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회의주의자에게 보내는 편지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차백만 옮김 / 미래의창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히친스의 <논쟁>, <리딩> 출시기념(?) 리뷰..

테레사 수녀도 까는 히친스는 68혁명 세대이자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의 좌파 작가, 저널리스트인 지식인으로, 도킨스와는 또다른 매력이 있다. 이 책은 젊은이들에게 쓴 편지 형식의 글이다.  '모든 것을 의심하라'는 경구는 히친스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세상엔 회의주의자도 급진주의자도 자유주의자도 보수주의자도 필요하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미신과 비합리를 의심하고,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고 논쟁함으로써 세상은 나아가는 것이다.


1
어떻게 급진주의자radical, 회의주의자contrarian의 삶을 살 수 있는지 묻는다. 폭압과 편견에 저항하는 것은 일종의 기질인 듯 하다.

2
회의주의자에게는 고독을 기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3
삶에는 늘 불일치, 분열, 갈등이 있다. 정신은 논쟁과 의견불일치로 발전한다.

4
미신과 권위주의에 도전은 필연적이다. 치유보다 정직한 논쟁이 중요하다. 정치란 원래 분열이란 뜻을 가진다.

5
반대파의 삶의 목적 같은 건 없다. 그냥 그 자체로 살아갈 가치가 있다. 반대파는 현실에서 '가정'하는 삶의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60년대 미국 남부에서 로자 파크스는 흑인 여성도 퇴근 버스에서 아무 자리나 앉을 수 있다고 '가정'했다.

6
'가정'하는 삶을 유지하려면 그 반론에 직면한다. 그 반론 중에는 인생은 원래 부조리하고 짧다, 굳이 이럴 필요가 있냐는 수동성과 묵인을 권유한다. 이런 현실회피의 유혹을 조심해야 한다.

7
쿠바의 의료체계가 아무리 좋고 문맹률이 낮더라 하더라도, 쿠바에선 카스트로를 풍자할 수는 없다.

8
일상에서 어처구니 없는 것을 보면 살아있는 것을 느낀다.

9
'모든 종교는 똑같은 거짓에 대한 각기 다른 설명'이다. 세상에 신의 말씀은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지성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10
마르크스는 '종교에 대한 비판은 모든 비판의 전제다'라고 했다.

11
여론조사는 질문 조작과 표본집단의 편향, 간단한 질문에 깔려있는 지배적인 가정 때문에 신뢰하기 어렵다. 통치권자는 여론조사를 이용하여 '대중'의 기호와 감정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엘리트'가 '대중'과 의견이 다를 수도 있는 것이다.

12
'도대체 당신은 어떤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요?'
'그러는 당신은 누군데 그걸 묻는 거요?'

13
'내 인생에서 가장 기쁜 경험이자 나이를 먹으면서 누리는 특권 중 하나는 처음에 만났을 때 정치범이나 망명가였던 사람들과 재회하는 것일세. (중략) 내가 현재 한국의 대통령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을 처음 만난 건 그가 레이건 정권이 용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 버지니아에서 망명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네. 그는 한국 군사정권의 살해 기도에서 한 차례 살아남았고 납치 기도도 모면한 후였지. 그리고 김대중이 살해와 납치협박을 받았던 건 단지 그가 무모하게도 대통령 선거에서 근소한 차이로 2위를 했기 때문이었네. 내가 그를 만났을 때, 그는 한창 조국으로 다시 돌아가 생명의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지. (그리고 그가 다시 조국으로 돌아갔을 때 나는 그와 함께 했고, 그가 다시 체포될 때 내가 그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는 게 지금까지도 자랑스럽네.) (후략)' (pp.151-152)

무엇을 읽고 공부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답하기는 어렵다. 롤모델을 찾는 것은 더욱 엉터리다. 삶은 모방하려해도 모방할 수 없다. 반대파라고 성인은 아니고 똑같이 실수투성이 인간일 뿐이다.

14
반체제 활동가나 저항 사상가는 권위에 반항하는 개인주의자라기 보다, 오히려 이타적이고 집단을 위해 행동한다. 특히 사회주의자들이 그러했다. 사회주의는 1차 대전이나 파시즘도 막지 못했고 레닌과 트로츠키로 이어지며 타락했다. 하지만 실제 역사에서 사회주의는 공장과 빈민굴이 통제 체제에서 벗어나게 하고, 인간을 소유물로 취급하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와 싸우기도 하며, 식민지배의 종식을 가져오기도 하였다.

15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고, 국제적인 사람이 되기를 추천한다. 인간은 모두 똑같고 차이는 아주 작다. 즉 인간 사회의 분열과 다툼과 비참한 삶의 원인은 같을 수 밖에 없고, 그 원인이란 인종차별과 종교이다. 세계에는 어리석음과 잔혹함이 있는 반면, 또 어딜가든 휴머니즘도 있다.

16
인류를 이해하려면 인간이란 동물을 이해해야 하는데,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유머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러니는 유머에서 가장 미묘한 요소이다.

17
반대파는 편집광처럼 했던 말을 또하고 또하는 것이다. 즉각적인 결과를 원하면 사기가 꺾이게 마련이다. 급진주의자로서 보상은 사람을 만나고, 배우고, 확신에서 얻는 자신감이다.

18
'최대한 참지 말되 최대한 신중하고 회의적이 되려고 노력하게. 비정의와 비이성을 뼛속부터 증오하되 절대로 자신에 대한 아이러니한 비판을 게을리 말게. 그리고 이 말은 또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억지로 역사를 들먹이거나 표어로 삼지 말고 역사에서 겸손하게 배우기로 결심하라는 말이네.' (pp. 23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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