트 루빈Robert Rubin과 그 동료들(대개 금융 산업 출신이었다)이 주도했는데, 그들은 30년대부터 이어진 이 법률을 파기하기를 원했다. 그리하여 1999년에 공화당 우파인 필 그램Phil Gramm 등의 협력을 받아 글라스-스티걸 법을 훼손하는 데 성공했다. 그 본질을 보면, 결국 투자은행의 위험한 운영이 정부의 보증을 받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라고 말한다.  

로버트 루빈은 이후 정부에서 물러나 시티 그룹 회장이 되어, 대형 보험사 인수 등을 도와 돈을 벌었다. 결국 시티 그룹은 붕괴했다. 그는 자기 돈을 전부 챙겨 나와서는 오바마의 수석고문으로 복귀했고, 그 후 정부는 시티 그룹을 구제금융으로 회생시켰다고 한다.   

급기야 "1999년, 상업은행을 투자은행과 분리하는 규제가 해체되었다. 조지 W. 부시George. W. Bush가 등장하면서 주택 호황이 일었는데, 놀랍게도 정책 경제학자들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어쩌면 이들은 주택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약 8조 달러의 주택 거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무시했을 수도 있다. 물론 그 거품은 2007년에 터졌고, 수조 달러의 자본이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다. 가짜 부였던 것이다. 그 결과로 대공황 이래 최대의 금융위기가 일어났다. 그리고 부시와 오바마가 구제 금융에 나서 유력한 기관(범인)들의 구조를 개편하고 다른 모든 사람들은 표류하게 내버려 두었다. 국민들은 집과 일자리를 빼앗기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지금 우리는 그 폐허 위에 서 있다. 누구도 처벌을 받지 않았고, 위기를 초래한 주역들은 다시 그다음 위기를 쌓아나가고 있다."라고 촘스키는 말한다. 

현재 미국은 부유층과 일반 국민들의 대결에서 부유층의 완승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승자독식의 구조로 1%의 부유층이 전체 부의 99%를 싹쓸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미국만의 상황일까?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도 미국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명박 정부 시절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투자 은행을 보유하기 위해 리먼 브러더스 인수를 검토했었다고 한다. 만약 그 일이 성사되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 일의 주역인 MB의 친구는 이후 한국산업은행장으로 취임했다. 어떻게 미국의 사례와 이렇게 유사할 수 있을까? 정부 관료가 대부분 미국 유학생 출신이라 금융 선진국인 미국의 사례를 철저하게 답습한 까닭일까?


오늘은 지방 선거일이다. 
나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나의 한 표는 과연 소중할까? 여전히 의문이 든다. 촘스키는 투표에는 최소한의 시간을 들이고, 나머지는 더욱 중요한 일을 하라고 한다. 그것은 나 같은 일반 국민들이 연대하여 새로운 정치 행동 방식을 찾으라는 것이다. 촘스키는 아직 미국이 여러 면에서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회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과연 그럴까? 이미 끊어진 끈을 이어보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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