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여우 꼬리 1 - 으스스 미션 캠프 위풍당당 여우 꼬리 1
손원평 지음, 만물상 그림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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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만 독자가 선택한 『아몬드』 작가, 손원평의 첫 어린이책"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손이 가고, 신뢰가 간다.

그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이런 믿음에는 당연히 『아몬드』 가 큰 비중, 아니 모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한참 재능기부로 여러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

추천도서 게시판 제일 좋은 상석(?)에는 어김없이 이 『아몬드』 가 자리했다.

암울한 듯 아닌 듯 무표정인듯 아닌 듯한 소년의 얼굴에 왠지 모르게 이끌려

게시판 앞에서 잠시 눈맞춤을 하곤 했다.

그렇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작품을 만들어 세간을 뒤흔든 손원평 작가님의 첫 어린이책이라니 참으로 기대되었다.

제목은 재기발랄하게도 『위풍당당 여우 꼬리』이다.



주인공 손단미는 초등학교 4학년이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할 말은 하고 때론 의기소침하기도 하는, 반에 흔히 있는 그런 아이이다.

그러던 어느 날, 몸이 간질간질 찌릿찌릿하며 등뒤에서 강렬하게 무언가 쑤욱 나오는 경험을 한다.

바로 털뭉치 꼬리!

구미호의 피를 물려받은 아이인 단미의 파란만장 꼬리극복기.

이 이야기는 쉽게 말해 '내 꼬리와 친구되기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위풍당당'이라는 제목이 단미가 맛볼 시련의 끝이 쓰리진 않음을 예상케한다.

단미가 낯선 자신을 발견하고 어찌 할 바 모르는 모습은 우리가 반드시 겪는 성장통, 과정이다.

이 과정을 얼마나 슬기롭게 헤쳐나가느냐가 관건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인간이란 생각보다 단단한 존재임을 깨닫는다.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지만 그 스스로를 주위에서 놔주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를 만든다.

그런 점에서 단미의 부모님은 최선을 다하지만 최대로 돕지는 않는다.

이런 포인트가 참 마음에 든다.

아이들이 함께 미션을 수행하며 스스로 답을 얻는 것 또한 이와 선을 같이 한다.

조금 더 일찍 겪은 우리 어른은 그저 따스한 시선으로 지켜보면 될 일이다.

나도 가끔 수업시간에 다루던 주제인데

'내가 좋아하는 나, 내가 싫어하는 나'(제7장의 제목)를 차분히 이야기하는 모습도 고무적이다.

자신을 잘 안다는 것은 엄청난 강점이다.

장점이든 단점이든 나를 알면 힘이 생긴다.

이런 힘이 세상을 살아가는 기초체력을 만든다.

이 책을 읽다보면 단미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점을 자극하는 요소를 적재적소에 잘 배치했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 또한 작가의 힘이 아닐까.

이 책은 시리즈 시작을 알리는 1권이다.

곧 만날 2권도 기대해보며,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마녀배달부 키키〉를 떠올린다.

타다다닥하고 공중으로 떠오르며 첫비행을 성공하는 어린 마녀배달부처럼

우리 단미도 어깨 쫙 펴고 위풍당당하게 모험을 떠나기를 마음속으로 응원한다.

내가 밑줄 쫙-한 부분도 더불어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처음 꼬리가 튀어나온 뒤 일어났던 일들을 떠올렸다. 나 스스로가 싫었던 기억들, 반 친구들 앞에서 쭈볏거리며 나 자신을 창피해하던 모습이 생각났다. 하지만 내가 나를 부끄러워하고 미워한다면 이 세상 누가 나를 사랑해줄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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