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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마야 엔젤루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서점에 나가봐도, 신문에 소개되는 책정보를 보더라도 책이 부지기수로 쏟아지는 것 같은데

정작 꼭 보고싶은 책 정보는 항상 뒤늦게 발견한다. 이 책도 우연히

이 곳에서 우리나라에 다시 출간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사실 이 책은, 모 출판사에서 괴상한 제목과 야릇한 번역으로 출간된 적이 있었다.

그런 이유로 아마도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제대로 읽을 기회는 거의 없었으리라 본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유럽에서도 꽤나 알려진 이 책이 뒤늦게나마 다시, 제대로 된 번역으로

출간된 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김욱동 번역 특유의 사투리가 좀 거슬린다.

[앵무새죽이기]를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알 수 있을, 그러나 사실 다른 대안도 특별히 없는 충청도 사투리.

그러나 지은이 마여 앤젤루의 문체("문체는 곧 바로 그 사람이다", 라는 말을 확인하기에 이 책 만큼

좋은 책도 없을 듯하다. )는 생생하게 살아 있다. 이 책이 경쾌하게 읽히는 근본적인 이유다. 핍진한

한 흑인 여성의 모노로그가 짠하지도 않고, 답답하거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지도 않고, 정의감을

부추기지도 않는다. 사회적 약자이면서도 당당하고 털털한, 때로는 시니컬하면서도 지혜로운

삶의 태도를 행간에서 읽는 즐거움과 멋스러움이 있다.

자서전적 소설로 분류할 때,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지은이의 상상력이다.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맞서게하는 상상력. 가령 할머니가 한 방에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백인 치과의사와의 결투, 배꼽을 쥐게 만드는 교회에서의 설교 장면 --"그걸 설교하시라잖아요!"

-- 은 얼마나 멋진가. 

 

** 마여 앤젤루의 아버지는 읽는 내내 하인즈 워드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마여 앤젤루가 어린 시절에 읽은 숱한 동화와 고전들, 이 책들이 끼친 영향을 보면

    오프라 윈프리가 왜 그녀를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하는 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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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자 마리아 몬테소리
지구르트 헤벤슈트라이트 지음, 이명아 옮김 / 문예출판사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북새통]이라는 잡지를 가끔 본다. 오늘 발견한 기사에, 최근에 읽은 이 책의 서평이 실려 있다. 책에 대한 요약, 그 이상의 기사는 아니지만,

글의 첫머리는 이렇다.

"아침저녁으로 거리에서 마주치는 노란 미니버스. 유치원 꼬마들을 태운 병아리 빛깔의 앙증맞은 버스 옆구리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게 되는 '몬테소리'는 일찍이 어린이의 인권에 주목하고 이를 대변하는 데 평생을 바친 한 위대한 여성 교육가의 이름이다."

그렇다. 몬테소리는 하나의 상품 기호로서 우리 주변에, 신문 광고면에, 그리고 텔레비전 광고에서도 접하는 친숙한 '상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해도, 아니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리고 나중에 내게 아이가 생기고 예의 모든 부모들이 하듯이 유아교육에 힘쓰는 중에도 몬테소리는 상품의 기호로서 그렇게 남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참교육자 마리아 몬테소리]를 통해서 몬테소리는 한 여성의 이름이며, 그 여성의 삶은 치열함 그 자체이고,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종교와도 같아 숭고한 휴머니즘의 본질을 드리우고 있으며, 그녀의 교육학의 교수 방법론은 회색빛의 이론이 아니라 초록빛의 생명력을 발하는, 경험과 관찰에 근거한 실천이론임을 알게 되었다.

"이리저리 찢긴 방식으로 교육을 파악하는 데서 손을 떼고, 아이를 지키고 아이의 본성을 학문적으로 인식하고 그의 사회적 권리를 옹호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육정책의 후진국인 우리 나라에서 몬테소리의 교육철학을 '올바르게' 실천한다는 것은 혁명일 수 있겠다. '참교육'이라는 표현의 역사도 그렇듯이.

