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는 어땠을까 - 엄마라는 '사람'의 이야기
노현지 지음 / 더블유미디어(Wmedia)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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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과장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면 안되지만, 나와 다른 부류의 사람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운 과장님은 임신을 하고도 예뻤다. 임신 그 자체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넉넉해지는 몸과 푸석해지는 피부가 객관적 아름다움은 아닐것이다. 하지만 과장님은 임부복을 입고도 아름다웠고 그렇게 아름다운 임신부의 모습이 작가의 뇌리에 박혔다.

당시 작가는 결혼전, 임신 전인 상태였고 임신과 출산에 대해 어렴풋한 감각만 가지고 있었을 때 였다. 실제 임신을 하고 나서야 그동안 가졌던 임신부, 과장님에 대한 환상에 대해 그 실상을 알게된다. 여유로웠던 발걸음은 무거워진 몸을 안전하게 움직이려는 임산부의 본능이었고, 아름다웠던 가오리핏 옷은 뱃 속 아이로 늘어난 배 때문에 입을 수 있는게 그것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은 임신과 출산에 큰 무리가 없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임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것은 난임전문병원에 주말 진료를 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며 난임진료를 받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평일 오전 7시 진료를 하는 병원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난임이나 유산의 경험은 남의 일로만 생각했던 작가가 직접 그 과정을 겪은 이야기를 적는데 꼭 나의 과거를 보는것 같았다.

피임만 멈추면 될 줄 알았던 임신은 생각보다 늦어지고,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게 과연 '치료'될 일인가에 대한 고민도 많아지고 그럴수록 주변의 임신소식만 더 잘 들려온다. 후에 얘기를 들어보면 아무일 없이 아기를 임신했던 사람들도 나름대로 고민과 힘듬이 있었고 주변에 얘기를 안할 뿐이었다. 임신과 출산에서 아무 이벤트 없던 사람을 찾자면 열에 한 둘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아기를 기다리며 또 아기를 갖고 낳으며 가장 많이 나를 괴롭힌 생각은 '왜 나에게만 이런일이 일어날까?' 라는 것이었다. 남들은 쉽게 아기를 갖고, 행복하게 맛있는것 먹으며 임신기간을 보내고, 힘들지만 조금만 힘주면 예쁜 아가를 만난다고 생각했다. 들은 이야기와 실제로 겪은 이야기는 너무나 다르다. 또 아기를 갖고 기르는 것에 대한 고민은 대부분 엄마의 고민이기 때문에 맘까페에는 오늘도 수백 수천가지의 다음의 고민들이 올라온다. '우리 아기만 이런가요?'

작가의 이야기들이 아기를 낳고 키운 엄마에게 위로가 되는건 대부분의 엄마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비슷한 맘고생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만, 우리 아기만 이런줄 알았는데 작가의 이야기는 놀랍도록 나의 이야기였고 비슷한 고민을 한것같아 동변상련이 느껴진다. 아마 아기 키우는 엄마들이 금새 친해지는 이유도 이야기의 물고만 트이면 할 이야기가 쉴새없이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신생아를 키우는 내 입장에서는 아이를 학교까지 보낸 이야기들이 나의 생생한 미래가 될 것처럼 보였다. 이 책은 오롯이 작가 본인의 경험이기도 하지만, 아기를 낳고 기르는 모든 엄마들이 공동으로 경험한 책이 될 것이다. 오늘도 집에서 아가와 단둘이 고군분투하며 '왜 나만, 우리아기만 이럴까?'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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