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노랫말 그림책
풍 선
글 : 이두헌
그림 : 최은영
발행일 : 2019. 06. 21
판 형 : 190*260*15mm
쪽 수 : 48
출판사 : 창비
한국 대중가요의 아름다운 노랫말을 그림책으로 만나는
‘창비 노랫말 그림책’ 시리즈 그 두 번째 책이 나왔다.
제목은 <풍선>.
시리즈 첫 번째는 내가 사랑하는 유희열 님의 노랫말에 천유주 작가님이 그림을 그린
<딸에게 보내는 노래>였다! (아래 책정보 참조 바람)
창비출판사에서는 한국 대중가요 중에서
노랫말이 예쁜 작품을 골라
유명 작가와 콜라보로 그림책을 만들어 내고 있다.
처음에는 유희열 님의 노래를 그림책으로 만든다는 사실만으로 기뻐 날뛰었지만
이번 그림책 <풍선>을 보고
'노랫말 그림책' 시리즈의 탄생이었음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좋은 시도!
좋은 발걸음을 응원한다.
<풍선>이라는 노래를 기억한다면
뭐 시쳇말로 옛날 사람이다...
'다섯손가락'이라는 밴드가 1985년에 발표한 노래이기 때문이다.
그 밴드에서 보컬과 기타를 맡은 '이두헌' 님이
작곡 작사한 곡이다.
난 아이에게 읽어 주기 전에
내가 먼저 며칠동안 감춰두고 읽었다.
나를 위한 그림책으로 만들 생각이었던 것 같다.
내 그 시절을 곱씹고 싶었던 무의식의 느낌적인 느낌일까?
그런데
처음 읽어나갈 때부터
첫소절...
'지.나.가. 버린 ... 어~~린 시절~엔!'
마음 속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런...
담담히 글밥을 읽어나갈 수 없는,
리듬에 맞춰 책장을 얼른 넘겨야 하는,
단점인듯 단점 아닌 단점 같은 <풍선> 너라는 그림책이란,
참 매력적이었다.
이미 아는 노래,
친구들과 흥얼거리던 그 노래,
그런데 이렇게 활자로, 그림으로 만나니
노랫말이 전하는 메시지가
더 깊게 다가왔다.
내 어릴 적 꿈은 노란 풍선을 타고
하늘 높이 나는 사람
그 조그만 꿈을 잊어버리고 산 건
내가 너무 커 버렸을 때
/
왜 하늘을 보면 나는 눈물이 날까
그것조차 알 수 없잖아
왜 어른이 되면 잊어버리게 될까
조그맣던 아이 시절을
특히 위에 적은 가사가 가슴에 꽂혔다.
후벼팔 정도는 아니었음을 감사히 여길 정도로 말이다.
1절과 2절 똑같은 부분에 담긴 가사가 확 와닿았다.
노래에서도 이 부분은
갑자기 의기소침해서 고개를 떨구고 불러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그림책 글밥으로 만나니 애잔함마저 밀려 온다.
영화든 노래든 책이든
언제 어디서 만나느냐에 따라 감상은 천차만별이다.
지금 내게 이 그림책은
이 부분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나이 탓일까, 지금의 일상탓일까...
내가 좋아하는 한 컷!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부분에 담긴 그림.
가슴이 펑 뚫리면서도
동시에 가득차는 충만함을 맛볼 수 있다.
이 그림책에는 두 소녀가 등장한다.
담담하게 그녀들의 이야기를 쫓다보면
내 과거를 회상하고
아이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풍선이라는 제목에 어울리게 다양한 형태의 원형이 등장하고,
그것들은 표지에 나온 것처럼 대표색인 노란색을 띤다.
그림은, 2016년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최은영 작가님이 노랫말의 의미를 잘 살려서 그렸다.
스토리 연구를 많이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기왕이면 이 노래를 아는)많은 사람들이
이 그림책 속 그림도 꼼꼼히 보고 함께 이야기 나누었으면 좋겠다.
그림깊이보기 팁 하나.. 난 뒤 표지에 담긴 풍선도 참 마음에 든다.
원래는 내 책 삼을 생각이었는데,
언제나처럼 소파에 올려두니 아이가 흥미를 보였다.
글밥을 찬찬히 읽어주다 내 흥에 못이겨 2절부터 노래를 불렀다 ;;;
노오란 색이 나올 때마다 신기해서 웃고
풍선이 나오면 가리키며 좋아했다.
좋아해서 다행이라며 어설픈 내 노랫가락이
아이의 독서에 누가 되지 않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이어서 하던 빠방놀이 중
'기~억~들~~이 생~~각나~'라고 하지 않는가...
이런이런,
창비노랫말그림책은 이런 효용을 노린 것인가?
아이가 노래를 흥얼거렸다.
난생 처음 들었을 그 노래를~
더욱 놀라운 사실은 가사를 정확히 모르는 부분은
'나~나나나나~'로 대신하는 센스도 발휘했다...
역시 나는 객관성이란 누구에게 줘버린
아들바보 ;;;;;;;;;;;;;;;
그래도 85년도생 노래를 삼십년이 흐른 뒤 태어난 아이가 부른다는 이 오묘함은
참, 벅차다.
행복이란 감정을 뛰어 넘는 그 무엇이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땐 흥얼거리게 된다.(이 노래를 아는 사람이라면 ;)
그리고 두번째 읽을 즈음 알 수 없는 감정에 더해
서러움,, 슬픔마저 밀려온다.
난 아이에게 두번째 읽어줄 때 목울대가 얼얼할 정도로
알 수 없는 감정이 복받쳤다.
하지만 이 그림책에는 힘을 주는 '하지만'과 '때로는'이 있으니
심호흡 한 번 하고 이 연사 아이를 위해 힘주어 책을 읽었다.
마지막에는 에브리바디
'라~라라랄라~~~ (지나가 버~린) 라~라라랄라~~ (어린시절에엔~~)'
우리 인생도 그때처럼 '라~라라랄라~~~'
꼭 나에게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읽어주자.
그때와 지금, 뭐 많이 다르지 않다.
마음 먹기 달렸다.
우리도 지금 하면 된다.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