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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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약속>의 작가 야쿠마루 가쿠의 작품이다. 도망자의 고백이라는 제목에 누군가 잘못을 저지르고 도망다니다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뉘우치는 내용인가 예상을 했다. 그래서 너무 예상하기 쉬운 이야기 아닌가 했는데... 아니었다. 내가 생각했던 그 도망자가 아니었다. 우리 모두가 저지를 수도 있는 일. 내가 만약 가해자가 된다면 나의 잘못을 어떻게 마주하고 앞으로의 내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하는 상당히 철학적인 소설이다.

쇼타는 좋은 집안에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란 명문대학생이었다. 친구들과 술 한잔 마시고, 여자친구도 있고, 행복한 가족도 있는 앞으로의 창창한 앞날이 기다리던 젊은이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던 희망이 있었다. 그 밤늦은 시간에 아야카가 지금 당장 보러오지 않으면 헤어지겠다는 문자를 한다. 그 문자를 받은 후 쇼타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았다. 보통은 힘들어서 못 간다거나 택시를 타고 갈 것이다.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잘못된 선택으로 쇼타는 가해자가 되고만다.

이야기는 생각보다 빠르게 전개되었다. 쇼타가 범인인 것도 빠르게 밝혀진다. 가해자의 심리를 잘 느낄 수 있다. 가해자는 절대 하면 안될 일을 했으니 온갖 욕을 다 듣는다. 인터넷이 있는 요즘은 1시간이면 전국, 전세계까지 모든 것이 다 알려질 수 있다. 자신 때문에 해체되어버린 가족, 피해자에 대한 죄스러움, 사라져버린 자신의 꿈 이 모든 것이 쇼타를 괴롭게 한다.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다. 매일 운전을 하는 나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고이다. 처벌을 받고 안받고는 더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로인해 한 사람이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한평생 짊어지고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헤어나올 수 없는 고통의 길인지 알 것 같다.

쇼타의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남긴 편지에 "계속 도망치는 한 사람은 진심으로 웃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피해자 유가족에게 죄스럽지만, 아버지로서는 언젠가 네가 진심으로 웃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긴다.

노리와씨는 기억을 잃어가는 순간까지 왜 그토록 쇼타를 만나고 싶어했을까? 찰나의 잘못으로 삶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버린 스무살의 쇼타, 삶을 마무리하는 노년에 아내를 사고로 떠나보내버린 노리와씨의 만남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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