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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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작가의 영어덜트 소설

<버드 스트라이크>

"어서 더 멀리 날아가. 네가 원하는 만큼, 어디까지든.

지금, 내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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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은 항상 읽을 책으로 가득하지만

문학을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에 참여한

출판사 창비의 <눈가리고 책읽는당>.

제목도, 작가도 모르는 상태에서

가제본의 책을 즐겁게 읽고 감상을 음미하는, 출간 전 이벤트.

 

감사하게도 이벤트에 당첨되어 가제본을 받았다.

제목과 작가를 모르는 상태에서 책을 읽다보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글자 하나 하나에 신경쓰며 읽었다.

대단한 독서력이 아님에도 이렇게 집중해서 읽으면

어느 누구의 글인지 맞출 수 있을 거란

헛된 믿음이 설렘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단서는 단 셋.

#새인간

#작은날개

#영어덜트소설

그리고 공개된 사실은,

<위저드 베이커리>로 유명한 구병모 작가의 책이었다는 것.

 

 

제목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의 사전적 의미는

항공기의 이착륙 및 순항중 조류가 항공기 엔진이나 동체에 부딪치는 현상으로, 우리말로는 '조류 충돌'이라 한다.  (출처-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생명체인 '새'와 인간이 만든 기계 '항공기/비행기'가 충돌하는 현상인 버드 스트라이크.

이 소설에서도 신비한 존재인 익인(翼人)과

신물문의 노예인 권력자, 도시인이 충돌한다.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그리고 그 중심에는

등에 날개가 돋는 새인간이지만

또래에 비해 작은 날개를 가진 소년 '비오'와

이복 오빠가 도시 최고권력자라 권력 안에 있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대우받지 못하는 소녀 '루'가 있다.

 

이야기는

순수한 마음을 지닌 종족인 익인들이

도시 청사를 온몸으로 들이받으며 항쟁한 사건으로 시작한다.

날개가 작아 힘을 쓰질 못한 탓인지

비오는 그 사건에서 유일하게 잡힌 인질이었고

루는 익인을 보기 위해 왔다가

탈출을 꿈꾼 비오가 붙잡은 인질이었다.

인질과 인질로 만난 소년과 소녀.

 

 

이 소설은

'한국 영어덜트 소설의 눈부신 진화'라는

홍보문구를 달고 나왔다.

영어덜트 소설, 곧 청소년 소설을 말한다.

그래서 열여덟의 순수한 익인 소년, 비오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걸까.

삶의 중요한 진리를,

당연히 어른이라는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원칙을

곳곳에 담았다.

 

 

아래 글귀를 통해 그 내밀한 의미를 되새긴다.

((쪽수는 가제본(총300쪽구성)을 기준으로 하며, 정식출간본과 상이함을 알린다.))

 

 

다른 도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신기하게 여겨질 테지.

좋은 말로 신기하게, 평범한 말로는 낯설고 어색하게,

나쁜 말로는 옳지 않은 것이나 틀린 것으로 여길 테지.

pp.146-147

 

 

사람은 왜

자기와 다른 것이나 알지 못하는 것이나

알지 못하기에 비로소 아름다운 것의 비밀을 캐내려는 본능을 타고난 것인지.

p.166

 

 

언젠가 지장이 그런 말을 했던 게 기억났다.

자신의 삶과 이미 얽혀 버린 또 다른 삶은 더 이상 타인의 것이 아니라고.

그저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 마땅히 애정을 가지고 감사하며,

다소 성가신 의무로 여겨지더라도 도리를 저버리지 않는다고.

그로 인해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결과가 잘못되거나 자신의 의도와 달라지더라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p.218

 

 

그 모든 날들이 지난 뒤 나중에는 진정으로 함께 있기 위해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를 먼저 고민하고 싶다고.

그리하여 언젠가는 우리의 만남이 초원조의 축복을 받아 마땅한 인연이었음을 확신하고 싶다고 말이야.

나는 아마 화는 났지만 의외로 선뜻 수긍했던 것 같아.

그도 그럴 게,

한군데 정박하지 않고 앉은 자리를 끊임없이 박차고 떠나는 거야말로

날개를 가진 자의 운명 아닐까.

날 수 있는 사람을 땅에 붙들어 놓는 게 옳은 일일까.

p.294

 

 

책이 훼손될까 두려워 연구서가 아닌 이상

너무도 깨끗하게 보는 내가 처음으로 과감히 줄 친 책.

연필로 줄을 치며 마음속에 새긴 글귀들.

청소년이건 어른이건 나이에 상관없이

내가 어떤 시기에 이 소설을 받아들이냐에 따라

그 깊이와 의미는 다르게 해석될 것이다.

 

지금의 나는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 해석했다.

우리는 모두 날개를 가졌다.

꼭 새인간처럼 등에서 날개가 돋아나는 것이 아닌

마음속에 있는 날개.

펼칠 때가 되면 펼쳐질 그 것.

비오처럼 또래에 비해 작다고 나쁜 것도 부족한 것도 아니다.

그저 각자 그 날개의 의미를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혼자서만 살 수 없는 사회적 인간!

하지만 독재가 아닌 '공생'을 꿈꿔야 한다.

그러나 사회 전체와의 화합 같은 큰 꿈이 아니라

지금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과의 소박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공생.

그래서 작가는

온전히 함께 하기 위해서는 다름 아닌 내 자신이 누구인지 먼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함을 말한다.

우리가 당연히 알아야 하는 진리,

하지만 어른들도 내 자신을 모르고

돌아볼 시간을 가지지 않는 현실.

이 원칙(?)을 일깨우는, 눈부신 영어덜트소설을 만났다.

당연히 다른 깨우침도 상당히 많은 책.

 

구병모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며 그녀의 전작을 두루 읽기를 올해 계획에 살포시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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