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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수업 - 믿음, 소망, 사랑의 눈으로 읽는 신약성경
김호경 지음 / 뜰힘 / 2025년 3월
평점 :
1. 저자는 특별하다!
저자의 글에선 재치와 영감과 감성이 번뜩인다.
기존에 알고 있던, 배워왔던, 당연하게 여기며 지나쳤던 본문에 새로운 시각을 담아낸다.
놀랍고
차별화된 따뜻한 시선으로 그 본문을 파헤치며, 예수님이 하셨던 말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 깨닫게 만든다.
분명 신약개론 책이지만, 딱딱한 개론 수업이 아닌 사색과 영감의 장소로 독자를 인도하여 예수님을 만나고, 제자들을 만나고, 다양한 고백을 하는 저자들을 만나게 한다.
2. 하나만 살펴보자.
마태복음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8장 15-20에 나오는 공동체에 죄를 범한 형제의 문제에 있어서 마지막 세 번까지도 돌이키지 않는 자에게 이방인과 세리와 같이 여기는 것을 교회에서 내쫓으라는 의미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다수 학자들은 이 구절을 파면이나, 출교나, 접촉금지 등의 교회 치리로 보거나, 교회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으로 본다. 성서주석의 김영봉, 2019년 마태복음 주석의 강대훈, 2022년 마태복음 주석의 양용의, WBC의 도널드 헤그너, 가톨릭 서적의 마태오 복음서 주석 클로드 타생 등 상당수가 이런 입장이다.
여기에 연세주석의 민경식은 의문을 제기했었고, 율리히 루츠 정도만 용서와 징계 본문이 대치되고 있다며 기존의 견해에 반대한다.
저자는 이 구절을 훨씬 더 넓은 시각에서 이 본문을 다루면서 누구도 함부로 내칠 수 없다는 견해로 다가간다. 두 세 사람으로 모인 곳에 예수가 있다면 서로 쫓아내는 곳에는 예수가 없다는 말도 된다며, 쫓아내라는 것이 아닌 새로운 방식을 강구하라는 의미로 본다. 그 이유는 이방인과 세리를 바깥 사람 취급할 리가 없다는 것이 그 근거다. 예수는 세리와 이방인의 친구가 아닌가! 또한 죄를 범하면 일곱 번을 일흔 번씩 용서하라는 무한정한 용서는 이 구절을 새롭게 살펴보는 시각을 준다.
그 외에도 저자의 책엔 다양한 통찰력이 담겨있다.
3. 저자는 이전에 매우 다양한 글을 써왔다.
“종교, 과학에 말을 걸다”처럼 과학과 관련한 책도 내었고, 사회 병폐에 대한 깊은 사색을 담은 “일요일의 산책 같은 책도 있었고, 페미니즘의 대표적인 학자인 피오렌자의 책을 번역하기도 했다.
저자는 독자를 누구를 겨냥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글쓰기를 하는데 이 책은, 여성학자의 관점에서 쓰인 “여성, 성서 밖으로 나오다”와 다르고, 철학적 사색이 담긴 “예수가 하려던 말들‘과도 다르고, 로마와 유대 권력을 현대 철학인 브르디외의 아비투스와 비교하며 이에 저항하는 책으로 읽어가는 ’누가복음‘ 주석과도 다르게, 어렵고 난해하고 철학적이고 다양한 글을 쓰는 저자가 이번에는 신약개론 수업시간에 손자를 불러 할머니가 이야기하듯이 어렵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썼다.
기존의 신약개론 책과는 확연히 다르게 한눈에 각 권이 보이도록 써 내려간 책이다.
아는 것이 많으면 덜어내기가 쉽지 않은데,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핵심을 잘 전달한다.
쉽게 쓰여있지만, 저자의 어마어마한 내공이 곳곳에 담겨있다.
4.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더 깊은 생각을 들여다보고 싶게 만든다.
은퇴를 앞두고 쓴 책이자 고별 수업이라는 생각으로 낸 책이지만 난 저자가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아직 저자에게서 더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이 책 너머 저자가 바라보고 있는 더 깊은 세계를 이전엔 학교의 학생들만 들여다봤다면, 책을 통해 더 많은 독자에게 그 세계를 좀 더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서 각 권에 대한 저자의 깊은 내공을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또 다른 시작의 첫 권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