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분홍 모자 ㅣ 철학하는 아이 9
앤드루 조이너 지음, 서남희 옮김, 김지은 해설 / 이마주 / 2018년 1월
평점 :
아이와 함께 뉴스를 본다는 건 제게 약간의 용기가 필요한 일이에요.
텔레비전 뉴스에는 아무래도 훈훈한 일보다 큰 사건 사고의 비중이 높으니까요.
얼마 전 아이와 함께 요즘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미투 운동( The #MeToo Campaign )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저희 아이는 예비 초3, 10살 남자아이예요.
어쩌면 아직 미투 운동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이에게 2018년, 현재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들 중
단지 성(性)이 다르다는 이유로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사람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알려주고 싶었어요.
몇 년 전 집 근처 광장에 '평화의 소녀상'이 생겼을 때,
아이와 도서관에 있는 관련 책을 빌려와 읽고 관련 자료를 함께 본 적이 있어요.
그 뒤로 아이가 '평화의 소녀상'을 지날 때마다 그 앞에서 배꼽인사를 하고
"이제는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어요."하고 인사하는 걸 보고
아이에게 사회문제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는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거든요.
그즈음 제가 만나게 된 그림책 <분홍 모자>는
아이와 푸시햇 프로젝트( Pussy Hat Project )를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어서 아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를 확장하기에 딱,이었습니다.

분홍 모자, 앤드루 조이너 글 그림, 서남희 옮김, 김지은 해설, 이마주

아이와 책을 읽기에 앞서 이 책에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 고민이 되었어요.
그래서 작가의 인스타그램, 홈페이지 등도 살펴보고
푸시햇프로젝트 홈페이지도 참고했지요.
작가 앤드루 조이너의 홈페이지 https://www.andrewjoyner.com.au/
푸시햇 프로젝트 홈페이지 https://www.pussyhatproject.com
일단 아이에게 별다른 정보를 주지 않고 책을 함께 만났습니다.
글이 많지 않은 그림책은 아이가 그림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지요.
간결해보이면서도 힘이 있는 일러스트,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의미를 잘 담고 있어서
아이들이 그림에서 이것저것 찾아내며 그림에 빠지게 만들어요.
처음에는 세상에 없었던 모자가
어느날 뜨개질을 통해 분홍 모자로 생겨나요.

그 모자를 뜬 부인의 집에 있던 고양이에 의해 세상으로 나오게 된 분홍 모자는
우여곡절 끝에 한 여자아이에게 닿게 되지요.
분홍 모자가 고양이에게서부터 시작해 이 사람 저 사람을 거치는 동안
분홍 모자를 만난 사람들은 그림 속에서
(아이의 표현처럼) "얼굴이 핑크핑크 해지면서 행복해보여"요.
그리고 이 그림 속에 등장했던 인물들이 마지막 페이지에서 다시 등장해서 또 다른 재미를 선물해줍니다.

"여자아이는 모자를 이렇게도 썼어요.
저렇게도.
요렇게도."

그러다 어느 날, 밖으로 쓰고 나와요.
그림 속 힌트가 보이시나요? "21 JAN"
- 2017년 1월 21일, 세계여성공동행진이 있었던 날이었던거지요.

아이에게 굳이 말로 설명해주지 않아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아이 스스로 눈치채게 만드는 마지막 장.
아이가 이 페이지를 보더니 얼마 전 서울에서 지하철을 탔을 때 보았던 '임산부 배려석'을 떠올렸어요.
거기도 이런 색깔의 핑크였다고....
아이는 자기네 반에서는 여자애들이 목소리도 더 크고 힘도 세다며...
남자아이들이랑 똑같게 대해주지 않으면 아마 여자 친구들이 가만히 안있을거라네요.

아이와 책 속 이야기를 나누면서 간단히 모자를 분홍 모자를 만들어봤어요.
자료출처 : www.enjoythelearningjourney.com

그리고 작가의 홈페이지에서 책 속 이미지를 프린트해서
피켓 속에 적고 싶은 문구를 적어보게 했어요.

아이가 선택한 건 '여자아이의 힘'.
책 속에는 없는 느낌표에 힘을 팍! 주었네요.

저희 아이가 그림을 그리고 피켓을 적으며 한 말처럼 다르다는 건 나쁜게 아니지요.
서로 배려해주면서 친하게 지내야 하는 게 맞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랐을 무렵에는 이 그림책 속의 일들이 반복되지 않고
그저 역사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