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이 좋아 알맹이 그림책 42
김규정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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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아이 반에 벌써 야동을 본 친구가 생겼다네요.

요즘 아이들 야동을 접하는 시기가 많이 앞당겨졌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아직 제 눈에는 아가들 같은 아이 친구들이 벌써 야동에 노출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좀 놀랍더라구요.


기회가 닿는대로 아이에게 성에 대해 열심히 알려주고 있지만

그래도 이런 소식을 들으면 가슴 한 켠이 덜컹거리는 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아이가 제대로 성에 대해 알고, 바른 성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건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겠지요.

아이에게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제가 전달하려고 하는 이야기를 꺼내는데

제겐 그림책만큼 좋은 매개체가 없는 것 같아요.


오늘 아이와 2차 성징과 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꺼내든 책은

털이 좋아, 김규정 글 그림, 바람의아이들 입니다.



 







어른이 되는 게 싫어 몸의 변화도 싫었던 사춘기 즈음,

털을 날개라 부르며 까르륵대던 시절이 까마득해질 즈음,

괜찮다고, 그 과정을 지나 너희를 만난 엄마, 아빠가 되었다고 말해주는 씨앗 같은 책이길 바란다는

작가님의 마음이 이 책을 아이와 함께 만나는 제마음과 같아 더 반가웠어요.




'싹둑' 소리와 선들로 가득한 내지를 지나면

머리를 자르기 싫은, 울상을 한 아이가 등장해요.










아직 무겁고, 힘들고, 무섭고, 어려운 일 투성인 아이.

간결한 문장과 깔끔한 일러스트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러는걸까 얼른 뒷장을 넘겨보게 만들어요.


 







아이는 머리털을 잘라서 힘이 약해졌다고 생각하나봐요.

우유 수염으로 콧수염을 만들고 웃는 아이를 보니, 이제 본격적으로 털 이야기가 나오려나봅니다.


하얀 콧수염이 생긴 걸 보고 흠칫 놀라는 강아지의 뒷모습도 심쿵.

이 책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아이와 함께 있는 강아지의 반응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거든요.




 





아이가 힘들어하던 일들을 쉽게 해내는 아빠 엄마의 모습,

그리고 그 이유를 자신에게는 없는 아빠 엄마의 털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아이의 이야기가 펼쳐져요.

책 속의 털과 연관지은 동물 선택 기준에 대한 작가님 인터뷰가 있어 옮겨볼게요.


"털과 동물을 연결시키는 과정이 힘들었어요.

거북해서도 안 되고, 너무 뜬금없어도 안 되고 털이 있는 위치의 형태를 잘 표현해야 하고,

앞쪽 행동과 뒤쪽 행동을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하고, 검은색이라는 단색에 어울려야 하고,

젠더 감수성을 올리지는 못할망정 내리지는 말아야 하고…….

그 외에도 고려해야 했던 사항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런 모든 것들의 기준을 만족하면서 또 엄마 아빠라는 다른 성별의 기준에서도 이질적이지 않았어야 했어요.

지금 생각해도 힘든 작업이었네요."


이렇게 고심해서 엄마, 아빠의 털이 날쌘 오리, 힘센 고릴라 등의 동물로 변신한 거였다니..

어른 몸의 털이 어떤 능력을 발휘하는 어떤 동물들로 그려졌을지는 직접 책을 통해 만나보시라고 한 장면만 담을게요.


​저희 아이는 털이 동물로 표현되어 있는 부분에서 박장대소를 하며 엄청 좋아했답니다.



 







뒷부분은 '나도 그런 털이 있으면 좋'겠는 아이가 그린 그림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털이 있으면..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까요?


 







전 이 장면을 읽으며 아이의 눈에 '멋진 어른'으로 비치는 엄마, 아빠는 얼마나 행복할까 싶기도 했어요.









처음 이 책을 만났을 땐 상상력을 동원한 독후활동을 하려고 준비했었어요.

하지만 다소 충격적이었던 소식을 접한 후라 초등학교 3학년 아이에 맞춰 2차성징에 초점을 두기로 하고

성교육동화그림책 <털이 숭숭숭> 책(별똥별, 성교육 동화 시리즈)을 읽고 이야기를 좀 나누었지요.


2차 성징 후 남자 여자의 신체 변화를 각각 표현해서 직접 그림을 그려보았어요.

그리고 털이 자라는 부위에 꽃잎을 골라 붙여보았습니다.



  


  





털이 숭숭숭

어른이 된다


아이만의 느낌도 간단히 적어주고 완성!






엄마 아빠의 몸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와 부담없이 접근하기 좋은 그림책,

우리 몸의 털을 통해 성장을 배울 수 있는 그림책,

<털이 좋아>.


오늘은 '털'로 시작해 2차성징까지 연결지어 이야기 나누어봤으니,

다음엔 다른 그림책들의 도움 받아서 아이와 조금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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