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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영원을 만들지 - 파도를 일며
이광호 지음 / 별빛들 / 201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시집
<우리는 영원을 만들지>
부제 : 파도를 일며
지음 : 이광호
발행일 : 2019년 4월 26일
쪽 수 : 162
출판사 : 별빛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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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곁에 두는 일을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나날들이 있다.
집중이 힘든 환경이거나
가끔 무거운 책들이 정신적으로 버거울 때도 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문학서를
억지스레
어디쯤에는 걸쳐놓을 때가 있다.
이 책은 그럴 때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시집.
과거 아는 선배는 '절에 말이 많아 힘든 것'이 시(詩)라고 했는데
난 말이 적어 시가 참 좋다.
이 시집이 끌린 이유는,
'삶에 가치를 주는 유일한 것은 사랑이라 생각합니다'라는
작가 소개글 때문이다.
그리고 받아든 시집은 이렇게
겉표지를 따로 제작해 예쁘게 포장하고
판권장도 앞부분에 배치하는 등
편집면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려 노력한 점이 눈에 띄었다.
출판사 '별빛들'은 시인의 독립출판사!
도전을 좋아하는 시인...이라는 인상을 받으며
그의 시세계로 들어간다.
내 안의 두려움과 싸울 때
시를 읽었다.
함께 싸울 아군을 모으는 일이었다.
좋아하는 시.
나 또한 시에 흠뻑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뭔가 홀린 듯 한 권의 시집을 출퇴근길,
그리고 책상 곁에 두고
읽고 읽고 또 읽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광호 시인은 아군을 모으고...
난 무엇을 했을까...
나 또한 내 마음의 아군을 모았었다, 그리 기억하고 싶다.
오랫동안 슬펐던 이유는
내 몸집만 한 시집이 팔리지 않아서
내 시가 세상에 닿지 않아서
무엇도 되지 못해서
그것이 아니라
그간 아팠던 이유는
트럭만 한 빚이 무거워서
욕심을 주무르던 손 마디가 아려서
마음만 급해 숨이 가빠서
그것이 아니라
오늘 밤, 즐거운 이유는
사랑하는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그들에게 마음을 나눠 줄 수 있어서
보고 싶었다, 말할 수 있어서
그럴 수 있어서
시를 읽어나가며 슬펐다가 우울했다가 바닥을 쳤다가
또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곤 했다.
집중해서 쭈욱 읽어나가진 못했지만
시의 특성상 그때 그때마다 그 하나의 작품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다 보니 이 시인의 슬픔이 흠씬 전해져
전철에서 살짝 눈물이 고이고
잠시 쉬는 시간에 냉소를 머금기도 했다.
이런 순수한 감정에 휩싸일 수 있도록
시인은 하나하나 마음을 담아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었나 보다.
젊은 날의 고달픔,
하고싶은 일과 돈 되는 일 사이의 갈등,
사랑과 또 다른 내 사랑 사이의 거리,
등 등 등
시인은 <오랜 숙제>라는 시에서
'시를 쓰다가
고치고 덧대고 하다가
다 지운다.
누워있던 시간은 이미 앞으로 고꾸라져 있다.
오늘도 나는 쉽게 쓰고 오래 지운다'
라고 적었다.
나 또한 '오랜 숙제'에 갇혀 있는 날들,
아직도 헤매이고 있다.
그래도 감사하다.
오랜만에 깊이 있게
말과 말 사이를 향유했다.
<우리는 영원을 만들지>덕분이다.
그간 꽂아만 놓았던 나의 옛 시집들을 꺼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