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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8월
평점 :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는 독특한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리러하'라는 작가의 이름에 다른 나라 소설인가 했는데 우리나라 작가의 필명이었다. rib, lung, heart 이 셋의 영어단어 한 조각씩을 떼어서 만든 리러하는 가슴에 닿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작가의 생각을 잘 표현하는 이름이다.

3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2021년 제 1회 K-스토리 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라고 한다. 김초엽 작가님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여 독특하고 참신하다는 심사평을 남겼다. 욕을 찰지게 구사하는 할머니가 등장한다. 할머니는 허름한 하숙집을 운영하는데 싸게 내놓아도 사람들이 점점 찾지 않아서 이제 서주와 악마 두명의 세입자만 남았다. 책의 제일 첫장에 부동산 임대차 계약서가 있다. 임대인이 강복주, 임차인이 지옥 정 부라고 되어 있고, 집을 지옥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가한다는 내용이다. 어느날 '나'가 집으로 와보니 어떤 불길한 느낌의 남자가 음식물 쓰레기 같은 것을 먹고 있다. 할머니는 "이승에서 남긴 밥은 지옥에서 먹는다"는 섬뜩한 이야기를 한다. 정말 이승에서 남긴 밥을 지옥에서 먹게 될까...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내가 어떤 음식을 남겼나하고 되돌아보게 된다.

나 '서주'는 할머니와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할머니와의 관계는 혈연관계 못지 않게 가까운 관계로 보인다. 할머니의 쌈짓돈으로 서주는 대학 입학도 했다. 둘이 나누는 대화를 보면 친할머니와 손녀 못지 않다. 할머니의 맛깔나는 입담 덕분인지 다소 무거운 분위기를 줄 수 있는 소재임에도 유쾌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악마'라는 캐릭터의 고정관념을 깨게 해주었다는 점도 참신하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