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를 품은 남자 이야기 사현금 무크 1
강동수 외 지음 / 호밀밭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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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를 품은 남자 이야기, 제목만 보고 자극적인 설정이나 퇴폐적인 이야기를 상상했다면 책장을 넘기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 책은 사현금 - 네 개의 현이 이루어 내는 다양성 속의 조화된 음률을 꿈꾸다- 이라는 동인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부산에 발을 딛고 선 작가들의 모임이다. 책에는 두 여자를 품은 남자이야기, 천년의 사랑, 노다지, 사레, 그림자들, 벽,난로 등 6가지의 작은 단편집이 실려있다. 이 모든 얘기들은 정치부터 개인의 삶까지,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얘기해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나는 첫번째 작품인 두 여자를 품은 남자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두 여자를 품은 남자 이야기, 간단한 줄거리는 한국 여자와 결혼했던 한국-미국인 사이에 태어난 남자가 북한 여자와 재혼하는 이야기다. 이 때 남자는 미국 군인 출신의 국회의원이고, 북한 여자는 죽은 한국 여자의 사촌동생이다. 두번째 부인인 북한 여자는 탈북을 했고, 첫번째부인의 언니인 김교수의 도움을 받아 미국에 오게 됐다. 그리고 김교수의 도움으로 미국인 남편과의 재혼에도 성공한다.

이 이야기의 숨은 제목은 ‘ 한국과 북한을 품은 미국 이야기’이다. 요즈음 북미관계가 뉴스의 일면을 차지한 적이 많다. 북미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두여자를 품은 한국이야기>는 북미 관계를 우려하는, 그러나 곧 좋게 풀릴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책에서도 두사람의 결혼은 북미관계의 미래라고 얘기하듯이, 상징적인 것은 북미 관계이다.
그렇다면 김교수는 무엇을 상징할까? 재혼을 도와준 김교수, 김교수의 국적은 한국. 즉, 북미관계를 완화시키기 위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한국이라는 것이다.

며칠 전,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긍정적인 결과로 끝이 났다. 이제 남은 건 북미관계의 회복이다. 북미관계에 있어 한국은 아무 자격이 없거나, 관여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가 아니다. 가운데에 끼인 것이 원래 가장 힘들지만, 한국 또한 북미 관계 회복에 힘써야 한다. 머지 않아 <두 여자를 품은 남자 이야기>에서처럼, 화합의 장이 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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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란 코끼리 다루기
조광수 지음 / 호밀밭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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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중국이란 나라를 어떻게 생각했는가? 라고 한다면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중국을 형님의 나라, 대국이라고 생각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까지, 조공을 하고 예우를 갖췄다. 그러나 6.25전쟁을 겪으면서 우리나라에 이념의 대립과 분단이 생겼고 남한이 갖는 중국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중국을 후진국이라 생각했고 짱깨라는 용어로 중국인들을 비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이 경제성장을 이뤄 G2라는 명예를 얻기도 했지만 사드 보복과 관광 문제로 여전히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

 

