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먼저 말을 걸어오고 형제들 중 마음을 제일 많이 주었던 막내아들은...
성장의 모든 것이 삶의 기쁨이 되었던 그 아들이....
아들의 죽음은 끼니마저 감당할 수 없는 참담함이 되어 스스로의 존재조차 망연한 미안함이다.
먹은 것을 토해내고, 잠을 잘 수가 없고, 생각을 떨칠 수 없는 고....
남색의 자동차 차창으로 아들의 상체가 확인되면 반가움과 설레임이 아들을 기다렸던 마음에 삶의 의미를 바위에 새기듯 새겨 넣었다.
그랬던 아들이었는데....
아들을 잃은 어미의 아픈 가슴을 도려내듯 써 내려간 박완서 작가의 한 말씀만 하소서.
지치고 힘이 들어 위로를 필요로 할 때면 책장을 펼친 것을 헤아릴 수 없고 그 가슴을 헤아리려 해도
그 가슴은 너무 깊고 넓은 그리움으로 상처가 나있어 나의 보잘것없는 가슴으로는 헤아릴 수 없었다.
신을 향한 절규.
왜 나여야 합니까?
왜! 데려가셨는지
파란 청춘의 생명에 죽음의 어둠을 덮은 까닭이 무엇인지
제발 제발 한 말씀만 하소서.
성긴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억지로 먹은 반 공기가 안 되는 밥을 먹고 난 후 토해내며 절규했다.
기도는 응답이 없었다.
보란 듯이 우거우걱 쑤셔 넣다시피한 카레밥 한 접시가 가슴을 누르고 토하지도 못해 악을 쓰다 후련하게 토해낸 변기 앞에서 그는 무릎으로 신의 뜻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밥이 되거라."
한 말씀만 하소서를 읽으며 내 마음은 까맣게 변해갔다.
헤아릴 수 없기에
작가의 깊고 깊은 상처에 다가갈 수 없었기에
[나만을 위해서 살아야 하는 약육강식의 세계는 누군가의 불행을 나의 안위로 삼고 누군가의 행운 앞에 내가 행운의 주인공이 아니었음을 불행으로 생각한다. 이타적 사고는 생이 시작되면서부터 본능적으로 지니게 되는 것인지..
나만 바라보았고, 내 주위의 친밀함만 사랑하고 애틋해 했던 삶에 아들의 죽음은 시야를 넓혀 주었다.]
누구나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없지는 않겠지만 아직 그 세계는 알 수 없으므로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상황이 내게는 더 큰 두려움이다.
하루의 새벽이 열리면 두려움이 앞선다.
고단한 하루, 쌓아도 쌓아도 쌓이지 않는 것들.
그러한 마음은 마음은 나의 육신을 조금씩 조금씩 삭혀 간다.
너무 덥고 더워서 지치고 지친 마음에
더위탈출의 방법으로
잠깐 아픔속으로 추락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