이 책을 지금이라도 읽은 것이 너무 다행스럽고, 행복한 건 바로 상표로서 몬테소리를 알고 있는 무지를 더 이상 갖고 있지 않다는 자기 연민이고, 자기 만족이다. 하지만 어떠랴, 책에서 얻은 인식의 즐거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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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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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변신이야기> 원전 번역이 나왔다. 몇 개월 전 천병희 선생님 번역의 <아이네이스>를 읽고 나서 혹시 하고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문의해보았는데 2월이면 <변신이야기>도 나온다는 거였다. 2월 말부터 알라딘에서 몇 번씩 검색을 했다.

 

신화 공부를 하면서도 텍스트를 전적으로 신뢰할 만한 책이 드물어 라틴어를 배워볼까 하는 생각까지 해보았는데. 이제 <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를 곁에 두고 그 목마름을 두고두고 해갈할 것이다.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천병희 선생님의 책 <시학><오이디푸스왕/ 안티고네> 등은 예전에 읽은 책이지만 여전히 곁에 두고 필요할 때 읽는 책이다. 이 책들을 읽으면서 천병희 선생님에 대한 나만의 내밀한 존경심을 키워왔는데, <변신이야기>를 대하고 나니, 감사의 마음이 저절로 우러나온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대한 짧은 리뷰로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 있다. 바로 <사회비평> 마지막 호(2003년 봄호)에 실린 고전문학자 강대진의 문제제기이다. 강대진의 책 <잔혹한 책읽기>를 읽어보면 그가 지적하는 우리 출판계의 번역풍토 특히, 서양 고전과 신화 번역에 대한 오류 사례는 실소(失笑)도 실소지만, 경악의 탄성을 자아낸다. 그러나 문제의 대상이었던 출판사나 책의 저자는 아직까지 설득력 있는 반응이나 대응을 하고 있지 않았으며, 출판 기자들 역시 이 문제에 대해서 래디컬한 기사를 내 놓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사회비평>에 실린 글은 이윤기의 <변신이야기>의 번역상의 오류에 관한 것으로, 핵심은 <변신 이야기>의 문학적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역자의 지명도를 매개로 결과적으로는 상업적으로 포장했다는 혐의일 것이다. 편역이든 축약이든, 또는 원전에 충실한 꼼꼼하고 정확한 번역이든, 그것은 각각 나름대로의 독자층이 있을 것이다. 원전 번역이라고 그것이 절대적인 가치를 독보적으로 갖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각 독자의 요구(Needs)를 왜곡시켜서는 안 된다. 원전에 없는 요소들을 역자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넣거나 빼는 등의 자의적인 번역이 '완역 정본'인 것처럼 유통되고 이를 토대로 신화 관련 저작들이 재생산된다면 곤란한 일이다.


천병희 교수의 책이 나옴으로써, 이윤기의 <변신 이야기>가 출간되었을 당시 주요 일간지 서평란에 실린 뜨거운 찬사는 뒤늦게라도 제 주인공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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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해석하는 것에 대하여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에 대하여
노암 촘스키 지음, 박수민 옮김 / 미토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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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명한 언어학자, 정치평론가, 비판적 지식인, 반전평화주의자, 미디어 권력에 관한 비평가 등 Noam Chomsky를 수식하는 꼬리표는 다양하다.

언어학을 비롯해 철학, 심리학, 인지과학, 정치학 등의 분야에서 그가 남겨놓은 업적 역시 만만치 않다. <세계를 해석하는 것...>을 읽어보면 오늘날 가장 논쟁적인 지식인인 촘스키의 학적인 면모를 조망할 수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촘스키의 면모는 정치평론가가 아닐까. 그러나 정치평론가로서의 촘스키는, 9.11 이후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책도 책이거니와, 뚜렷한 차별성의 메세지 없이 편집된 책의 내용 때문인지, 어느덧 식상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식상함의 간접적인 원인은 언어학자로서의 촘스키에 대한 논의나 촘스키 언어학에 관한 대중적인 글을 접할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언어학의 위대한 업적이라고 평가받는 '변형생성문법'을 단답형이 아니라 설명형으로 대답할 수 있는, 소위 '책 좀 읽었다고'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촘스키의 언어학과 그의 정치적 견해와 세계관이 밀접하고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변형생성문법의 기초적인 방법론이 무엇이고 다른 관점의 언어학과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또는 그 철학적 배경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세계를 해석하는 것...>의 일독은 권할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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