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날에… 보림 창작 그림책
이혜리 지음, 정병규 북디자인 / 보림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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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 책은 아이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책이 많아서 제가 예전에 일할 때부터 눈여겨보던 책들이 많아요.

혁이 임신하고나서도 왠만한 아이 키우는 집에는 다 있다는 <사과가 쿵!> <열두띠 동물 까꿍놀이> 같은 책은 태교용으로도 사서 읽었었거든요.

만 27개월인 지금까지도 혁이 이 책들을 변함없이 사랑해주신다지요.

개월수에 따라 표현도 다르고 하나하나 그림들을 좀 더 세밀하게 보기 시작해서 책 한 권이면 한참동안 아이와 수다를 떨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새해 첫 날, 요즘 혁이가 좋아하는 책 한 권을 가지고 물감놀이를 하며 한 해를 시작했어요.

<비가 오는 날에...>는 스페인, 스위스, 독일, 멕시코, 일본 등으로 저작권이 수출된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창작 그림책이랍니다.

최근 출판된 책은 아니지만, 제가 아이들과 책으로 만남을 가지는 일을 할 때부터 이 책은 꼭 우리 아이와 읽고 싶다고 찜해뒀던 책이기도 해요.

오랫동안 책장에 꽂혀있던 책을 어느덧 혁이랑 함께 읽을 수 있게 되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이 책은 쓱쓱 선으로 표현된 깔끔한 그림, 가끔씩 등장하는 맑은 컬러감이 사랑스러운 책이에요.

다양한 빗줄기의 표현과 그렇게 비가 오는 날 다양한 동물들(치타, 나비, 티라노사우르스, 용 등)은 무얼 하고 있을까에 대한 상상이 펼쳐집니다.

책 뒤표지에 소파에 엄마와 편하게 앉아 마음껏 상상을 즐기는 아이와 엄마가 보입니다.

빗소리를 들으며 아이와 재미난 상상을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정말 보기 좋지요?

글밥은 많지 않지만, 아이가 마음껏 이야기를 꾸며낼 수 있는 책이에요.

 

 

 

 

 

 

이 책은 앞장은 빗줄기의 모습과 "이렇게 비가 오는 날, 00은 무얼할까?"하는 글이 등장해요.

매번 다른 모양의 빗줄기가 나타나서 재미를 더해주고,

굵은 단색으로 표현된 비가 그동안 알록달록 선명한 색감의 그림책에 길들여진 아이에게  독특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다음 장엔 그 동물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재미난 상상이 이어지지요.

우산이 날아가지 않게 꽉 잡은 치타와 입을 크게 벌리고 갈증을 해소하는 사자,

그리고 공룡에 관심이 많은 혁이가 좋아하는 티라노사우르스는 개구진 표정으로 물장난을 해요.

뒷장을 넘기기 전에 아이와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펼쳐볼 수 있어 더 즐거운 책읽기가 된답니다.

 

 


 

 

그리고 비가 점점 더 많이 오면서 비가 표현된 페이지의 배경도 함께 어두워져요.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써서 만들어진 참 괜찮은 책 <비가 오는 날에...>

 

 

 

 

혁이의 책 속 동물들 따라잡기, 살짝 공개합니다.

늘 제가 책을 읽을 때 책 속 등장인물들을 따라하곤 했더니 어느새 자연스레 그림을 보고도 따라쟁이를 시도하는 만 27개월 혁이입니다.

치타 우산이 날아가지 않게 우산을 꽉 잡아주고, 사자를 따라 고개를 뒤로 젖히고 빗물 받아마시는 시늉도 하고,

나비를 따라 살금살금(제 무릎에 앉아 책을 읽을 땐 요 페이지에서 일어나서 저랑 같이 걷기도 해요) 손가락으로 따라 걷고,

티라노사우르스처럼 손으로 첨벙첨벙하며 물장구치는 흉내도 내지요. 티라노사우르스처럼 입도 저렇게 벌려요.

비 그치기를 기다리는 호랑이, 고민에 빠진 것 같았나봐요. 혁이는 이마에 손을 가져다대고 근심어린 표정입니다.

용을 따라 신나게 물을 뿌리는 시늉도 하지요.

아직 어리다보니 "00는 뭘할까?"하는 질문에는 "00는 뭐하지?"하고 되묻곤 하고,

대신 이 책 한 권이면 아이의 다양한 표정을 볼 수있어요.

 

 



 

 

 

오늘의 책놀이는 동물 마을에 내리는 색깔 비예요.

먼저 혁이가 열심히 물 속 동물과 땅에 사는 동식물을 구분해서 붙여둔 스티커들 위에 에어캡을 올려두었어요.

그리고 빈 요거트 통에 각기 다른 크기의 구멍들을 뚫고, 그 갯수만큼의 물감을 준비합니다.

어제 신나게 물감놀이를 했으므로 오늘은 약식으로 세 가지만 준비했어요.

 

 


 

 

 

빈 통에 직접 물에 섞은 물감을 붓고 구멍 사이로 떨어지는 빗방울의 크기의 다양성을 보여주는게 목적이었는데,

혁이는 몇 번 흔들어주다가 좌르륵 부어버리고 말아요.

그럴 땐 "빗방울이 엄청 크다. 그 비를 맞으면 아플지도 모르겠네."하고 이야기해줬어요.

늘 엄마의 의도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 나름의 방법으로 즐기면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니까요.

 

 

 

 

 

 

그 다음엔 빨대로 놀아볼 차례.

입으로 불어 다양한 색깔들이 섞이는 것도 관찰하고, 빨대로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어요.

 

 

 

 

한참을 "스테고사우르스에는 동그라미 비" "노랑 물고기에는 노란색 비"하면서 콕콕 물감을 찍어 놀아주는 혁이.

저는 별로 말하지 않아도 아이 혼자서 신나게 놀아요.

혼자만의 놀이를 방해하지 않으려 저는 사진을 찍으면서 아이가 끝을 알릴 때까지 기다려줬어요.

새해 첫 날, 제가 아끼던 책에 드디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아이와 함께 하다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언제 이 아이가 이렇게 컸나싶어 괜히 뭉클하기까지 하더라구요.

 

올 한 해, 혁이와 재미나게 책을 함께 보고 책놀이를 하면서 또 쑥쑥 자랄 아이의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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