그런데, 우리가 가진 중국의 이미지가 좋지 않다해서 우리가 중국을 적대시하거나 무시할 수는 없는 형국이다. 감정을 가지고 중국을 대하기보다 현실적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책 <중국이란 코끼리다루기>가 우리에게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국립 대만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영산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이 책은 저자가 40년이라는 세월동안 중국을 공부한 결과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책은 중국의 경제, 정치, 사회와 문화로 구성되었다. 구성만 보면 조금 딱딱한, 말 그대로 공부하는 느낌이 드는데 읽다 보면 소설책 읽듯이 술술 읽어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중국 사람들은 정치를 어떻게 생각해 왔을까부분이다. 이 소제목을 보고 정말 ‘?’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정치는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이기도 하고 갈등과 통합이란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 같다는 저자의 말이 공감됐다. 중국의 다양한 정치에 대한 관점이 흥미로웠고 우리와는 다른 공산당 지배 체제임에도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공산당 지배체제와는 또 달랐다. 중국이 한국보다 훨씬 고맥락 문화 사회라는 것도 흥미로운 점 중에 하나다. 조금 어려운 내용인데도 저자가 예를 들어 쉽게 풀이해서 정치에 대해, 중국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읽기에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사실, 나는 정치, 외교에 대해 관심이 있으면서도 그 내용이 어렵고 복잡하다는 핑계로 깊이있게 알려 하지 않았다. 그저 이슈되는 뉴스만 몇 개 찾아보고 하는 것이 다였다. 우리나라가 미중 외교 관계와 얽히면서 중간에서 새우 등 터지는 격을 보고 잠시 화가 나는가 하면서도, 돌아서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이런 생각을 가진다면 결국 우리나라의 정치, 외교는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중국이 좋은 나라인지, 나쁜 나라인지 그런 것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저 중국이 어떤 나라인지, 우리가 어떻게 중국을 대하는 것이 좋을지 알게 해주는 책이다. 누군가에겐 이 책이 흥미롭거나 읽고 싶은 책이 아닐지 몰라도, 우리가 읽어야 할 책임은 분명하다. 저자의 말처럼, 어쨌든 우리는 이래저래 코끼리를 잘 다루어야 하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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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나무와 바람
장현정 지음, 배민기 그림, 홍성기 영역 / 호밀밭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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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사회에서 추구하는 삶은 무엇일까. 안정적인 삶과 자유로운 삶. 안정적이나 틀에서 나올 수 없는 삶과 자유로우나 정착이 없는 삶. 그런 삶에 대해, 또는 그런 삶의 희망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책이 있다. 바로 장현정의 <아기나무와 바람>, 귀여운 느낌이 드는 제목과는 다르게 어딘가 쓸쓸해보이는 표지의 그림은 책을 꼭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다. 이 책에서 아기나무는 전자, ‘바람은 후자의 삶을 사는 존재다, ‘아기나무는 늘 자유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그러나 조금씩 자라면서 자신은 너무 많은 것을 가졌으며 떠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바람의 도움으로 잠시 사막에 갔다 오는 경험도 하지만 늘 그 자리에 뿌리박고 서있을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바람은 정착하고 싶지만 떠나야만 하는 존재다. 가끔씩 아기나무에게 와서 바깥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세상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바람과 외로운 바람에게 힘이 되어주는 아기나무‘. 그들은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어쩌면 아기나무바람은 힘없는 우리 세대의 모습 같다. 우리는 늘 안정과 자유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것이 우리의 선택이 될 수도 있지만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을 때가 있고 정착하고 싶어도 떠나야만 할 때가 있다. 취업, 결혼 등 다양한 이유에서 비롯된다. 또한 우리는 사회에 나가기 전 부푼 희망에 가슴이 벅차지만 사회에 나가 현실을 깨닫고 벽에 부딪치며 희망을 잃어간다. 애초에 희망이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아기나무바람은 조금 달랐다. 떠날 수 없는 혹은 정착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지만 그것에 좌절하는 것도 잠시, 그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고 서로의 아픔도 다독였다. 희망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희망을 찾는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작가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 아닐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계속 다른 희망이 생길 것이고 그를 이룰 수도, 좌절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희망을 위한 과정은 늘 아름다울 것이다. <아기나무와 바람>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기보다, 희망에 대한 아름다움을 알게 해준다. 너무 과하지 않게, 너무 무심하지도 않게 뱉어내는 말들이 생각을 깊게 끌고간다.

 

내가 가졌던 희망은 무엇이었고 좌절했던 건 무엇이었나 생각하면서, 책의 마지막 대사가 떠오른다. “바람아, 난 너를 존경해. 외롭게 혼자이면서도 난 네가 희망을 찾아 돌아다녔다는 것을 알아. 희망이란 게 무엇인지, 실제로 있는 것인지도 나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끊임없이 찾아다닌 건 아름다운 일인 것 같아. 마치 움직일 수 없기에 움직이고 싶어 하고, 머무를 수 없기에 머물고 싶어 하는 나와 너처럼 말이야. 희망이란 건 그런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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