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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김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평점 :
빼곡한 아파트 앞에 있는 빨래방, 그 빨래방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표지 속 여성의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묵은 때를 깨끗하게 씻어내어 주는 빨래. 그것을 우리의 감정과 연결지어서 풀어내는 이야기가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요즘은 이렇게 마음을 따스하게 해주는 소설이 좋다. 모두다 비슷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는 점이 위로가 되고, 아무도 돌아봐주지 않는 내 마음을 다독여주는 것 같아서 읽고 나면 마음에 편안해진다.
토마토 화분을 두드려 보세요, 한여름의 연애, 우산, 분실물 보관함, 대추 쌍화탕 이렇게 다섯 편의 이야기가 있다. 첫 이야기인 '토마토 화분을 두드려 보세요'가 공감이 되었다. 우리 아버지일 것 같기도 하고, 먼훗날 나의 모습일 것 같기도 해서...아내가 죽고 난 뒤부터 장 영감은 진돌이라는 진돗개를 키웠다. 그 진돗개가 초록색 이불에 오줌을 누고 장 영감은 세탁기를 돌린다. 장 영감은 연남동의 하얀 이 층집에 사는데 그곳은 빨래를 밤에 해도 문제가 없는 주택이다. 아내가 갑작스럽게 사고로 죽고 혼자 사는 장 영감에게 자녀들도 별로 의지가 되지 않는다. 장 영감은 빨래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진돌이와 함께 빨래방으로 가고 거기서 다이어리를 펼치게 된다. 이 다이어리에는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 담겨 있고, 장 영감도 글을 쓴다.
깨끗하게 빨아서 향긋한 냄새가 나고 뽀송뽀송한 빨랫감을 만질 때의 그 기분처럼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은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뽀송뽀송하게 위로해 주는 곳이다. 이런 곳이 있다면 나도 매일 들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덮는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서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