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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 경계 위의 방랑자 ㅣ 클래식 클라우드 31
노승림 지음 / arte(아르테) / 2023년 1월
평점 :

아르테의 클래식 클라우드는 예술에 대한 나의 목마름을 채워주는 시리즈이다. 나는 지극히 예술적이지 못한 사람이라서 예술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 내 삶도 그들처럼 풍요로워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이번 책은 체코의 음악가 구스타프 말러의 이야기이다. 교향곡은 모든 것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말을 한 말러는 그의 삶에서 얻은 경험을 음악 속에 녹여 놓았다. 그래서 말러가 살아왔던 과정을 이해하면 그의 음악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책의 저자인 노승림님은 음악 칼럼니스트로서 각종 매체에 고전 음악을 소개한 글을 집필한 분이다. 책의 곳곳에 말러와 관련 있는 그림, 장소의 사진이 담겨 있어서 그가 살아온 배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낭만주의 시대의 마지막 거장이자 현대음악의 관문으로 평가받는다는 말러는 자신을 고향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소외된 자의 운명적 고독이 그의 음악에 묻어 있다는 표현이 참 와닿는다. 세상의 선택을 받기 위한 작곡이 아니라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한 음악이라서 더욱 독창적이라고 인정받는다. 이 책은 말러의 전기가 아니라 세계에서 만날 수 있는 말러의 흔적을 이정표 삼은 여행기에 가깝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첫 장소는 말러가 묻혀 있는 빈의 그린칭 묘지이다. 말러가 살던 시대는 죽음이 흔했고 말러의 형제들도 여러 가지 이유로 빨리 목숨을 잃었다. 자신의 묘비에 자신의 이름만을 써넣으라고 했다는 말러의 말과 함께 거의 묘비를 보니 그가 어떤 사람인지 더 궁금해진다. 어린 말러가 성가대원으로 활동한 성 야고보 성당, 어린 시절 말러의 사진, 어릴 때 자주 갔던 이흘라바의 숲, 말러의 별장 등을 보면 말러라는 음악가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서 말러가 작곡한 음악을 들으니 참 좋다. 기회가 된다면 나도 음악가의 발자취를 따라 가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