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 한 편의 시라면 좋겠지만 - 힘을 빼고 감동을 줍는 사계절 육아
전지민 지음 / 비타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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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변화와 인간의 삶을 유심히 지켜보며 ‘건강한 마인드’를 제안하고자 했던,

독립잡지 「그린마인드」의 편집장 전지민의 육아 에세이,

<육아가 한 편의 시라면 좋겠지만>!

참, 제목이 좋다.

'육아가 한 편의 시라면 좋겠지만...........'

우리의 현실은 시가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자랑하는 소설인가... ?

전지민 작가는 육아란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막장드라마 같다'고 했다.

음... 그것도 그럴 것이 본능대로 행동하는 아이 앞에서

정작 엄마의 본능은 채울 수가 없다.

우린 먹고픈 걸 먹을 수 없는 건 둘째치고

화장실이 멀지도 않은데 씻을 수도 쌀(?) 수도 없는 시기를 겪는다.

이 시기는 마치........

나를 내가 아닌 것으로 만드는,,, 사람을 요상하게 리셋한다.

뭔가 적절한, 딱 떨어지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와 같은 시기를 보낸 그들은 알지 모르겠다.

뭐라 말할 수 없는 이 오묘한 인생의 한 때를.

군인 남편이 있는 강원도 화천과 서울을 번갈아 움직이다

아이를 가지며 그곳에 터를 잡은 그녀.

자연으로만 둘러싸인 낯선 곳에서

몸도 마음도 힘들었을텐데...

그녀가 써내려가는 글에는 왠지 따스함이 담겨 있다.

의연함도 엿보인다.

육아를 즐기기 위해 애쓰기 보다는 받아들이는 의연함,

그런 것이 느껴져서 편했다.

간혹 유명하다는 육아서를 볼 때

상대적으로 부족한 내가 보여서 눈을 질끈 감아 책값도 못할 정도로

맘에 상채기가 날 때도 있는데,

이 책은 편하다.

(내 극히 개인적인)생각보다 교육열이 높아

한글보다는 영어가 중요한,

그런 언저리에 나 혼자 국문법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를 고민하는 이 곳에서,

학원보다는 산과 들로 뛰어다니는 것이 좋다고 과감하게 말하는 내가.

괜찮을까... 고민이 많은 요즘.

이 책은 내 방식이 '나쁜 것'이 아니라면 줏대 있게 나가도 된다고 응원해 주는 것 같았다.

어른이 되는 일,

나이가 들었다고

아이를 낳았다고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녀의 말처럼 '계속 고민하고 노력'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겨울방학 3주가 끝나고 정확히 이레(7일) 유치원에 보냈다.

그리고 설 연휴 동안 코로나의 기세는 급변하는 느낌이었다.

그때부터 아이와 나의 밀착생활은 시작되었다.

그때라도 조금 보냈어야 했나... 싶긴 하다. 이제와서.

하루 종일 원에서 마스크를 쓰고 활동한는 걸 알고 놀란 나는

너무 빨리 대처를 취했다 ^^

함께 있었다... 그때부터.

수료식 주간은 보내야 해서 등원했지만

구에서 확진자가 나오며 그마저도 자율등원으로 바뀌며

우리의 일상은 공식적으로도 이렇게 정리되었다.

나라가 준 아이와 나의 시간.

살 맞대고 마구 부비는 시간은... 이제 .... 길어져서 얼마나 되었는지도 가늠하기 힘들다.

연장되는 개학 연기로 떨어지는 체력의 끝을 붙잡고 있을 때

이 책을 만났다.

이 책 그래서 읽고 싶었나 보다.

그래도 갓난아기와, 기저귀 찬 아이와, 자기 고집 충만해지는데 말 못 하는 아이와

이 긴 시간을, 그것도 이 좋은 계절에 집콕하는 그녀들은 더욱, 많이 힘들 것이다.

난 양반이다.

아주 양반이다.

그래서 생각을 고쳐먹고 반성하는 요즘이다.

나라가 준 이 시간을 선물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혼미해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난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어른노릇 연습생이니까.

"한 생명을 기르는 일을 오랫동안 망설였던 우리 부부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웃는다.

아이가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 무엇을 누리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p.134)"

 

 

내가 육아를 하며 제일 많이 느낀 점이 바로 '웃는 나'이다.

결혼 전에는 일로 얻는 보람이 커서 뭐든 재미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내가 진심으로 '웃는 행위'는 개콘을 보던 그 순간이었던 것 같다.

멍하다 박장대소.

스트레스 없는 그 본연의 웃음.

그런데 아이를 키우며 이 아이가 주는 선물이 바로 '웃음'이다.

아이의 캬르르 웃음이 아닌

내가 이 아이의 작은 것에 빵빵 터지는 것.

그리고 육아동지(?)인 남편과

아이의 행동을 공유하며 터지는 폭소도

삶의 에너지, 비타오백 쯤 된다.

이런 내 안의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이 책이 좋다.

그리고 난 잘 만든 책을 보면 괜스레 책상에 놨다, 탁자에 놨다, 싱크대에도 올려놨다 한다.

너무 좋아서 주인 졸졸 따라다니는 멍멍이 마냥

내 동선에 그 책을 둔다.

이 책이 그렇다.

내용과 조화를 이루는 표지와 전체 색감에서

왼쪽에 제목과 부제목을 배치하는 등 신경을 많이 쓴 내지편집.

마치 웃는 표정 같은 페이지 표시까지.

뭐 하나 내 취향이 아닌 것이 없다.

참 잘 만드는 이런 분들 덕에 책 읽는 맛이 더 살았다.

나은 양을 키우는 엄마의 말이 잘 들렸다.

곧 또 이렇게 잘 만든 책을 만나는 나의 독서생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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